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9월 순교자 성월에 즈음하여...
유은숙 (yes0220)
2014/08/04  23:59 1464

진목정 성지의 세분 순교자들이 말을 한다면...

."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렸으이, 벗이여!

지난 긴 세월 이 개울이 피로 물들었던 그시간 이후...

어찌 우리가 이 골짜기 계곡 바위를 떠날수가 있었으이...

때론 바위 위에서, 적막한 골짜기를 속삭이는 소슬바람과 함께,

때론 살을 에는 추운 엄동설한에도 누군가 이곳에 발길을 닿기만을 기다렸으이.

기다리다 기다리다 우리는 바위에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네.

그 긴시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어 버렸다네.

흘러가는 시냇물에 내 몸을 씻어 그 물이 약수가 되고 음료수가 되어

 때론 사슴이, 토끼가, 승냥이가 목을 축이고 생기를 되찾는 것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 가득했었네.

기다림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이 시간이 반드시 옴을 우린 알고 있었다네.

매달 15일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네.

우박이 쏟아져도, 흰 눈이 정강이를 덮쳐도 어김없이 찾아주는 나의 벗들이여!

우린 그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이.

한모금의 감로수로 목을 축이며, 오손도손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십자가의 길로 범굴을 향하는 그 정겨움을

어찌 하늘이 감동치 않을 수 있으리이!

하산하는 길에 바위위의 내 얼굴을 짓밟아도 깔아 뭉개는 방석이 된들 내 어찌 행복하지 않을텐가!

한잔의 물로 뜨거워진 몸을 식히고, 목을 축이며, 나눠먹는 떡잔치는 과연 일품일세!

기다리겠네!

토끼도, 사슴도, 승냥이도!

더군다나 나의 벗들은 더욱 반가우이!

15일을 기다리겠네...."

글쓴이 배필선루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