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불 시린 날에는
창백한 낮달이 내려와
징검다리 건너 절며 오는 봄을
기다립니다.
세상은 아직 깊은 잠 속에 있고
바람은 새하얀 부리로
춘설春雪을 쪼아먹고 있는데.
창틈 비집고
아침 마실 나온 햇살이
주름진 치마폭에 언 손 녹이고
뜨거운 찻잔 속 매화 향기가
지친 하루 우려내면.
꽃 진 자리마다
가까운 이웃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 약력: 『시와 의식』 신인상으로 등단. 제6회 국제펜클럽 대구아카데미문학상, 매일시니어문학상 수상. 대구여성문인협회 6대회장 역임. 시집으로 『억새는 바람에도 눕지 않는다』, 『강물에게 길을 묻다』 외 여러 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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