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목정 성지의 세분 순교자들이 말을 한다면... ."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렸으이, 벗이여! 지난 긴 세월 이 개울이 피로 물들었던 그시간 이후... 어찌 우리가 이 골짜기 계곡 바위를 떠날수가 있었으이... 때론 바위 위에서, 적막한 골짜기를 속삭이는 소슬바람과 함께, 때론 살을 에는 추운 엄동설한에도 누군가 이곳에 발길을 닿기만을 기다렸으이. 기다리다 기다리다 우리는 바위에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네. 그 긴시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어 버렸다네. 흘러가는 시냇물에 내 몸을 씻어 그 물이 약수가 되고 음료수가 되어 때론 사슴이, 토끼가, 승냥이가 목을 축이고 생기를 되찾는 것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 가득했었네. 기다림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이 시간이 반드시 옴을 우린 알고 있었다네. 매달 15일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네. 우박이 쏟아져도, 흰 눈이 정강이를 덮쳐도 어김없이 찾아주는 나의 벗들이여! 우린 그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이. 한모금의 감로수로 목을 축이며, 오손도손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십자가의 길로 범굴을 향하는 그 정겨움을 어찌 하늘이 감동치 않을 수 있으리이! 하산하는 길에 바위위의 내 얼굴을 짓밟아도 깔아 뭉개는 방석이 된들 내 어찌 행복하지 않을텐가! 한잔의 물로 뜨거워진 몸을 식히고, 목을 축이며, 나눠먹는 떡잔치는 과연 일품일세! 기다리겠네! 토끼도, 사슴도, 승냥이도! 더군다나 나의 벗들은 더욱 반가우이! 15일을 기다리겠네...." 글쓴이 배필선루시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