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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음악칼럼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십자가 위의 마지막 일곱 말씀
- 《가상칠언(架上七言)》


글 여명진 크리스티나 | 음악칼럼니스트, 독일 거주

작곡가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의 자필 악보는 종교음악, 세속음악의 구분없이 라틴어 “In nomine Domini.(주님의 이름으로)”로 시작해 “Laus Deo.(찬미 하느님)”으로 끝맺습니다. 세상에 남기는 모든 곡이 하느님의 이름을 드높이는 데 쓰이길 바라는 하이든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신앙을 담은 곡 중에서도 《가상칠언》은 하이든이 직접 관현악곡, 현악 4중주, 오라토리오 등 여러 가지 형식으로 편곡해 재발표할 만큼 애착을 가진 곡입니다. 《가상칠언》은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남긴 일곱 말씀을 말하고, 네 복음서에 흩어진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을 주제로 하이든이 곡을 붙였습니다.

 

비장한 느린 서주로 시작해 예수님의 일곱 말씀, 그리고 마지막 악장 ‘지진’이 이어집니다. 이 곡에서 유일하게 빠른 악장은 예수님이 숨을 거둔 직후의 ‘지진’을 표현하는 마지막 악장입니다.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다. 땅이 흔들리고 바위들이 갈라졌다.”는 마태오 복음 27장 51절을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죽음에 이를 십자가 길을 묵묵히 걸어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그 고통의 십자가 위에서 하신 예수님의 첫 말씀은 ‘용서’입니다. 내게 상처 준 사람들을 미워하고 내 아픔을 호소하는 것에 더 익숙한 우리에게 예수님은 먼저 ‘용서’를 청하십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1코린 1,25)

 

그저 ‘나’에게 집중하며 정신없이 하루를 살아내기 바빠 십자가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계신 예수님의 ‘어리석음’을 잊고 있었습니다. 인간을 향한 사랑 앞에 한없이 약해져 쓴잔을 기꺼이 감내하는 그 ‘어리석음’을 잊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절, 세상의 힘과 세상의 지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십자가의 ‘어리석음’과 사랑의 ‘약함’을 갈망하고 바라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하이든이 남긴 자필 문구 “Laus Deo”의 뜻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우리의 일상이 늘 하느님을 찬미하는 삶이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