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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성당의 독특한 선교
이경욱 (santus5712)
2015/05/18  17:59 2052

찬미예수님!

 

저는 사동성당 주일학교에서 봉사하는 이경욱(안드레아)입니다.

저희 본당에 독특한 선교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저희본당 박병래(안토니오)신부님은 목수입니다.

송현성당 제대와 독서대, 감실도 만드실정도로 실력이 뛰어나신 분입니다.

 

작년 여름에 성당 마당에서 수돗가에서 누군가가 칼을 갈고 계셨고

옆에서 보니 주임신부님께서 성당 행사 준비로 지하주방에 칼이 들지 않아 

숯돌에다 20여개나 되는  칼을 갈고 계셨습니다.

이참에 저도 신부님께 칼을 가는 법에 대해 배우기도 하였습니다.

숯돌로 가는 칼은 참 어렵고 힘이 들더군요

 

신부님 : "안드레아..니 선교 한번 할래?"

이경욱 : "무슨 선교요?"

신부님 : "야~~요즘 남자들이 칼을 가는 법을 모르다보니 주부들이 칼이 안 들어 난리다.

                 너거집 칼은 잘 드냐?"

이경욱 : "우리 집 칼도 안 듭니다. 숯돌도 없고"

신부님 : "바로 그거다. 아파트 단지에 자리잡고 앉아서 무상으로 주부들을 위해 칼을 갈아 주는거다"

               "성당 나오라는 소리도 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칼을 갈아주는 선교...이거 어떻노?"

이경욱 : "괜찮기는 하지만 제가 직장인이라서...한번 시도는 해 보이시더"

라고 얼렁뚱땅 분위기를 모면하기위해 답을 한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사동성당 칼갈이 봉사단이 구성이 되었습니다.

신부님이 단장이시고 70세가 넘은 여운형(요셉), 공장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신 박용한(세례자요한)

모병원 응급의학과 의사인 이대로(마태오), 그리고 저.....

 

2015.2월부터 사동에 매주 금요일마다 장터가 열립니다.

이 장터에서 저희가 매주 금요일 3시부터 6시까지 칼을 가는 주는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게 소문이 나서 주부들이 저희들이 가기전부터 칼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교회보다 성당이 정말 좋은것 같다"

"김수환추기경님과 이태석신부님때문에 성당을 알았는데...이런 봉사를 해 주니 지금은 종교가 없지만

 나중에 꼭 성당에 나가고 싶다"

"성당은 정말 좋은일 많이 한다"

등등 주부들이 칼을 가는 동안에 성당에 대한 좋은 이미지들을 얘기하는데

천주교 신자인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흐뭇하기도 합니다.

 

신앙이라는것이 지금 당장에 생기는것이 아니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지긋히 칼갈이 봉사를 한다면 이것도 충분한 선교가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매주마다 금요일이 기다려 지곤 합니다.

(저는 직장인이라 매주 금요일 오후 휴가를 내는 어려움이 있지만 같이 그래도 늘 기다려 집니다)

 

어떤 할머니께서 매주마다 저희를 보시더니

"젊은 사람들 3명이 칼을 갈아 우째 생계는 꾸릴수 있나"라고 걱정을 하시는데

사장님과 의사, 그리고 제 연봉까지 합하면 2-3억이 넘는다라는 얘기에 박장대소한적도 있습니다.

 

지금 칼을 갈러 오시는 새댁들..할머니들이 늘 군것질거리를 사 주시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주 금요일도 저희는

하느님의 자녀로 복음을 전하고자 칼갈이 기계를 들고 금요장터로 향합니다.

석달정도 봉사를 하니 이제는 부끄러운게 아니 너무 당당하고 재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