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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어머니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 〈빛〉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얼마 전에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새벽에 열이 심해 가톨릭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셨다가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몸에 염증이 생겨 열이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해열제를 써도 좀처럼 열이 내려가지 않아 어머니는 몹시 힘들어하셨습니다. 그 곁에 앉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습니다. 다행히 새벽에 다른 약으로 바꾸면서 열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고열에 시달리는 어머니 곁에 앉아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감기였는지 열이 심하게 났습니다. 약을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걱정하던 어머니께선 형과 누나를 불러 누워 있는 제 옆에 나란히 앉아서 같이 기도를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열에 들떠 다른 기억은 제대로 나지 않지만 그때의 분위기, 기도하는 소리 등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입원한 병실에는 다른 어머니, 아버지들이 병마와 싸우고 있었고, 그 곁에는 많은 자녀들이 간호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예전보다 더 각박해지고 흉악해졌다고 걱정을 하지만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 자식들의 부모님께 대한 효도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이요 기본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입니다. 사랑의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형태이며 가장 지극한 사랑입니다.

그래서 공자가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수많은 잘못된 관계를 정립(正立)하려고 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바로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였습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기본적으로 ‘어진 마음(仁)’, 즉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 사랑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중요한 사랑이 바로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자식의 부모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공자가 이야기한 사랑은 차별적인 사랑입니다. 아주 긴밀한 관계가 있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관계가 있듯이, 사랑도 가장 중요하고 깊고 원초적인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랑에서 출발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합니다. 나의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확장되어 너의 부모, 이웃의 부모, 다른 사람의 부모로 확장됩니다. 나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확장되어 너의 아이, 이웃의 아이, 다른 사람의 아이에게로 퍼져 나가는 것입니다. 공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부모를 사랑하는 사람은 감히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며, 부모를 공경하는 사람은 감히 다른 사람에게 거만하게 하지 않는다. 사랑과 공경을 다하여 부모를 섬긴다면 덕과 교화가 백성에게 더해지고, 온 세상에 모범이 될 것이다.”1)

 

5월, 성모 성월입니다.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사랑을 특별히 생각하는 시기입니다. 또한 5월은 가정의 달이며 어버이의 은혜를 생각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하면 효도의 행위가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그 사랑이 있었기에 우리가 존재하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사랑을 생각하면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로서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는 데 소홀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사랑이 널리 이웃에게 전파되고 퍼져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

 

1) 『효경(孝經)』, 「천자(天子)」. 子曰, “愛親者,不敢惡於人. 敬親者,不敢慢於人. 愛敬盡於 事親,而德敎加於百姓,形於四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