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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상 안토니오 본당의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프로젝트 이야기
마르지 않는 우물, 희망의 목장


글 김동진 제멜로 신부 | 볼리비아 상 안토니오 본당 주임

 

2019년 기해년 첫해가 밝았습니다. 먼저 지구 반대편 볼리비아 산골마을에서 모든 〈빛〉 잡지 독자분들과 교구민들 가정에 하느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작년 12월호까지 볼리비아 ‘마르지 않는 우물 1차 프로젝트’의 전말을 알려 드렸습니다.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1차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치고 이제 지하수개발 2차 프로젝트를 올해 3월에 다시 시작하려 계획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기도와 도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꼭지의 제목이 〈볼리비아 마르지 않는 우물, 희망의 목장 프로젝트〉 이듯이, 한 번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희망의 목장 프로젝트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르지 않는 우물 프로젝트가 짧은 기간 아주 극심한 스트레스를 저희 두 명의 신부에게 가져왔다면, 희망의 목장 프로젝트는 긴 기간 결코 끝나지 않는 스트레스를 저희 신부들에게 주고 있는 사업입니다. 물론 이는 가축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젊은 신부들의 작은 투정일 뿐, 본당과 마을을 먹여 살릴 큰 희망의 프로젝트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먼저 희망의 목장 프로젝트의 현황을 말씀드리자면, 목장시설은 전체 면적 100헥타르에 초지 면적 60헥타르, 둑 하나, 100두 수용 가능한 가축우리 2개와 일꾼들이 쉴 수 있는 작은 집 한 채, 착유실 하나, 돼지우리와 돼지 방목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목장의 가축 현황은 총 104두의 최고 종자 젖소와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청으로 비육하는 돼지 30여 마리와 방목 소몰이용 말 두 필이 있습니다. 현재 목장의 생산현황은 한 달에 300킬로그램 정도의 치즈와 가축 대여사업으로 나가게 될 송아지들입니다.

 현황을 적어 놓고 보니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인공수정을 통한 종자개량과 우리 개선, 초지 개선, 건기를 위한 엔실러지 사료제조, 가축은행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축산농민들과 일꾼들의 교육 등등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하지만 정말 여기 오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소를 키우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 독자들 중에서도 혹시 축산 농민이 있으시다면 공감하시겠지만, 소를 키운다는 것은 정말 생각보다 엄청나게 복잡한 일입니다. 방목 소 길들이기, 각종 예방접종, 양질의 초지조성, 가축 사료 제조, 엔실러지 사료를 위한 옥수수재배, 퇴비 만들기, 둑과 급수시설 만들기 등등 목장 내부의 일뿐만 아니라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가축에 문외한인 외국인 사제들이 오직 젊은 혈기로 100헥타르의 원시림을 벌목하고 합법적인 목장을 만든다는 것은 때때로 분노와 좌절을 가져오는 일이었습니다.

낮에는 미바회에서 사주신 차량으로 2년 반 동안 10만 킬로미터를 탈 정도로 매일 밀림 속 30개 공동체에 미사를 하러 다니며 영적인 목자(牧者)로 살아가고, 밤에는 성경이 아니라 목축업(牧畜業)에 대해 공부하며 목동으로 살았으니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아니라 주목야목(晝牧夜牧)의 삶을 살았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곤 합니다. 포기하고 싶은 날도 많았지만 힘든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이제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 카리타스와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그리고 수많은 교구내의 개인 후원자분들과 기업후원, 모금을 허락해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여러 본당의 주임신부님들과 대주교님, 보좌주교님께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우리 대구대교구의 역사에도 예전에 빈민구제를 위해 하양지역에 목장을 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목장의 이름은 ‘무학 목장’이었습니다. 수 지 영거 혹은 양 수산나 여사로 알려져 있는, 지금도 우리교구에서 활동하시는 영국의 스코틀랜드 출신 평신도 선교사와 돌아가신 이임춘 신부님이 함께 1960년대 무학산을 개간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교구 사제로서 60여 년 전 하양지역의 빈민들을 위해 교회가 했던 사회사업을 이곳 볼리비아에서 이어간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마을 사람들에게는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목장이 조금 더 자리를 잡게 되면 축복식과 함께 ‘무학’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려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원시림 사방 100킬로미터 안에 있는 볼리비아 최초 인디언 보호 구역의 희망의 ‘무학목장’! 다음 호부터는 볼리비아 무학목장을 조성하기까지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연재 해보려 합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빛〉 잡지 독자 여러분과 교구민, 그리고 모든 후원자들께 기해년 새해 주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프로젝트 후원

대구은행 505-10-160569-9 재)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조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