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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엄마라서 너무 미안해(2016년 4월호)
편집부 (light22)
2016/04/28  11:3 946

입춘이 한참 지났는데도 여전히 쌀쌀한 날 오후, 보일러 고장으로 한 달 가까이 난방을 하지 못해 차디찬 방에서 지내고 있는 장 안나(성바울로성당) 씨를 만났습니다. 장 안나 씨는 6년 전 이혼한 뒤 세 자녀와 살면서 하루 3시간만 자고 식당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보증금 3백만 원에 월 30만 원의 세를 주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새 여러 차례의 도둑이 들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결정하긴 했지만 지금보다도 저렴한 셋방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고 또 그동안 병원수술비 등으로 쌓인 빚도 2천만 원이나 되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은 안나 씨에게는 특히 아픈 손가락입니다. 어릴 때부터 뇌수막염 등 온갖 병치레로 네 번의 수술과 30회가 넘는 입원으로 병원에서 살다시피 한 아들은 열 살 때까지 말을 못하다가 안나 씨의 열성과 노력으로 10년 넘게 복지관 등에서의 심리치료를 통해 4년 전부터 겨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자폐증상이 있어 지속적인 심리치료와 언어치료가 필요하고 치과치료 또한 절실한 상태인데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비싼 치료 비용에 안나 씨의 시름은 점점 깊어갑니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안나 씨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픕니다.

게다가 이제는 안나 씨의 건강마저 위험 수위에 도달했습니다. 식당 보조일을 하다가 저혈압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가 하면 허리디스크에 뇌병변 진단, 심장과 신장, 간 기능도 좋지 않습니다. 또 유방암이 의심되어 조직검사 권유를 받았지만 아이들 생각과 병원비 생각을 하면 병원 문턱은 쳐다보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긴 고통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안나 씨에게는 어느새 우울증세까지 생겨 그녀의 삶은 더 무겁기만 합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나아지기는 커녕 더 어려워지는 형편에 두 딸의 학교생활도 힘들고 온전치 못한 아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 때면 “차라리 제가 그 고통을 대신 받으면 좋을 텐데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만 흘리는 안나 씨. 언제쯤이면 이 고통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그런 날이 오기는 할지 아득한 상황에서도 주님께 성모님께 의지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안나 씨와 그 자녀들이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애독자 여러분의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