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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과 응답
거룩한 부르심, 아름다운 부르심


글 김 조안 수녀 |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성소담당

 

“주님, 제 입술을 열어주소서.”

“제 입이 당신 찬미를 전하오리다.”

새벽녘, 사방이 어두움에 덮여 있을 때 그 고요함을 가르며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주님을 향한 찬미의 노래로, 세상을 위해서, 모든 이들의 구원을 위해서 바치는 기도로 우리의 하루는 시작됩니다.

 

“베네딕도회의 영성은 무엇인가요?”

많은 이들이 묻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바로 ‘하느님을 찾는 삶’입니다. 나에게 주어지는 일상의 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것, 기도할 때는 깨어서 주님의 현존 안에 머물고, 일할 때는 일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완전한 침묵 안에서 ‘홀로’ 하는 것입니다.

또한 베네딕도 성인의 가르침을 따르는 우리 회의 수도 삶은 ‘수도 규칙과 아빠스(장상) 아래서 공동체를 형성하여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와 함께 하느님을 찾는 삶’입니다. ‘기도하며 일하라.(Ora et Labora)’는 가르침 안에서, 영적인 것과 노동의 조화 속에서 하느님을 찾는 삶입니다. 이것은 나를 내려놓고 공동체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제 소임은 성소담당입니다. 소임의 특성상 전례 피정을 통해, 매월 모임을 통해, 또 다른 만남의 시간을 통해 많은 젊은이들을 만납니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베네딕도회의 전례는 바쁨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들의 삶에서 파격이지만 내 마음이 향하는 곳, 내 눈이 바라보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알려줍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께 열려 있게 하십시오. 어떠한 상황에서든 하느님을 향하십시오. 여러분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시는 성령의 힘이 있으니 낙담하지 마십시오. 결국, 성덕은 여러분 삶 안에서 맺어지는 성령이 열매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기쁘하고 즐거워하여라」 15항 중에서)

 

베네딕도 성인은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맞아 들이라고 하십니다.(규칙서 53장) 어느 수녀님께서는 누군가 수녀원 문을 두드릴 때마다 “어느 그리스도께서 오셨나?”하며 나가셨다고 합니다. 수도원을 찾는 이들이 누구이든, 그들이 찾고자 하는 것은 하느님의 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자연 안에서, 기도 안에서, 내면의 깊은 곳 안에서, 자비하신 그분의 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팍팍한 마음에 생명의 물이 부어져 주님의 마음을 닮을 때 그 마음을 이웃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바로 거룩한 부르심, ‘성소’의 때이며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각자의 마음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주님께서는 수녀원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큰 선물을 주십니다. 한 영혼에게 주어지는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견뎌낼 힘과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시고, 기도와 성찰을 통한 내면의 울림은 은총이 되어 환한 웃음으로 되돌려 주십니다. 그것은 제게도 큰 선물입니다. 함께 울다가 또 함께 웃습니다. 수녀원이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 그 안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영혼의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지나온 모래폭풍 언덕을 뒤로 하고 다시 힘을 내서 걸어갈 수 있는 곳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교황님의 권고대로 ‘모든 이가 거룩한 사람이 되는’ 성덕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7월, 수녀원 정문을 들어서면 있는 구 유치원 건물을 수리해서 성소관과 미소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소관은 거룩한 부르심(聖召)의 집이고, 미소관은 아름다운 부르심(美召)의 집입니다. 성소관은 수도 성소에 뜻이 있는 자매들을 위한, 미소관은 수녀원을 찾는 모든 이들을 위한 열린 공간입니다. 하지만 두 곳 다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청년 · 청소년, 그리고 수녀원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내어주고 있습니다. 편안함과 기쁨이 그들을 환대하며 하느님의 거룩함과 사람들의 아름다움이 함께 움직이는 곳입니다. 거룩함 속에 아름다움이 있고, 아름다움 속에 거룩함이 있음을, 그 모든 것 안에 주님의 성령이 함께하심을 믿습니다.

신학교도, 수도원도 성소자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2천 년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우리의 고민 또한 역사의 한 점에 불과할 것입니다. 주님께로 향한 젊은이들의 마음이 더 깊이, 더 넓게 열릴 때 그때 온 생애를 봉헌할 결심을 넣어줄 것입니다. 모든 것은 주님의 이끄심입니다. 그 이끄심에 저는 작은 도구가 되어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김 조안 수녀님은 2012년 종신서원을 하고, 현재 거룩한 부르심, 아름다운 부르심에 함께하는 이들과 동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