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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어날 수만 있다면... (2006년 10월호)
박지현기자 (admin)
2006/09/18  0:0 1369

지난 3월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부모님 댁을 방문하여 인사를 나누고 돌아간 김건록 씨(41세). 다음날이 생일인 것이 마음에 걸려 같이 점심이라도 먹으러 뒤따라간 어머니는 집 앞 계단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갑작스런 뇌간 출혈로 그날 이후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동안 세 차례의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외부자극에는 거의 반응이 없는 상태입니다. 대소변 처리부터 코에 연결된 호스를 통한 음식물 투입과 목에 뚫어놓은 구멍으로 수시로 가래를 제거해 주어야 하는 등 하루 24시간을 곁에서 돌보아야 하는 탓에 그의 가족들의 생활 또한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몇년 전 집을 나가버린 그의 아내는 여전히 행방조차 알 길이 없으며 농사를 지으시던 어머니는 치매 증상이 있는 아버지를 뒤로 한 채 아들 곁에서 숙식을 하며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형 김영록 씨가 그의 두 아들을 돌보며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지만, 동생의 병원비로 이미 살고있던 집마저 처분해 버리고 지금은 여섯 식구가 두 칸의 월세방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남은 가족들의 생활비와 앞으로의 병원비를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지만, 혼자 계시는 아버지 댁과 동생의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어야 하는 탓에 형 영록 씨 역시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영록 씨의 아내 또한 결핵 진단을 받으면서 그의 어깨는 더 무겁습니다. “멀쩡하던 동생이 아파서 저렇게 누워있는 것을 보면 안됐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고 누워있는 동생이 가족들 중 가장 속 편한 입장입니다.”는 형의 입에서는 한숨만이 새어나올 뿐입니다.

병원에서도 이제 더 이상의 차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그나마 상태가 좋은 날이면 식구들 목소리에 눈 깜박임으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건록 씨를 보며 식구들은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온전하게 툴툴 털고 일어나기를 바라면 욕심이겠지요. 다만 일어나서 혼자 걸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라는 김영록 씨.

김건록 씨를 향한 식구들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