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나의 선교이야기
민들레 홀씨처럼 그리스도의 향기를 이 세상에


글 김민자 마틸다|흥해성당 사무장

 

표현할 길 없는 하느님의 사랑과 교우들의 넘치는 배려덕분에 사무장으로서의 저의 삶은 하루하루가 새롭고 행복합니다. 실수투성이에 부족하기 그지없는 저를 도구로 써주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것들이, 모든 일들이 소중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저에게 펼쳐진 모든 일들은 시급의 다툼은 있어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주님께 도움을 청하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비록 제가 교구에서 최우수 선교상을 받기는 했지만 평상시 선교적 삶을 살아가는 교우분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교…. 호흡하듯 자연스럽게 두근거리는 설렘과 표현할 길 없는 아련한 사랑을 삶으로 전하는 선교를 희망해봅니다. 저는 월요일마다 활동계획표를 세워서 선교 및 냉담 교우들을 방문하고 있으며 평일에는 점심시간 또는 퇴근시간을 이용해 가까운 이웃을 방문합니다. 때로는 개성이 다른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활동방법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노트나 메모지에 대상자의 이름을 차례로 적어보기도 하며 그분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참된 자녀로 거듭나기를 기도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활동을 하면서부터 선교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하느님 흉내를 낸답시고 사랑으로 다가가 보기도 하고 인간적인 이해를 돕는다고 짧은 지식을 이용하여 다가가 보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들이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언제나 주님의 돌보심과 부르심이 있을 때 저 자신은 그러한 은총을 받은 이들에게 성당이 어디에 있는지 안내할 수 밖에 없음을 느끼면서도 혹여 노력이 부족하여 안 되는 것은 아닌지, 또 제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어 남몰래 울기도 하면서 무수히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반복했었습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봉헌하고 저 나름의 최선만 다 하면 될 터인데 아직도 그러지 못해 애태우며 활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더욱 가슴이 아린 것은 하느님의 사랑이 꼭 필요해 보이고 하느님께 의지하면 많은 위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그 사랑을 충분히 전하지 못하고 인도하지 못할 때가 가장 가슴이 시립니다. 하지만 그 또한 저의 판단이고 욕심이고 집착임을 금방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추수 시기는 그분의 때가 있음을 느끼며 열심히 씨를 뿌리려고 노력합니다.

 

씨를 뿌려야만 두근거리면서 파종을 기다릴 희망이 있습니다. 그분의 수확시기가 되면 그분은 저를 부르시든지 누구를 보내시든지 수확하게 하실 것입니다. 누구를 어떻게 하시든지 모든 것은 그분이 알아서 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활동 중에 느끼는 이러한 미묘한 감정도 주님께 대한 미성숙한 사랑의 표현이며 공동체의 살아 움직이는 관심이라 생각되어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무엇보다 제 경험으로는 자연스럽게 좋은 습관이 붙어 무엇을 한다(선교를 하러 간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매초마다 현실에 충실할 때까지 목표와 대상자 선정, 그리고 말을 붙이는 과정까지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불가능하지만 그분께는 가능하신 일이니 그 믿음 하나로 항상 기도드리며 도움을 청합니다.

 

- 대상자 선정은 가족과 이웃에서 만나는 사람 중 누구에게나 친교가 필요합니다. 말을 붙이는 과정도 처음에는 어렵지만 한두 번 시도하다 보면 그 후로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 시선을 선교에 맞추어 보십시오. 선교책자나 평화방송 청취 등 생각과 활동을 그쪽으로 이끌어줍니다. 우리가 시선의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 어렵게 인도되어 중간에 그만두더라도 실망하지 마십시오. 그 또한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나약한 우리의 모습임을 인정하시면 됩니다.

-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대상자를 찾는 일 또한 필요합니다. 힘들 때 힘을 주시고 교만해질 때 하느님 앞에 기도하도록 해주십니다.

- 활동 중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라 지식으로 다가가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들어주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도록 하는 자세가 더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간혹 제가 특별한 탈렌트를 받은 것 같다고 부러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특별한 탈렌트보다는 하느님께 그러한 은총을 주시기를 항상 기도하고 있고 노력하며 여러 가지 상황에서도 일어서는 방법으로 저 자신을 비우는 작업들을 계속하면서 사랑이라는 먼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저에게 선교는 하느님께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이며 예수님께서 이 고을 저 고을 다니시면서 선교를 하셨기에 저 또한 마땅히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밥을 먹어야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맛이 있어서 먹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먹기 싫어도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선교 또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목욕탕에서의 선교를 좋아합니다. 겉치장의 모습에서 판단되는 사고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고 하느님이 공평하시다는 것도 조금은 어렴풋이나마 느끼는 시간입니다. 휴식을 취하면서 자연스럽게 등을 밀어주며 주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가 있는지 보게 됩니다. 선교는 선행과도 밀접한 관계에 놓이므로 자연스럽게 대상자를 발굴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시골이라 때로는 감자나 채소를 목욕탕에 맡겨두기도 하고 요쿠르트나 음료수를 얻어먹기도 합니다. 목욕탕도 여러 군데 있으므로 장소를 바꾸어 가기도 합니다. 저의 휴일인 월요일처럼 시간이 여유 있는 날은 시장 부근의 목욕탕을 이용합니다. 할머니들이 많이 오시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체력소모를 위하여 식사를 든든히 하고 갑니다. 어떤 날은 동네 할머니들이 나란히 오셔서 일곱 분의 등을 밀어드리고 한자리에서 씨 뿌리는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열심히 레지오 활동하시는 할머니의 경우 몇 해 전 목욕탕에서 만나 며느리와 손녀까지 다 세례를 받았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은 계획대로 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것 같습니다. 슈퍼마켓이나 병원 방문 중에 또는 길가에서 눈이 마주치는 경우…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시선을 선교에 두고 상대방의 행복을 바란다면 결코 시간이 없음이 아닐 것입니다.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타인에게 전한다면 선교는 결코 힘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신앙이 있어 무척 행복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상대방의 기쁨에 저는 가슴이 뛰고 힘들고 어려운 이를 보면 눈물이 나도록 가슴이 아픕니다. 인생이 라는 긴 행로에 매일 즐겁기만 하겠습니까? 인간의 한계에 어찌할 수 없을 때, 수없이 힘든 날들이 반복될 때 신앙 안에서 꿋꿋하게 잘 이겨내는 경우들을 저는 자주 봅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매일이 고통인 사람들과 일상이 실제로 그러한 사람들, 시기와 질투로 내 마음이 뒤틀려 상대방의 사랑을 발견하지 못하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채 앞만 보고 가다보니 상처를 주게 되고 또 상처를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는 이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당연하다고 느꼈던 일들, 무상으로 받은 모든 선물들이 더없이 감사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저는 신앙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미안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는 과정에 있고, 선교활동을 하는 그 시간이 어느 때보다도 행복합니다.

선교는 제 삶의 활력소이고 매초마다 호흡하듯 제 삶에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사랑의 전염성이 강한 선교가 저를 통해, 우리 모두를 통해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로 피어오르기를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