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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사목과 후원회 이야기
성전, 그리스도의 몸


글 성주형 라자로 신부 | 육군 제17보병사단 소성성당 주임

 

“신부님… 미사가 너무 그립습니다.” 어느 날 한 병사가 연락이 왔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성당에 올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미사가 너무 간절히 그립다고 했습니다. 저는 군종신부로 산 지 이제 겨우 1년이지만 그런 간절함을 만난 건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달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는 모든 종교 활동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어 있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황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부대에 있는 병사들이 나와서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지만 군종장교가 직접 부대를 찾아가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은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로 미사 도구를 챙겨서 군종병과 함께 미사를 드리러 찾아가 휴게실에서 세 명의 병사와 함께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미사에 임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간절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사 전 한 명도 빠짐없이 고해성사를 봤고, 정성껏 기도하고 기쁘게 성체를 모셨습니다.

미사 후에는 같이 간식을 먹으면서 그동안 어떻게 신앙생활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말로 기특했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주일마다 세 명의 병사는 함께 휴게실에 모여서 유튜브로 미사를 드리고 그날의 말씀으로 서로 묵상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일 저녁에는 한 번씩 모여 다같이 묵주기도를 드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정말로 놀랐습니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과연 신앙이 필요하기는 한 걸까? 군에서 내가 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생각으로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주말이면 핸드폰에 빠져 지내거나 외출 또는 휴식을 취하는 병사들이 많아서 성당은 늘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힘이 빠지던 저였습니다. 그런 제게 그들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고, 참 기뻤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들을 만난 후에 저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리 병사들이 있는 모든 곳을 방문해서 단 한 명이라도 미사를 원하는 병사가 있다면 기꺼이 미사를 주례하겠다고 말입니다. 사실 그것은 처음부터 제가 해야만 했던 일이었건만 저는 성당에 가만히 앉아서 왜 병사들이 오지 않을까 고민하기만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거라.” 하셨지만 저는 가지 않았고 가만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있는 17사단은 인천, 부천, 김포를 작전지역으로 하고 있고, 약 40군데에 병사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미사를 드리러 나갈 수 없고, 오로지 군종신부가 부대에 들어가서 미사하는 것만 가능한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근처 민간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드렸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단에 군종신부는 저 혼자뿐이니 그들이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가 직접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매일 같이 그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하루에 서너 군데의 부대를 방문하고 몇 명 되지는 않더라도 그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간절함을 매일 마주합니다. 더 나아가, 그들을 통해서 군종신부로서 삶의 의미를 찾으며 기쁘게 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코로나19는 큰 위기였지만 저에게는 큰 기회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미사를 다니다 보면 서글픈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부대마다 작지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가 있고, 법당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성당이나 공소는 사단 성당을 제외하고는 한 군데도 없습니다. 그래서 늘 미사를 드리는 곳이 휴게실, 식당, 면회실과 같은 곳입니다. 그리고 미사를 드리는 병사들의 수도 적습니다. 많아야 다섯 명, 대개는 한두 명의 병사를 마주하고 미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어느 날 성경의 한 구절이 저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었습니다.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요한 2,21)

예수님은 성전이, 곧 당신의 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몸인 성체가 이루어지는 미사가 봉헌되는 모든 곳이 바로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입니다. 미사에 참석하는 병사가 몇 명이든지 어떤 장소에서 미사를 봉헌하든지 그곳은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그들과 함께 우리 사단 곳곳에 하느님의 성전을 지어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시작은 미사를 드리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을 전해준 한 병사, 그리고 그 친구를 중심으로 함께 모여 늘 기도했던 나머지 두 사람의 믿음 덕분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저는 그곳에 다시 방문해서 그들과 미사를 드렸고 그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너희들의 간절한 열망과 정성 어린 기도가 우리 사단 전체의 씨앗이 되었다고 말입니다. 그 기도가 거룩한 하느님의 성전을 올리는 주춧돌이 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열매를 맺어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기를 청했습니다. 그들과 저는 기꺼이 하느님의 성전을 짓는 일꾼이 될 것입니다.

 

일꾼이 되겠습니다. 젊음의 열정을 지닌 신앙인들과 함께 하느님의 성전을 지어가겠습니다. 언제나 저희 군종사제들과 모든 군인들을 위해서 기도해주시는 군종후원회원들과 모든 교구민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그 기도의 힘으로 하느님의 성전을 계속해서 지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