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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살이와 말씀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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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여한준 롯젤로 신부 | 교구 성서사도직 담당

12월 6일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마르 1,1-8

◎ 어느 분이 짧은 말로 예수님을 이 자리에 초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님, 성령의 빛으로 저희의 눈을 여시어 주님의 길을 보게 하시고, 저희의 귀를 여시어 생명의 말씀을 듣게 하소서. 아멘)

 

● 말씀 읽기

어느 분이 마르코복음 1장 1-8절을 큰소리로 천천히 읽어주십시오.

1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

2 이사야 예언자의 글에 “보라, 내가 네 앞에 내 사자를 보내니 그가 너의 길을 닦아 놓으리라.”

3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기록된 대로,

4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

5 그리하여 온 유다 지방 사람들과 예루살렘 주민들이 모두 그에게 나아가, 자기 죄를 고백하며 요르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6 요한은 낙타 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다.

7 그리고 이렇게 선포하였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8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 세밀한 독서

다음의 사항들을 살펴보며 본문의 말씀을 각자 천천히 읽겠습니다.

- 이사야 예언자는 세례자 요한을 어떻게 묘사합니까? (2-3절)

-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무엇을 선포합니까?(4절)

-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에게 나아가 세례를 받은 장소는 어디입니까?(5절)

- 요한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며 무엇을 먹습니까?(6절)

- 세례자 요한이 선포한 내용은 무엇입니까?(7절)

- 예수님의 세례와 세례자 요한의 세례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8절)

복음말씀을 누가 한 번 더 천천히 읽어주십시오.

 

● 새겨 듣기

잠시 침묵 가운데 복음을 통해 들려주시는 말씀을 곰곰이 새기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집시다.(3~5분)

 

<말씀길잡이>

신학생 시절! 새 학년, 새 학기의 첫 시간! 교수 신부님께서는 각자 이름과 세례명, 소속 본당과 장점을 이야기하는 자기소개 시간을 갖자고 하셨습니다. 앞줄에서 시작되어 나의 차례가 될 때까지 ‘내 장점이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특별히 더 잘하는 것도 없는데다, 겨우 생각해 낸 것은 이미 다른 친구들이 다 말해버렸고….

결국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순서에 “저는 긴장을 잘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신부님께서는 “야! 긴장이 어떻게 장점이냐? 단점이지?”라고 하셨고, 저는 “긴장을 잘 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고 연습도 많이 해서 실수를 별로 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니, 참 당돌하고 엉뚱한 대답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으로 ‘긴장’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느낌보다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기에 장점이라기보다는 단점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분명 ‘자기소개’ 또는 ‘자기소개서’는 타인에게 자신을 알리고 드러내는 것이기에 단점이 아니라 장점을 어필하는 것이 맞습니다.

 

오늘 복음인 마르코 복음서의 첫 구절은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내용은 온통 세례자 요한에 관한 이야기뿐입니다. ‘광야에서 죄의 용서를 위한 세례를 베푼’ 요한의 업적, ‘낙타 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은’ 요한의 행색과 음식, 그리고 요한이 선포한 메시지의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마치 세례자 요한의 ‘자기소개서’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자기소개서에는 세례자 요한의 장점이 드러나거나 자신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이 더욱 돋보이고 예수님의 능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라는 말에서와 같이, 자신의 장점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통해 예수님을 드러나게 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이런 자기소개서가 사제로 살아가는 ‘나의 자기소개서’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잘하는 것, 나의 일과 나의 삶을 소개하는데 내가 아니라 오히려 예수님이 돋보이고, 예수님이 드러난다면 정말로 ‘괜찮은 사제’의 삶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 지금 스스로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쓴다고 생각 해 보십시오. 본인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에 대한 정보와 장점들을 진실하게 나열했을 때, 무엇이 드러날까요? 나 자신이 아니라 내 뒤에 오시는 분을 드러낸 세례자 요한의 자기소개서처럼, 우리도 나 자신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분을 드러내는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나누기

오늘 하느님께서 나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을 짧게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 실천하기

지난주 결심하고 실천했던 것을 나누어 봅시다.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장점과 단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돌아봅시다. 그리고 장점이 아니라 단점 혹은 부족함을 통해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이 드러나신다는 것을 믿으며,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해 봅시다.

 

● 청원기도

우리 반공동체, 본당공동체, 지역공동체, 우리나라, 지구촌 공동체에 기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시간입니다.

 

● 마침기도

마침성가는 가톨릭 성가 481번을 부르겠습니다.

* 위 성가는 예시 자료입니다. 자유롭게 성가를 고르셔도 됩니다.

 

 

 

12월 13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요한 1,6-8.19-28

◎ 어느 분이 짧은 말로 예수님을 이 자리에 초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님, 성령의 빛으로 저희의 눈을 여시어 주님의 길을 보게 하시고, 저희의 귀를 여시어 생명의 말씀을 듣게 하소서. 아멘)

 

● 말씀 읽기

어느 분이 요한복음 1장 6-8절, 19-28절을 큰소리로 천천히 읽어주십시오.

6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7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8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19 요한의 증언은 이러하다.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사제들과 레위인들을 요한에게 보내어, “당신은 누구요?” 하고 물었을 때,

20 요한은 서슴지 않고 고백하였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하고 고백한 것이다.

21 그들이 “그러면 누구란 말이오? 엘리야요?” 하고 묻자, 요한은 “아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면 그 예언자요?” 하고 물어도 다시 “아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2 그래서 그들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우리를 보낸 이들에게 우리가 대답을 해야 하오. 당신은 자신을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23 요한이 말하였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24 그들은 바리사이들이 보낸 사람들이었다.

25 이들이 요한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예언자도 아니라면, 세례는 왜 주는 것이오?”

26 그러자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27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28 이는 요한이 세례를 주던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에서 일어난 일이다.

 

● 세밀한 독서

다음의 사항들을 살펴보며 본문의 말씀을 각자 천천히 읽겠습니다.

- 요한은 어떤 사람으로 묘사되며, 그가 온 이유는 무엇입니까?(6-7절)

- “당신은 누구요?”라는 질문에 요한은 어떻게 고백합니까? (19-20절)

- 요한은 자신을 무엇이라고 말합니까?(21-23절)

- 세례자 요한은 왜 세례를 주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합니까?(24-26절)

- 이 일이 일어난 곳은 어디입니까?(28절)

복음말씀을 누가 한 번 더 천천히 읽어주십시오.

 

● 새겨 듣기

잠시 침묵 가운데 복음을 통해 들려주시는 말씀을 곰곰이 새기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집시다.(3~5분)

 

<말씀길잡이>

한때 자존감과 자존심을 비교하며, ‘자존심이 센 사람이 되기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타인들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내부의 성숙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의 의식으로,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절대적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장점은 긍정하고, 단점은 인정하며, 타인의 평가와 상관없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줍니다. 반면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으로 자기의 능력에 대한 타인이나 소속집단의 승인이나 인정을 기초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입니다. 즉 스스로 자신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자존감이고, 자신의 존엄과 가치를 타인을 통해 인정받으려는 것이 자존심입니다. 둘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소중한 마음이지만,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습니다. 그의 사명은 ‘자신이 빛처럼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빛을 증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아니라 빛을 증언하기 위해 그가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아니다!”뿐이었습니다.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예언자도 아닌 사람!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 이것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었던 겁니다. 존재감이 제로(zero)인 사람!

“아무것도 아니면서 세례는 왜 주는 것이오?” 하는 물음에 자존심이 상하기 마련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요한의 자존감이 놀랍고도 부럽습니다. 자존심이 상하기는커녕, 자신감이 넘쳐납니다. 하느님이 보내신 뜻에 따라 자신의 존재와 사명을 분명히 인지하는 것, 예수님이 빛처럼 세상에 드러나고 자신은 그저 증언하러 왔음을 인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수님을 대하고, 예수님을 맞이하고, 예수님을 준비하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며 준비하는 대림시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들 앞에서, 예수님 앞에서 인정받고자 내세우는 자존심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와 사명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존감이라는 것을 세례자 요한에게 배워야 합니다. 인기 캐릭터 펭수가 생각하는 자존감은 “자신의 존재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자신의 존재를 감사할 줄 알았던 세례자 요한의 자존감을 배워야 합니다.

 

● 나누기

오늘 하느님께서 나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을 짧게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 실천하기

지난주 결심하고 실천했던 것을 나누어 봅시다. 남들 앞에서, 예수님 앞에서 인정받고자 내세우는 자존심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와 사명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했던 세례자 요한의 태도가 나의 삶의 자세가 되기 위해서 나 자신과 지금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릴 일을 적어 봅시다.

 

● 청원기도

우리 반공동체, 본당공동체, 지역공동체, 우리나라, 지구촌 공동체에 기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시간입니다.

 

● 마침기도

마침성가는 가톨릭 성가 97번을 부르겠습니다.

* 위 성가는 예시 자료입니다. 자유롭게 성가를 고르셔도 됩 니다.

 

 

 

12월 20일 대림 제4주일 루카 1,26-38

◎ 어느 분이 짧은 말로 예수님을 이 자리에 초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님, 성령의 빛으로 저희의 눈을 여시어 주님의 길을 보게 하시고, 저희의 귀를 여시어 생명의 말씀을 듣게 하소서. 아멘)

 

● 말씀 읽기

어느 분이 루카복음 1장 26-38절을 큰소리로 천천히 읽어 주십시오.

그때에

26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 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 세밀한 독서

다음의 사항들을 살펴보며 본문의 말씀을 각자 천천히 읽겠습니다.

- 하느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를 어디로 보내시며, 누구를 만나게 하십니까?(26-27절)

- 천사는 집으로 들어가 어떤 인사를 하며, 마리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28-29절)

- 천사가 전하는 말을 다함께 읽어봅시다.(30-33절)

- 마리아가 천사에게 한 질문은 무엇이며, 천사의 대답은 어떠합니까?(34-37절)

- 성령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을 잉태하리라는 천사의 알림에 마리아는 어떻게 대답합니까?(38절)

복음말씀을 누가 한 번 더 천천히 읽어주십시오.

 

● 새겨 듣기

잠시 침묵 가운데 복음을 통해 들려주시는 말씀을 곰곰이 새기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집시다.(3~5분)

 

<말씀길잡이>

강한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뿌리를 땅속 깊은 곳에 내린 나무는 그대로 살아남지만 뿌리가 얕은 초목들은 모두 날아가 버리듯이, 또 박해시대 휘몰아치는 칼바람 앞에 하느님을 향한 믿음의 뿌리가 깊은 신앙인들은 하느님 나라의 상속자로 영원히 살아남지만, 신앙의 뿌리가 얕았던 사람들은 배교를 해버렸습니다. 이렇듯 시련이라는 바람 앞에는 진짜 신자, 참된 신앙인, 요즘 말로 ‘찐’ 신자만 남게 됩니다. 마치 이런 태풍 혹은 박해와 같이, 오늘날 ‘코로나19’라는 시련의 바람이 불어 닥치자 성당에는 ‘찐신자’들만 주일미사에 참례하며 어려움과 두려움 속에서도 신앙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를 쓰고 계십니다. 그동안 사람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는 친교가 성당에 나오는 이유였던 사람, 거룩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의 위로와 평화를 얻는 것이 성당에 오는 목적이었던 사람, 가족들의 성화를 못 이겨 억지로 성당에 나왔던 사람은 코로나의 바람에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드디어 본질에 충실한 하느님의 ‘찐자녀’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신앙의 본질은 친교와 음식, 음악과 위로가 아니라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고, 그분을 만나고,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아는 것’은 신앙의 기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게 되면, ‘내가 누구인지’도 저절로 알게 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자리와 나의 자리, 그분의 위치와 나의 위치를 구분할 줄 알게 됩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고 계십니까? 그러면 내 자리가 어디인지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

오늘 복음에서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이며, ‘이름은 마리아’라는 여인에게 천사가 찾아갑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고 말합니다. 이에 마리아는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자 천사는 성령으로 이루어질 잉태와 그렇게 태어날 아기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설명하며,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는 엘리사벳을 하느님 능력의 징표로 삼습니다. 그러자 마리아가 이렇게 말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처음에 마리아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었고, 그런 자신에게 잉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성령의 활동, 성자의 존재, 성부의 전능하신 능력에 대한 말씀을 들으며,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게 되자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역할과 자리가 무엇인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아는 사람의 모범적인 대답은 바로 이것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나아가 이렇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의 유일한 바람은 이것이어야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코로나 시대, 아니 본질이 드러난 시대! 그래서 ‘찐신앙인’이 누구인지 밝혀진 지금! 하느님이 어떤 분이시며,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는 우리의 삶이 마리아와 같은 순명의 응답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 나누기

오늘 하느님께서 나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을 짧게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 실천하기

지난주 결심하고 실천했던 것을 나누어 봅시다. 그동안 신앙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또한 하느님은 나에게 어떤 분이셨는지 묵상해 봅시다. 그리고 신앙의 본질을 살아가며 진짜 신앙인이 되기 위해 교회와 가정 안에서 나에게 지금 주어진 역할을 더욱 기쁘게 해나가며 예수님의 성탄을 기다립시다.

 

● 청원기도

우리 반공동체, 본당공동체, 지역공동체, 우리나라, 지구촌 공동체에 기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시간입니다.

 

● 마침기도

마침성가는 가톨릭 성가 89번을 부르겠습니다.

* 위 성가는 예시 자료입니다. 자유롭게 성가를 고르셔도 됩니다.

 

 

 

12월 27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가정 성화 주간) 루카 2,22-40

◎ 어느 분이 짧은 말로 예수님을 이 자리에 초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님, 성령의 빛으로 저희의 눈을 여시어 주님의 길을 보게 하시고, 저희의 귀를 여시어 생명의 말씀을 듣게 하소서. 아멘)

 

● 말씀 읽기

어느 분이 루카복음 2장 22-40절을 큰소리로 천천히 읽어 주십시오.

22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23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24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25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26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27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28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29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30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31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32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33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34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35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36 한나라는 예언자도 있었는데,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37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38 그런데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39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그들은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40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 세밀한 독서

다음의 사항들을 살펴보며 본문의 말씀을 각자 천천히 읽겠습니다.

-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언제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주님께 바칩니까?(22절)

- 율법의 말씀은 무엇이며, 그들은 율법의 명령을 어떻게 따릅니까?(23-24절)

- 시메온은 어떤 사람으로 묘사됩니까?(25-26절)

- 시메온이 성령에 의해 이끌려 들어간 곳은 어디이며, 아기 예수를 보자 어떤 행동을 합니까?(27-28절)

-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은 시메온의 찬미를 다함께 읽어 봅시다.(29-32절)

- 시메온이 마리아에게 한 말은 무엇입니까?(34-35절)

- 한나는 어떤 사람이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누구에 대해 이야기합니까?(36-38절)

-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그들이 돌아간 곳은 어디이며, 아기는 어떻게 자라납니까?(39-40절)

복음말씀을 누가 한 번 더 천천히 읽어주십시오.

 

● 새겨 듣기

잠시 침묵 가운데 복음을 통해 들려주시는 말씀을 곰곰이 새기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집시다.(3~5분)

 

<말씀길잡이>

정결례를 거행하기 위해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예루살렘 성전으로 가는 요셉과 마리아 부부의 이야기는 마치 오늘 날 종종 볼 수 있는 아기의 유아세례를 위해 성당에 가는 젊은 부부의 모습과 비슷해 보입니다. ‘평화로이 눈을 감기를 바라며’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두 팔에 받아 안고, 찬미를 드린 시메온과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내며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했던 한나도 어쩌면 오늘날 성당에서 뵐 수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충분히 있을 법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우연한 만남,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 같아 보이는 오늘의 복음 말씀 속에서 아기 예수님의 존재와 운명이 드러나고, 마리아의 고통이 예고됩니다.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되는 아기”,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진 운명”, 그리고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고통”이 그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러한 놀라운 사실이 예언자 한나의 입을 통해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전해집니다.

 

당연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놀랍고도 신비로운 이야기 속에서 예수님은 부모님 팔에 안겨 예루살렘 성전으로 갔다가, 잠시 시메온의 팔에 안겨 축복을 받은 것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축복과 예언으로 변화시켜 준 역할을 한 조연들이 있습니다.

‘주님의 율법에 기록된 대로’, ‘주님의 율법에서 명령한 대로’ 그대로 한 요셉과 마리아!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시며, 성령에 이끌리는 대로 성전으로 들어간’ 의롭고 독실한 시메온!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긴’ 한나!

 

이렇게 하느님의 말씀에 기록된 대로, 그 말씀이 명령한 대로 실천하는 삶,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움직이는 삶,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삶을 당연한 듯 여기며 묵묵히 살아간 사람들의 만남이 한 아기의 정결례를 특별하게 만들었고, 예루살렘 땅에 기쁜 소식과 희망을 전해주었습니다. 이 땅에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살아계시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 사악한 사람들의 꼼수와 거짓이 세상에 드러나고, 의롭고 독실한 사람의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희망을 전하는 일은 하느님의 신비로운 기적이나 성인들의 놀라운 삶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의 역할이 되어야 합니 다.

 

하느님 말씀대로 살아가는 사람, 성령의 이끄심대로 움직이는 사람, 밤낮으로 기도하며 하느님을 섬기는 평범한 우리들로 인해 세상 사람들은 시메온의 눈과 같이 ‘하느님의 구원을 볼 수 있고’, 그런 세상 속에서 아기 예수님은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지며 무럭무럭 자라나실 겁니다.

 

● 나누기

오늘 하느님께서 나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을 짧게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 실천하기

지난주 결심하고 실천했던 것을 나누어 봅시다.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그리고 성령의 이끄심대로 움직이며 기도하는 우리들의 일상은 하느님의 구원과 세상에 희망을 주는 힘이 됩니다. 하느님께 대한 나의 어떤 평범하고 묵묵한 모습이 세상 속에서 아기 예수님을 더욱 튼튼하게 자라나게 하고 있는지 나누어 봅시다.

 

● 청원기도

우리 반공동체, 본당공동체, 지역공동체, 우리나라, 지구촌 공동체에 기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시간입니다.

 

● 마침기도

마침성가는 가톨릭 성가 113번을 부르겠습니다.

* 위 성가는 예시 자료입니다. 자유롭게 성가를 고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