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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이야기
“평화와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에 힘을 쏟읍시다.”
- 로마 14,19


글 장숙희 루시아 수녀 | 민족화해위원회,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우리는 새해 첫날을 성모님과 함께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평화의 날’로 지냅니다. 처음, 첫날, 첫 마음으로 ‘평신도 희년’을 지내는 우리 신앙인들이 평화의 날로 시작하는 이 한 해 동안 모든 이에게 ‘평화’를 전하는 사도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포항 지진을 겪으며 또 북미 간의 대결과 그에 따른 긴장 국면에서 불안하게 지냈기에 더욱더 안전과 평화에 대한 갈망이 커졌습니다. 같은 한민족, 형제자매로서 화해와 협력, 대화가 날선 긴장과 불안을 완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우리는 이전의 경험으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개인이든 지역 사회, 나아가 국가 간에도 이해하고 소통하려면 서로 존중하는 태도 안에서의 대화가 중요합니다. 이는 가톨릭 신자와 선의(善意)의 모든 이들이 한마음으로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는 신앙적인 측면에서 가장 궁극적인 가치, 즉 정의, 진리, 사랑, 화평 등을 말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어 한 가족을 이루고(창세 1,28) 있기 때문에 평화와 정의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합니다.(『천주교 용어사전』 ‘평화의 날’ 참조)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진정한 평화는 우리 곁에 더 가까이 머무르며 커져갈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평화의 원천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참 평화를 주시기를 간절히 청해야겠습니다.

‘먼저 온 통일’이라고도 일컫는 우리 이웃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로서 이제는 남한 사람이 된 사람들입니다. 남과 북 모두를 직접 체험한 이들은 지금으로서는 북한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입니다. 또한 남북한 교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자유왕래가 이루어질 때 우리를 북한사람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더욱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점점 커져 가지만 정작 북한이탈주민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신분에 대해 언급하거나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개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해 매스컴에서 소개하는 한정적인 정보의 영향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차별적 태도 때문이라고 봅니다.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는 일부의 북한이탈주민들을 통해서 이분들을 알게 되는 우리의 생각은 대개 이렇다고 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탈출해 온 불쌍한 사람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간 중국에서의 도피생활 등을 겪은 탈북민, 우리나라에 와서 얻게 된 이름 새터민, 경제적, 사회적 약자 등등. 물론 그러한 면도 있지만 이분들의 신원에 대해 위와 같이 규정한다면 우리에게 돌봄의 대상이 될지언정 이웃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언어를 쓰는 우리 민족, 하느님 안에서 형제자매인 우리가 통일의 그날이 오면 두 손 잡고 북녘 땅에 같이 갈 것입니다. 앞으로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우리 이웃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 모두와 함께 계시기를 빕니다. 아멘.”(로마 15,33)

 

* 이번 호부터 새로 연재되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장숙희 수녀님은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소속으로 민족화해위원회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