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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미얀마 땅에도 부활이 오기를…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 <빛>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군과 경찰이 실탄까지 쓰며 폭압적으로 시위를 진압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그런 가운데 수녀님 한 분이 중무장한 경찰 병력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하지 말아 달라며 애원하는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이 뉴스는 전 세계에 보도되었고, 수녀님의 용기 있는 행동에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 병력도 총을 내려놨다고 합니다. 폭력을 앞세운 통치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에 수많은 나라가 끊임없이 전쟁을 하며 혼란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런 시대를 종결시키고 전국을 통일한 이가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진시황(秦始皇)입니다. 진(秦)나라가 전국을 통일하고 자신이 황제가 되어 첫 번째 황제라고 이름 붙인 것입니다. 우리는 진시황이라는 이름은 모두 기억하지만, 통일 제국 진(秦)이 15년이라는 짧은 기간만 유지되다가 멸망했다는 사실은 잘 모릅니다. 진나라는 시황제가 죽고 나서 4년 만에 한(漢)나라에 의해 멸망하고 역사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진나라가 이처럼 빨리 멸망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폭압적인 정치에 견디지 못한 백성들이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전국시대에 작은 변방의 나라였던 진(秦)은 법가(法家)사상을 기반으로 하여 엄격한 법률 시행과 형 집행으로 개혁을 단행하고 짧은 시간에 강대국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국시기에 주변 강대국들을 하나하나 멸망시키고 통일 제국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통일 이후에도 엄격하고 가혹한 통치를 이어 나가 백성들은 살기가 너무 힘들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적이 되거나 유랑민이 되었고, 군법이 너무 혹독하여 병사들도 탈영하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15년 만에 한(漢)나라에 멸망한 것입니다.

한나라를 세운 고조 유방(劉邦)에게는 육고(陸賈)라는 신하가 있었는데, 그는 황제 앞에 나아가 말할 때마다 『시경』과 『서경』을 인용하며 황제에게 덕(德)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황제인 유방은 불쾌하게 생각하며 그를 꾸짖었습니다. “나는 말 등에 올라타 천하를 얻었다. 어찌 『시경』과 『서경』 따위를 논하는 것이냐!” 그러자 육고가 말했습니다. “말 등에 올라타 천하를 얻었다고 하여 어찌 말 등에 올라타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1) 천하를 얻는 데는 강력한 군사력과 가혹한 법령이 필요하겠지만, 이제 천하를 얻어 황제가 되어 백성을 자식처럼 여기며 다스리지 않는다면 천하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역사적인 사실을 들어 황제에게 일깨워 준 것입니다. 유방은 그의 조언을 잘 받아들여 무력이 아니라 덕으로 다스리려 노력하였고, 어진 마음(仁)과 의로움(義)을 중시하는 유가(儒家) 사상을 통치 이념으로 받아들여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한나라는 4백 년을 넘게 이어 가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한자(漢字), 한문(漢文), 한학(漢學)이라는 말이 한나라 때 형성되었고, 세계 최초로 종이를 발명했으며(漢紙),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민족의 이름도 ‘한족(漢族)’이 되었습니다.

폭력으로 이루어진 권력은 결코 오래갈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기득권의 폭력에 쓰러져서 죽음을 맞으셨지만, 죽음을 극복하고 부활하셨습니다. 부활의 시기를 맞으면서 세상 모든 죽음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겨울의 추운 바람을 이기고 꽃이 피어나듯이, 죽음의 세력을 이기고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할 것입니다. 부활은 꼭 올 것입니다. 미얀마에도 부활이 오기를, 정의와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5-26)

 

1) 사마천, 『사기』, 「역생육고열전」. “居馬上得之, 寧可以馬上治之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