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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성지순례기
남미 성지순례를 다녀와서(3)
- 멕시코, 페루, 파라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글 정은미 레지나|성김대건성당

 

3. 파라과이, 이구아수 폭포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은 리마에서 비행기로 약 6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다. 파라과이는 남아메리카 심장부에 위치한 내륙 국가로 인구 689만 명(2018년 통계), 가톨릭 신자 630만 명(2013년 통계)으로 전체 인구의 90퍼센트가 가톨릭 신자로 국교가 가톨릭이다. 이는 남미가 스페인에 점령된 이후 특별한 선교방법으로 원주민들과 혼혈인(메티즈)들을 감싸고 보호하며 그들의 인권과 자유로운 공동체 삶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예수회 선교사들의 영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오래 전 한국에서도 상영되었던 영화 ‘미션’에서 이러한 과거의 역사를 조금 보여주고 있었다.

 

파라과이 공항에 도착하니 파라과이 한인성당 주임 정도영 신부님께서 마중을 나와 계셨다. 밤 비행에 피곤한 우리 일행은 성당에 도착하여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는 버스를 타고 근처에 위치한 신학교를 방문했다. 열악한 학교시설에도 불구하고 200여 명의 신학생들이 생동감 있게 생활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파라과이는 예수회 소속의 선교지로 대통령보다 주교가 더 존경받는 나라이고 그만큼 가톨릭의 위상이 높은 나라라는 현지 교포사목 중이신 신부님의 얘기를 들으며 신학교 내의 여러 건물들을 구경했다. 우리 순례팀의 방문에 신학교에서 신학생들과 함께 마련한 특별한 점심으로 닭고기 구이와 만디오까(고구마처럼 생긴 야채로 고기 먹을 때 꼭 먹는다고 함)를 준비해 주어서 맛있게 식사를 한 다음, 한인 교우들의 후원으로 새로 짓고 있는 성당으로 향했는데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이곳에 와서 보니 파라과이 교회의 가난한 현실에 한국 교회의 작은 후원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미션’의 현장에서 후원과 나눔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의미 있는 일들을 이루어지게 하는지, 하느님의 무한한 힘을 또 한 번 느낀 시간이었다. 신학교 방문 후 아순시온의 주교좌성당인 메트로폴리타나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드린 후 다음 여정지인 이구아수 폭포가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로 가기 위해 침대버스처럼 편안한 버스를 탔다.

 

황량하고 척박한 땅 페루와 달리 파라과이는 대평원 지역으로 가장 높은 산이 870m에 불과한 숲으로 우거진 비옥한 땅이었다. 아순시온에서 브라질까지의 도로는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의 연속이었다. 파라과이의 아순시온에서 브라질로 가기 위해 버스로 이동하는 길가에는 파라과이 전통복장을 한 여인들이 기름기 없는 베이글 같은 빵을 팔았는데 파라과이 전통 빵 ‘치파’라고 했다. 거리 곳곳에 치파를 파는 아가씨들이 눈에 띄었고, 멀리서 달려온 차들이 잠시 휴식도 취할 겸 간식을 먹기 위해 휴게소에 들어서면 빵이 식지 않도록 천으로 싼 치파 바구니를 들고 기다렸다는 듯이 점원들이 빵을 팔았다. 정 신부님께서 꼭 먹어봐야 하는 빵이라며 달달한 음료수와 함께 담백하고 고소한 치파를 간식으로 사 주셔서 다들 맛있게 먹었다. 브라질 국경에 도착해서는 여권심사를 받은 후 국경을 넘어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밤 11시가 넘어서야 브라질의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브라질에서의 첫 일정은 이구아수 폭포 관광! 호텔에서 아침 일찍 미사를 드린 후 식사를 마치고 이구아수 폭포로 향했다. 이구아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지대를 따라 형성된 곳으로 한 해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국립공원은 워낙 면적이 넓은 곳이라 폭포로 가기 위해서는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열대 밀림의 시원하고 푸른 숲속을 통과해야만 했는데 전체 2.7km의 울창한 밀림은 자연 그대로 너무나 잘 보존되어 있었다. 신이 창조하신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이라고 지칭할 만큼 대단한 이구아수 폭포를 보는 순간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그야말로 가히 장관이었다. 폭포가 가까워질수록 물줄기 소리는 더욱 우렁차게 들려 왔고 27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의 우렁찬 물줄기 소리를 듣고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폭포 속으로 빨려 들어 갈 것만 같았다.

최대 높이의 낙차와 웅장함을 자랑하는 ‘악마의 목구멍’은 폭 150m, 길이 700m, 높이 약 82m로 초당 약 6만 톤의 물을 쏟아 낸다고 한다. 이구아수 폭포 전망대는 폭포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모두가 감동을 받는 곳이라고 했다. 폭포에 가까이 갈수록 물줄기는 더욱 세차게 뿜어지므로 다들 비옷을 입고 전망대로 다가갔다. 영화 ‘미션’을 비롯한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구아수 폭포, 마루꼬 사파리 보트투어를 타고 폭포 가까이로 갈 때는 모두가 소리를 지르며 정말로 신이 났었다. 신이 창조한 자연이 이토록 위대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울 수 있다니 그저 놀랍기만 했다.

 

저녁식사 후에는 파라과이 동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브라질과 국경을 접한 도시로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우다드델에스테에 있는 한인공소를 방문하였다. 아순시온 한인성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계시는 정도영 신부님께서 한 달에 한 번 이곳 한인공소에 오셔서 미사를 드린다고 했다. 우리 순례팀도 이곳 한인성당에서 한인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렸는데 무척이나 반갑게 맞아주고 친절하게 대해 주어 무척 감사했다. 미사를 마치고 조촐하게 다과와 차를 준비해 준 한인신자분들의 따뜻함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문득 지구 반대편 이 먼 곳까지 오셔서 사목을 하고 계신 정 신부님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파라과이의 성지순례는 놀라운 하느님의 창조업적과 과거와 현재에 이루어지는 미션을 통해서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다음날은 규모면에서나 발전량에서나 세계 최대라고 할 만한 이타이푸 수력발전소를 방문했다. 이구아수 폭포와는 14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브라질과 파라과이 두 나라가 협력하여 건설한 댐으로 세계 두 번째로 큰 수력발전소라고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댐에서 흐르는 물의 양이 너무 많고 넓어서 마치 바다처럼 보였는데 사실은 강이라고 했다. 숙소에서 2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타이푸 댐에 도착하여 입구에서 상영하는 안내 영상물을 보고 댐 가까이 다가가보니 댐의 규모와 역할들에 대한 이해가 한층 쉬웠다. 거대한 댐 벽을 따라 발전 터빈이 장치된 원통형의 시설과 물을 막은 거대한 규모의 댐이 인상적이었다. 이구아수 폭포가 자연 안에 깃든 하느님의 엄청난 선물이라면 이타이푸 댐은 그 큰 선물을 잘 활용하여 인류의 선익을 도모하는 기술의 결실이라 하겠다. 댐 관광을 마친 우리는 브라질에서 비행기로 리마로, 리마에서 다음 여정지인 쿠스코로 이동하였다. -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