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볼리비아 상 안토니오 본당의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프로젝트 이야기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프로젝트〉그리고 ‘건강한 지붕과 벽 프로젝트’


글 김동진 제멜로 신부 | 볼리비아 상 안토니오 본당 주임

 

한국교회에서 밀가루 신자들이 사라진 지 오래지만 여기 볼리비아 산골마을에서는 밀가루 신자는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이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신자들은 사방 100킬로미터 원시림 안에서 유일한 기댈 곳인 교회를 찾아오고, 늘 그들을 응대하는게 주요 일과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얼마 전 어느 월요일도 어김없이 본당신부인 나를 새벽부터 찾아온 이들이 있다. 미국 한인교포 청소년 미션 팀의 ‘사랑의 집짓기’ 프로젝트가 끝나고 보좌신부님과 신학생들이 도시로 휴가를 간 후라 하루 조용히 사제관에서 쉬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새벽부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한참을 미적거리다 결국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한 가난한 중년 부부가 도움을 청한다는 내용의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사정인즉슨 현재 풀과 진흙으로 된 집에 살고 있는데, 미국 교포 청소년 봉사 팀이 지어준 그런 작은 방 한 칸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었다. 가난한 이의 부탁이었지만 부끄럽게도 너무나 피곤한 상태였고 적지 않은 건축비용과 흙집에 사는 이들이 몇 백 명 이상 있기에 선정 문제 등등 수십 가지의 복잡한 상황과 사정들이 생각나서 그들의 청이 짜증스럽게 들려왔다. 그래서 조금 짜증스럽게 “집 프로젝트는 하지 않습니다.” 하고 단번에 거절해 버렸다. 그리고 문을 닫고 들어와 누우니 마음이 불편해 하루 종일 쉬었는데도 쉰 것 같지 않았다.

그 후로도 미국 교포청소년들이 두 집을 지어준 걸로 인해 본당에서 집을 지어준다는 소문이 퍼져 가난한 이들로부터 수많은 청원서가 들어왔고 그들 상황을 아는 본당신부로서 마음고생을 조금하였다.

  비용은 정해져 있고 할 일도 많지만 우선순위는 우물과 자립사업인 목장으로 정해져 있고 수많은 생각과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되어 욕심을 버리자고 스스로 다독이면서도 ‘주님 어떡합니까?’ 혼잣말을 버릇처럼 되뇌었다.

그러던 중 지난 수요일 너무나 마음 아픈 소식이 전해졌다. 새벽부터 상 로렌죠 공소회장으로부터 장례가 났다기에, 공소 어르신 중 한 분이려니 생각하고 누구냐고 물으니 “신부님, 비르히니아가 갑자기 죽었습니다.” 라는 답이었다. 지난주에도 공소 성가대에서 신랑과 함께 미소 지으며 열심히 노래부르던 행복했던 젊은 신부의 죽음이었다.

죽음의 원인은 바로 남미의 에이즈라 불리는 흙집의 벽에 알을 까고 사는 빈추가라는 벌레가 옮기는 병인 말데차가스로, 말데차가스는 임신을 하게 되면 심장에 더욱 부담을 주어 위험하다고 한다. 위험을 알면 서도 젊은 부부는 아기를 원했고, 지난 새벽에 심장 통증을 느끼고 한 시간도 안 되어 운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열린 관을 앞에 놓고 벨로리오라는 상장예식을 하는데, 아직도 만 스무살의 생기있는 얼굴이 살아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고 오열하는 새신랑으로 인해 너무나 가슴이 아파왔다. 이곳에서 선교사제로 살다보면 무엇이 더 우선인지 모를 때가 있다.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고 할 일은 너무나 많고 더이상 무리인 줄 알면서도 욕심인지 아니면 그분의 부르심인지 알 수 없지만 욕심과 더 많은 꿈을 계속 꾸어본다.

사실 이번 달부터 연재하는 〈빛〉잡지의 이 꼭지 제목은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이다. 왜냐하면 지난 휴가를 통해서 공식 모금한 목장과 우물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빛〉잡지를 통해 모든 후원자 분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선교사제는 염치 같은 건 없어야 하기에, 염치없지만 꼭지 제목에 한 문장을 더 첨가하고 싶은 마음이다.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그리고 ‘건강한 지붕과 벽 프로젝트’라고. 모두 모두 끝없이 꿈꾸고, 넘어져도 일어서며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프로젝트 후원 :  대구은행 505-10-160569-9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조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