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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동화
4월의 눈꽃


글 박경선 안젤라 | 대곡성당, 동화작가

개나리 노란꽃이 활짝 피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날,

오색딱따구리 새들이 하얀 여신을 찾아가는 길이었어요.

따라 나선 꾸리 양이 〈다락골 성지 가는 길〉 숲속으로 날아들자 콧구멍부터 벌렁거려졌어요.

바람 불면 뒹굴던 막걸리병과 농약병에서 새어 나온 퀴퀴한 냄새가 아니었어요.

“하늘 어머니를 알게 되면 우리 새들은 영혼부터 달라져.”

맨 앞에서 날며 으쓱대는 딱따구리 아줌마 말에 다른 새들도 날개를 더 신나게 퍼덕였어요.

“그럼요. 우리는 은총 입은 새들이지요.”

 

푸른 나무가 병풍을 쳐주는 아늑한 숲속에서 하얀 여신이 두 팔 벌려 반겨주었어요.

“잘 왔다. 새야, 네 마음을 나에게 다오.”

“하늘 어머니, 기력을 잃어가는 엄마, 아빠가 오래 살게 도와주세요.”

기도하고 돌아오는 길에 꾸리 양은 피톤치드 향기 뿜는 숲속 나무에 구멍을 쪼는 딱따구리를 보았어요.

포르르 날아가 꼬리를 까딱거리며 감탄을 쏟아 내었어요.

“어머, 멋져요. 우주선 벽을 뚫었다는 딱따구리 가문의 그 유명한 부리로 일하는군요.

“뭘요. 딱딱한 부리를 물려받은 은혜만큼 둥지지어 나누고 베풀며 살아야지요.”

“어머, 둥지를 지어주다니 은총 받을 일이군요.”

“뭘요. 금총이나 은총은 ‘탕’‘탕’소리부터 무서워 받기가 부담스러워요.”

“어머, 겸손하신 말씀! 저는 은총 ‘탕탕’ 받고 싶어 아픈 새들 돌보는 봉사를 즐겨해요.”

이날 꾸리 양은 재치 있고 겸손하며 베풀고 사는 이상형 딱딱 씨를 만나 딱따구리 부부가 되었어요.

 

4월 어느 날, 딱딱 씨는 꾸리 양을 데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새로 단장된 유치원을 구경 갔어요.

“저기 보이죠? 〈코로나19 끝날 때까지 휴원합니다〉라는 괴물 현수막이 붙고부터 아이들이 사라졌어요.”

“어머, 나도 아이들에게 보여줄 묘기가 있는데 봉사할 일이 없어졌네요.”

“뭘요. 지켜보는 눈이 없는 이때 좋은 일 할 일감을 새로 찾으면 되죠.”

딱딱 씨는 유치원 단장할 때 사람들이 하던 말을 엿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저 유치원 벽을 봐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한 마술 스티로폼 벽이래요. 썩은 고목나무 통보다 쉽게 구멍을 쪼을 수 있을 거예요. 가장 먼저 지은 둥지를 꾸리 양 부모님께 드리자구요.”

꾸리 양이 다리 다친 새, 날개 다친 새를 돌봐 주러 간 사이에 딱딱 씨는 유치원 벽 쪼는 공사를 시작했어요.

‘쿡쿡’ 쪼아보니 스티로폼 가루가 눈에 날려 들어와 눈을 뜰 수 없었어요.

꼬리 깃털에도 힘이 들어가 빳빳하게 아파왔지만 참으며 쪼았어요.

드디어 꾸리 양 부모님께 선물할 둥지를 완성했어요.

으쓱대며 살던 둥지로 날아갔는데 ‘으악, 이게 뭐람?’

꾸리 양의 깃털, 피 묻은 깃털이 흩어져 있었어요.

매나 독수리의 습격을 받았을까요?

숲속을 날아다녀 보았지만 꾸리 양이 보이지 않아 새 둥지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할매 참새가 새 둥지를 차지하고 내다보며 감사인사를 했어요.

“둥지 지어주는 총각새네. 덕택에 겨울을 날 둥지를 얻어 고맙수.”

“어쩌죠. 이번에는 특별히 아픈 새를 위해 쓸 둥지인데요?”

안에서 할배 참새가 먹이를 같이 먹자며 불러 들어갔어요.

종일 굶은 터라 허겁지겁 쪼아 먹으며 보았어요.

애꾸눈 할배는 먹이를 자꾸 흘리고 할매는 찢어진 날개로 갸우뚱거리며 움직였어요.

하는 수 없지요. 꾸리 양 부모님께는 새로 둥지를 지어드리는 수밖에.

 

딱딱 씨는 곧바로 유치원 벽판에 새 둥지를 지으러 갔어요.

구멍을 쫏느라 먹이를 찾으러 갈 틈도 없었지요.

보다 못한 할매 참새가 먹이를 구멍집에 살짝 갖다 놓고 갔어요.

마침내 구멍집이 완성되었어요.

꾸리 양 부모님을 모셔오고 싶어 꾸리 양과 살던 둥지로 다시 날아가 보았어요.

꾸리 양은 없고 빈 둥지에 4월의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어요.

딱딱 씨는 하얀 여신을 찾아갔어요.

“잘 왔다. 새야, 네 마음을 나에게 다오!”

“하늘 어머니, 제발 찾아주세요. 꾸리 양을….”

하늘 어머니의 손바닥에 머리를 박고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렸어요.

기적일까요? 꾸리 양이 옆에 포르르 날아와 몸을 기대며 속삭였어요.

“딱딱 씨, 여기 있었네요. 안 보여 걱정했어요.

아기 참새가 아이들 돌팔매에 좀 다쳤어요.

피를 흘려서 치료해줬는데 오돌오돌 떨어서 제 깃털을 뽑아 몸을 감싸 데려다 주었어요.”

착한 일하고 돌아온 꾸리 양을 바라보는 딱딱 씨 눈에 하트 모양의 눈물이 한가득 고였어요.

찾다가 안 보여 서로 걱정했던 두 마리 새는 이제 감사의 눈물을 흘렸어요.

하늘 어머니 성모님은 이 착한 새 부부가 은총 듬뿍 받도록

4월의 하얀 눈꽃을 온몸에 곱게 뿌려 주셨지요.

그래서 눈 오는 숲속은 늘 은총으로 가득하답니다.

 

* 약력 : 새한신문에 수필, 아동문예에 동시, 아동문학평론에 동화 당선 등단. 저서로 동화책 바람새22권과 전기집 김대건출간. 청구문학상, 영남아동문학상.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우수작품상, 대구문학상 수상. () 대진초 교장, 대구교육대학교 대학원 아동문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