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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상담실 이야기


글 이관홍(바오로) 신부|가톨릭근로자회관 부관장

매 주일 수백 명의 이주민들이 가톨릭근로자회관을 찾습니다. 평일에는 대부분 일을 하기 때문에 주일에 회관을 찾아서 미사도 참례하고, 친구도 만나고, 고국에 송금도 하고 치과나 의료 진료실을 찾아 아픈 곳을 치료받습니다. 이주민들이 주일밖에 시간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회관 직원들은 주일에도 이주민들을 기다리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주일에 근무하고 다른 평일에 휴무를 하지만 주일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에 항상 미안하지만 기쁘게 일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특별히 상담실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주일이면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청소부터 시작해서 미사, 전례 준비 그리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상담하러 오는 이주민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담실은 오고 가는 말부터 다릅니다.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 타갈로그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등 상담실은 한국인지 다른 나라인지 혼란스러울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이주민들이 겪는 모든 어려움이 상담실에서 이야기되고, 해결되고, 때로는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들일지라도 함께 아파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임금 체불, 퇴직금, 직장 이전, 미등록 노동자 의료지원 및 자녀 출산, 범죄 피해 등의 문제로 상담실을 찾습니다. 하지만 결혼한 이주여성들은 자녀 교육 문제, 부부간 갈등, 가정 폭력, 친정 부모 초청 등의 문제로 상담실을 찾습니다. 저희 상담실을 자주 찾는 단골(?)들이 종종 있습니다. 팍팍한 한국살이를 하면서 상담실을 찾는 일이 없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상담실을 자주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에서의 삶이 힘들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베트남에서 온 O씨는 유난히 자주 회관을 찾는 이주노동자 중에 한 분입니다. O씨는 다른 여러 베트남 친구들과 함께 철강업체에서 용접 기술자로 일을 하고 있는데 수년 전부터 상당한 금액의 임금체불을 비롯해서 퇴직금 문제 등으로 상담실을 자주 찾고 있습니다. 본인의 문제뿐 아니라 자신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친구들을 데리고 올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 O씨와 상담을 한 직원은 “O씨! 안타깝게 자꾸 돈을 떼이고 다녀요. 이제 상담실에 안 와야지요.”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O씨를 비롯해서 열심히 일하고도 미등록 체류자(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받아야 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퇴직금조차도 받지 못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보면 참 딱할 때가 많습니다.

종종 상담실에는 뜻하지 않는 손님(?)들이 오기도 합니다. 바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업체의 간부들이나 사장들입니다. 때로는 “불법 체류자들 월급이나 퇴직금 받아주고 먹고 사냐?”라고 소리치기도 하고, “절대! 한 푼도 못준다.”며 고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참 딱한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가 너무 어려워서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없냐고 부탁하기도 하고, 회사가 부도가 나서 퇴직금을 모두 못 줄 상황이라고 이해를 구하기도 합니다. 월급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이주 노동자들도 딱하지만 정말 회사가 어려워 고민하는 회사 간부들이나 사장들도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혼이주여성들도 참으로 다양한 사연들, 다양한 고민들을 안고 상담실을 찾습니다. 예를 들면 남편과 의사소통도 자유롭지 못하고 타국에서 홀로 살다보니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있고, 베트남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은 아내와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회관을 찾아 상담을 받고 베트남어를 배우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저희 회관 상담실에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능통한 필리핀, 베트남 상담사 선생님도 계시고 베트남 수녀님도 계시기에 결혼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면서 보다 더 사목적으로 그들의 지치고 외로운 영혼을 어루만져 주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자세는 ‘환대’입니다. 말 그대로 반갑게 맞아 후하게 대접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담실에서는 매 주일 환대가 이루어집니다. 물론 이주민들을 상담하고 도와주는 다른 상담소나 다문화 센터들이 있지만 저희 가톨릭근로자회관 상담실에서는 직원들 모두가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이주민들 삶의 밑바닥에 있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도와주고, 또 해결해주면서 이주민들의 현실적인 문제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해줄 수 없는 영적인 위로를 전해주는 사목적인 일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주민들의 문제들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지 못해서 가슴 아파하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민하고이주민들을 홀대하는 사업주나 결혼이주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 남편들로부터 차마 입에 올리기 어려운 욕설을 듣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희 근로자회관 상담실 식구들은 모두가 다 꿋꿋하게 착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만나는 상담실 식구들이지만 지면을 빌어 그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환대를 더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들의 기도를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