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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행복한 나눔


글 강성숙 효주 아녜스 | 도량성당

영어학원에서 근무할 때 주님을 알게 될 기회를 얻지 못한 많은 이들과 헤어지면서 함께한 학생들, 학부모들, 교사들과 우리 주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고자 노력하며 지내 온 시간들이 새삼 떠오른다. 생활전선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부모들과 부모의 이별로 비롯된 사랑의 결핍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학생들, 각박한 현실에서 마음이 황폐해져 가는 젊은 교사들, 아이들 교육에 집착하는 학부모들에게 이런 우리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계시는 그분의 사랑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겨났던 것이다. 그러자 그들의 마음에 거부감 없이 문을 두드릴 여러 가지 사랑의 아이디어가 샘솟기 시작했고, 가톨릭 전례의 흐름에 의탁하여 여러 가지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떠올랐다.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선행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시도한 일이었다. 미움, 시기, 다툼이 잦은 학생들의 관계 회복을 위해 매일 영어 숙제장에 선행 실천하기를 추가했다. 우리반 학생들에게 숙제를 해 올 때마다 스티커를 나눠주며 그 숫자만큼 포인트가 쌓이는 상을 만들었다. 처음엔 다들 어색하고 부끄러워해서 구체적인 리스트를 작성하여 붙여주었다. 예를 들면 부모님 설거지 돕기, 버스에서 자리 양보하기, 빨래개기, 동생 돌보기, 청소돕기, 친구의 어려움을 도와주기,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 사용 자제 하기, 교통신호 지키기, 욕하지 않기, 이불개기 등등. 드디어 상을 받는 날이 왔을 때 의심하기도 하고 동참하기를 꺼려했던 친구들도 다른 아이들이 조금씩 선행한 일들을 나누는 것을 보며 조용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가끔씩 방문하는 부모님들도 조금씩 긍정적인 말씀을 해 주시고 격려의 말씀도 해 주셨다. 서로 다투던 친구들도 참을성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부모님들로부터 감동의 문자가 오기 시작하였다. 교실마다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둔 십자가에 성지가지도 걸어두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이 다가올 때면 교사와 아이들을 위해 달걀을 가득 삶아 간단하고 예쁜 스티커로 장식하여 부활달걀도 함께 나누었다. “Easter Egg”라고 영어도 알려주면서 말이다. 5월이 오면 토끼 풀꽃이랑 작은 국화로 성모님 화관을 만들어 학원 성모상에 장식하고, 냉담 중인 이들의 집이나 성모님에 대한 사랑을 미처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 화관을 만들어 가정에 들러 화관을 씌워 드리며 5월 성모성월의 기쁨도 함께 나누었다.

대림절이 다가오면 또 하나의 기쁨은 대림환을 만드는 일이다. 우선 대림초 여러 세트와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서 학원 일터 한 켠에 놓아두고 수업이 없을 때마다 직접 대림환을 만들어 안내데스크 위에 올려두고 불을 밝힌다. 그러면 대림환을 보는 모든 이들이 무엇이냐고, 왜 이렇게 두는 거냐고 신기해하면서 질문을 한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의 성탄을 앞두고 그분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며 영어로는 “Advent Candle(대림 초)”이라고 가르쳐 주곤 했다. 대림환을 여러 개 만들어서 갖고 싶어하는 교사들에게도 선물하고, 학부모님들 중에서 냉담 중이라고 고백해 오는 분들이 계셔서 대림환을 만들어 아이들 편에 선물해 주곤 하였다. 4주 내내 짙은 보라색을 시작으로 매주 늘어나는 촛불을 보며 다들 신기해 하였다. 대림절이 되면 나의 손은 바쁘게 움직인다. 성탄 트리 장식도 해야 하니 말이다. 영어수업 중 하나로 학생들과 외국인 교사,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 장식하는 날을 가졌고 세상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모두 사라진 시기에도 우리 공간에는 가톨릭 전례 시기에 맞추어 주님 공현 대축일 때까지 장식되어 있으니 또 호기심 많은 친구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러면 자연스레 가톨릭 성탄 전례 시기에 대해 설명하게 되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성탄이 다가오면 우리 학원 선생님들이 특별히 좋아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다름 아닌 마니또 게임을 하는 것이다. 성당 주일학교 교리교사 시절에 배웠던 좋은 나눔을 학원 선생님들과 함께해 왔다. 이때부터 교사실에는 사랑과 설렘이 가득해진다. 예수님의 사랑을 모르는 분들이지만 서로 몰래 기도해 주고 나누는 사랑의 편지들, 맛난 사랑의 간식 등, 들키지 않고 하느라 분주함과 사랑 가득 머금은 미소들이 피어나는 시간이 된다. 가톨릭 신자로 살며 몸에 밴 소중한 전례 시기를 근무하는 일터에서도 접목 해 온 20여 년의 세월 동안 감사하게도 세례를 받은 선생님들도 생겼고, 학부모님들 중에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신 분들도 생겨났다. 나의 자그마한 행복나눔을 주님께서 열매로 영글게 해주신 듯하다. 학부모 상담 중에 가정의 어려움, 아이들의 진로 문제 등을 서로 이야기할 때마다 주님의 자녀임을 당당히 드러내게 되었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도록 주님께서 도와주셨고, 가톨릭전례에 따른 여러 가지 소소한 나눔들이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어쩌면 하나의 이벤트로 보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에겐 주님과의 대화이자 주님을 알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이었던 것이다.

살아 계신 주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일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가까이에 함께하는 가족들부터 시작하여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들에게 그분 사랑의 따스함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매순간 숨을 쉬듯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