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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 현장을 가다
내당성당 임마누엘 공동체


글 김선자 미카엘라 | 내당성당 임마누엘 공동체 대표

 

1. 공동체의 해체

저희 공동체는 한 번의 큰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금부터 2년 8개월 전에 공동체가 해체된 일이었습니다. 왜 해체가 되었는지 그 원인에 대해 잠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때 저희 공동체는 11명의 구성원이 있었는데 개별 공동체가 성당에서 하던 일을 다 해야만 했기 때문에 그 일을 나누어 해야 했습니다. 구성원 11명 중에서 사제의 사목 방침이기 때문에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각자의 임무나 활동을 나누어 해야 했을 때 공동체의 본질적인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어서 활동할 때마다 편리주의나, 수고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실천 내용을 잡아갔고 그렇게 행동하는 바람에 모든 일들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소공동체가 무엇인지 이해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소공동체 교육 자체가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았고 거기다가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 간의 배려가 없었기에 일치가 될 수 없었습니다. 또한 40대 초반의 젊은 구성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공동체 모임 후 술자리에서 무엇인가 결정해 버렸고 이런 결정들이 복음적일 수 없어서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휴식기 3개월을 가져 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시 생각해 보자고 했던 것이 1년 8개월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2. 공동체의 재탄생과 공동체 가족 이야기

공동체 해체 이후 저희도 공동체를 다시 하고 싶었는데 소공동체를 이해하는 구성원이 너무 적어 망설이고 있던 중 지금의 박강희 안드레아 주임신부님께서 부임하셔서 공동체 일로 면담을 하셨고 저희들에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다시 공동체를 시작해 보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다시 4명이 공동체에 모였습니다. 이때부터 소공동체에 한 번이라도 참석하신 분들 중심으로 일일이 전화를 드렸고 수소문하여 교우들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2개월 후 4명의 공동체는 1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출발할 때 3세대만 소공동체 모임 장소를 제공했는데 현재 8세대가 자기 집을 개방하여 소공동체 모임 장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동체의 재탄생 과정에서 저희가 역점을 둔 것은 지난번 공동체 해체의 원인을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점을 기본 원칙으로 정하였습니다.

 

첫째, 서로 배려하기. 둘째, 소공동체의 활동을 할 때 어떤 형제자매가 잘못을 하더라도 그들을 충분히 기다려 주기. 셋째, 우리 공동체에서는 빈부, 재능, 나이 등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기죽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공동체에 참석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기 등에 역점을 두고 출발하였습니다.

 

먼저 경제사정이 어렵거나 소공동체가 부담스러워 적응을 못하는 교우들부터 관심을 가지고 그분들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든다면 다자녀를 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매가 있었습니다. 이 가정에 음식을 만들어 전달하였고, 아이들을 위해서 이불을 만들어 주고, 집안 수리를 도와주고, 본당과 교구의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었고 두 아이들은 본당 공부방과 연결해 주었고 큰딸에게는 장학금을 받도록 했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다른 지역에서 크게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여 우리 공동체로 전입을 온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그분들의 아픔 자체나 그 전에 살아 왔던 생활수준, 환경 때문에 우리 동네, 우리 공동체에 와서도 전혀 마음을 열지 못했고 적응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어르신 댁에서 식사 초대를 하고 축일도 챙겨 주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가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인사하고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복음 나누기 시간에 이 자매님이 “함께”라는 단어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사실 나는 자존심만 내세우고 있는 척 가식적인 행동을 했습니다. 내 형제보다 나를 더 배려하고, 애쓰고 마음을 주고 조건없이 이웃에게 봉사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며 마음을 비우기로 했습니다. 이제 여러분과 함께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싶습니다.” 라고 나누었습니다. 그 시간이 그분에게는 처음으로 자기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 시간이었고 나머지 공동체 구성원은 그 부부가 드디어 마음을 솔직하게 열어 주신 그 점이 너무 감동스러워 모두가 펑펑 울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 하나를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공동체에 70대 형제님이 계셨는데 소공동체라는 것은 처음 참여해 보시는 분이었는데 지금 10개월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공동체 모임에 참석하시긴 했지만 어떤 것도 참여하지 않으셨고 오로지 미소만으로 모든 활동을 끝내신 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 본당 위령회가 새로 구성되기에 소공동체 위령위원으로 거기에 참석해 보시길 권해 드렸습니다. 본당 위령회에 다녀오시면 우리 공동체에 돌아 오셔서 전달 사항이나 결정 사항을 전달하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본당 위령회 부위원장과 시설위원장까지 맡으시고 그렇게 침묵으로만 일관하던 그분이 성경을 읽고 나누기를 누구보다도 잘 하시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어려운 가정사까지도 이야기하시게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저희로서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3. 우리 공동체의 활동이야기

우리 공동체가 활동한 몇 가지 사례를 말씀해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5월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공동체가 결정한 것은 동네 공원에 나와 계신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떡, 방울토마토, 커피, 음료를 대접해 드리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 공원에 계셨던 70여 분의 할머니들께서 얼마나 고마워하시며 칭찬을 해 주셨는지 우리가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이날 활동을 함께 한 공동체 가족의 변화를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 이 일을 제안 했을 때 몇몇 공동체 가족은 내키지 않은 반응을 보이셨지만 할머니들의 반응을 보고 난 뒤에 이런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섰고 선교활동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하였습니다.

 

두 번째 활동 사례입니다. 우리 공동체에서는 네 분의 재가복지 대상자가 계십니다. 그중 한 분은 86세 할머니이십니다. 이분은 가족이 거의 방문을 하지 않으시고 아주 작은 방 한 칸에 자물통을 걸어 두고 사시는 분이신데 저희 돌봄 대상자이셨기에 매달 1회 방문 하다가 나중에는 2~3회로 늘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할머니도 처음에는 그냥 고맙다고 인사 정도만 하셨는데 나중에 저희 공동체의 재가 복지위원인 제 남편의 전화번호를 입력해 드리고 무슨 다급한 일이 있으면 전화 하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전화를 하지 않으시다가 방문 열쇠를 잃어 버려 방에 들어가실 수가 없는 사정이 생겨 전화했을 때 남편이 달려가서 자물통을 뜯어내고 새로 달아 드리면서 그분과의 개인적인 깊은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아들처럼 생각하시면서 할머니가 불편하신 모든 것을 다 말씀하셨고 우리는 자녀처럼 달려가 도와 드렸습니다. 완전한 가족처럼 되었습니다. 죽도 만들어 드리고 안부는 일상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이번 여름 폭염의 어느 날 할머니가 우리 집에 까만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오셨습니다. 이번에도 무슨 큰일이 난줄 알고 뛰어 나갔더니 더운데 아이스크림 먹고 하라며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오신 것입니다. 그때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가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할머니가 정말로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우리 소공동체가 이웃을 향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새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활동 사례는 야간 방범 봉사입니다. 이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소공동체 나누기 시간에 복음화가 되려면 이웃과 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지역사회에서 할 일을 찾아보기 위해 통장을 찾아가 이 동네를 위해 할 일이 없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동네에서 야간 방범 봉사의 손이 많이 부족하다고 그것을 도와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일주일에 2회 두 사람이 1시간 30분 동안 순찰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야간 방범 활동을 하면서 체크해야 하는 것은 가로등 고장, 보도블럭 이탈 등 주민의 불편한 사항을 체크하고 늦게 귀가 하는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 경찰서에서 사고 난 곳에 대한 집중적 관찰 요구에 대한 응답 등의 일입니다.

 

이상으로 저희 소공동체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상황과 일을 말씀해 드렸습니다. 이것은 저희가 하고 있는 일 중의 몇 가지 사례입니다. 무엇보다도 저희가 소공동체를 하면서 이제 예수님 제자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바쁜 현대생활 속에서, 그리고 지독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안에서 평신도가 무엇을 어떻게 사명을 다해야 하는지,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배우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기도 하고 예수님의 사랑과 삶을 깊이 알아가는 계기가 되어 행복도 함께 체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