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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오다
세한(歲寒)


글 윤경희(루피나)|시인, 대천성당

 

달빛에 끌려나온 개가 개를 쫓아가고

눈부신 간판 불빛에 실명한 길고양이가

골목을 난도질하는 바람의 날개를 쫒는 밤

 

하루를 등에 맨 가장 찬 문턱을 넘는다

분주한 누군가의 삶이 쓰레기봉지에 묶여

어둑한 전봇대 밑에서 노숙자처럼 앉은 밤

 

휘고 오그라든 빈곤한 나뭇가지들이

종일 끓어 넘치는 국밥집 온기에 몸 기댄다

허기진 불면의 도시 주린 배를 채워주는 밤

 

* 약력 : 2006유심신인문학상, 2014 대구예술상, 2015 이영도문학상(신인상) 수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 시조 시인회의, 영언동인, 유심동인,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편집국장 역임. 현재 대구예총 편집위원. 시집으로 비의 시간, 붉은 편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