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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할머니에게 부활의 빛을(2006년 5월호)
김명숙편집실장 (admin)
2006/04/28  0:0 1264

7년 전 폐암 수술을 받았으나 재발하여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장애자(안나,동인성당,67세)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유일한 가족인 남동생 장원(요셉,51세) 씨. 돌보아 줄 사람 하나 없는 상황에서 안나 할머니의 병만으로도 버겁기만 한데, 동생 장원 씨마저 만성폐쇄성질환을 앓고 있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여 지내야 합니다.

동인동 골목길을 따라 찾아간 허름한 한옥 월셋방에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장안나 할머니와 장요셉 씨. 어두침침한 방안으로 들어서니 발끝이 시려올 만큼 냉기가 가득했습니다. 가족이라고는 세상에 둘뿐인 이들의 수입은 정부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하는 월 50만 원의 생활비와 동인성당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지원해주는 5만 원이 전부입니다. 할머니와 동생 모두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야 하겠지만, 매월 내는 월세에 생활비 등을 제하고 나면 약값 한 푼 남지 않는 실정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시라도 빨리 집을 비우라는 집주인의 성화는 더 이상 갈 곳 없는 할머니 가족에게는 막다른 길목에 서있는 것처럼 힘겹기만 하네요. 그래서 할머니는 살아 있어도 가시방석 위에 앉아 있는 듯 늘 불안하기만 합니다. 할머니 집에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성당. 하지만 숨이 차올라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연신 쉬어 가면서도 성당에 갈 때가 제일 기쁘다는 장안나 할머니입니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싸늘한 방안에서 한겨울만큼의 두꺼운 이불을 겹겹이 깔고 덮으며 체온을 녹이고 있는 안나 할머니에게 봄은 아직 멀기만 한 걸까요. 눈시울이 발개지도록 눈물을 닦고 또 닦으며 깊은 한숨을 털어내는 할머니의 시름을 어떻게 달래줄 수 있을까요. 부활 축제를 지내며 할머니 가족에게도 예수님 부활의 빛이 비추어졌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