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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 시상식에 다녀와서
정인환 (aaaa3657)
2013/03/29  11:26 1255

                   신앙 수기 시상식에 다녀와서

 

나는 지난21일 전화를 받은 이후 마음 썰 레는 며칠을 보냈다. 과연 내 작품이 선정된 것이 맞는지? 혹시 내가 청각장애가 있어 전화를 잘못 듣지는 않았는지? 다시 확인을 해볼까 말까 망설어지기도 했었다.

 

3월26일 오후1시경이다 낯선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받으니 <빛>잡지라 한다. 내일 시상식에 참석해 달라는 전화다. 그제야 내가 입선이 되었음을 확신을 하게 되었다. 간사스러운 내 마음은 또 욕심이 생긴다. 이왕에 입선할 바에야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남의 글도 좀, 읽고 몇 번인가 퇴고해서 상위권에 선정되었으면 하는 욕심이다. 그래서 너무 일찍 제출한 게 후회도 된다.

 

어젯밤은 잠까지 설쳤다. 내가 신앙을 주제로 한 수기를 입에 발린 감언이설로 글을 써 대주교님으로부터 이, 거룩한 상패를 받아도 되는 것인지? 그럼 이제부터 나는 하느님의 종이 되어 끝까지 변함없이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가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3월도 하순인데 날씨는 너무 변덕스럽다. 며칠 전에는 26도까지 올라갔든 날씨가 요 며칠째는 아침으로 영하로 내려가는 하면 영동지방엔 폭설이 내리는 변덕스런 날씨다. 아침에 속옷을 하나 더 껴입고 집을 나셨다. 미리 가서 성모당과 십자가의 길 14처에 성로선공聖路善功을 드리고 시상식에 참석할 요령으로 갔으나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오늘 날씨는 하느님이 은총을 내리셨는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화창했다. 대교구청내의 길옆에 흐드러지게 핀 병아리처럼 노란개나리 눈부시고 운동장가에 화사한 벚꽃들도 화창한 봄을 만끽 하는 듯 했다.

 

나는 지난해 8월에 세례를 받고 9월에 견진성사까지 받았으나 아직도 교리에 대해서 캄캄한 밤길이다. 게다가 융통성 없는 내 옹고집으로 성경의 말씀을 현실에 견주어 생각하니 신화神話인지, 동화인지, 분간도 못하고 마음의 갈등만 일으키고 있으니 신앙에 냉담 자가 되어 도리어 하느님께 죄를 짓지나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하느님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사랑하셨다면 왜? 순진한 사람들이 가난과 질병과 고통을 당하여야하고 불쌍한 사람을 왜 그냥 내버려두실까? 순박한 백성을 폭력으로 억압과 수탈로 고혈을 짜내어 군림하는 무리를 왜? 벌하지 않으시고 그냥 두실까? 이와 같은 의문의 꼬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상에 12억 가톨릭 신자가 있고 그중에 최첨단의 21세기를 이끌어가는 국가수반이 몇 분이며 지구촌을 경영하는 과학자 철학자 등 석학이 즐비함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왜, 견진성사까지 받은 내가 아직도 회의적인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키니 답답했다. 그래서 더욱 주님께 죄의 용서를 빌고 내 스스로 무식하고 어리석은 옹고집을 어떻게든 꺾어야 갰다고 다짐을 하며 오늘도 내 속에 또 다른 나와의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 1월 13일 주일미사를 드리고 평소엔 미사가 끝나면 주보를 제자리에 놓고 왔는데 그날은 무의식중에 집에까지 가지고 왔다. 집에 와서 다시 한 번 훑어보니 월간〈빛〉잡지에서 대구평화방송과 함께 ‘신앙의 해’를 기념하여 전 교구민을 대상으로 한 신앙수기를 공모 한다는 공고가 실려 있었다.

 

공모주제는 다섯 가지의 주제로 되어있다. 그러나 나는 믿음을 시작한지 불과 반년밖에 안되고 가뜩이나 마음마저 갈등을 겪고 있으니 교리나 신앙인의 자세도 모르는 무식한 신자다. 수기를 쓰기에는 너무 생소하였으나 다만 ④ 번에 신앙을 갖게 된 계기와 ⑤번의 기타 신앙생활과 관련된 체험담 등이 있어 답답한 내 넋두리를 써봤다.

 

이 글을 쓰면서 내 글이 입선이 되리라고는 생각 안했다. 다만 내가 방황하고 있는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으므로 내 마음만이라도 좀 후련해 질 것 같아 2월28일까지 접수마감인데도, 글을 쓰는데 필수 요건인 생각도 퇴고推敲도 없이 다음날 1월14일 월요일에 공모카페에 5번째로 접수하였다.

 

공모카페에 글을 올려놓고, 혹시 내 글을 얼마나 조회를 했는지. 또 어떠한 글들이 올려 졌는지 궁금해서 보면 마감일인 2월28일까지도 접수가 되고 있었다. 좀 늦게 올렸으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인데 성급하게 일찍 제출한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나, 임이 엎질러진 물이다. 또한 꼭 입선이 목적이 아니라 내 풀리지 않는 번민을 여러 사람에게 호소해 보는 것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월 21일이였다. 나는 영천에서 모, 행사에 참석 중이었다. 내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진동을 한다. 회의 중이라 그냥 꺼 버렸는데 또 진동을 한다. 밖으로 나와 받으니 “빛 잡집니다. 선생님이 제출하신 글이 가작으로 입선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상냥한 여자의 목소리다. 아니 내 졸작이 입선이 되다니 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답답한 심정을 넋두리했을 뿐이데.…… 3월27일 수요일 오전 11시30분에 대구 대 교구청 본관 2층 강당에서 시상식에 참석하라는 당부의 말도 덧붙인다.

 

내 직장에서 퇴직할 때 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어디에도 쓸모없는 늙은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때 오늘처럼 20여년을 건강하게 더, 살 것이라 알았더라면 뭣이든 좀 더 배우고 일을 했을 것이다. 내, 70에 소일 감으로 늦게 배운 컴퓨터가 글을 쓰게 했고 그 덕에 지난2011년 팔순에 문단에도 이름도 올려졌다.

 

또 오늘 내 졸작이 대구 교구청 관내 응모한 교우들 중에서 입선되다니 어찌 영광이 아니며 또 대구교구청의 조환길 (타대오)대주교님으로부터 직접 상패를 받으니 이는 하느님이 고집불통의 이 늙은이에게 은총으로 내리심이라 죄송스럽고 감격스러우며, 이 수상으로 회의적인 내 신앙심이 하느님을 믿고 찬미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두산성당 사제님과 교우들과 이 영광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2013년3월 29일

주소 : 대구광역시 수성구 지산동 1252-14

소속 : 대구 두산성당

이름 ; 정인환 (바오로) 010-6503-3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