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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마음을 같이한다는 것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빛〉 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코로나19 상황을 지내면서 솔직한 ‘자기 반성’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처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퍼져 나갈 때는 부모님 걱정이 제일 앞섰습니다. 연로하신 두 분이 혹시나 감염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져 세계적인 유행(팬데믹) 상태가 되자, 그래도 우리나라의 방역이 잘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아도, 수많은 후진국 나라에서 방역은 커녕 국가 의료 체계마저 붕괴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우리나라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백신이 개발되어 보급되고, 우리나라도 연말까지 많은 이들이 백신 접종을 할 수 있게 되니 연말이면 어느 정도 안정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이 확진되지 않기를, 우리나라의 상황이 안정되기를 기도했습니다. 결국 저도 이기적이고 편협한 마음에 사로잡혀 지구상의 모든 형제자매들을 생각하지 못한 것입니다.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언론에 “도덕적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선진국과 저개발국 간의 백신 접종 격차, 즉 백신 불평등의 상태가도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선진국들이 백신 수출을 제 한하고 막대한 재력과 권력으로 백신을 선점하고 독점하는 현상 때문에 가난한 나라, 취약 계층의 사람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질병위험이 낮은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나라는 다른 나라의 보건 종사자와 고령층, 취약 계층의 생명을 희생하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어떤 나라들은 자국의 모든 인구를 접종하기 위해 경쟁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1)라고 한탄했습니다.

 

실제 전 세계 코로나 백신 접종 현황을 보면 나라별 격차가 두드러집니다. 이스라엘의 경우엔 전 국민이 이미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았고, 미국과 중국은 1억 회분 이상을 접종했습니다. 하지만 1만 회분 이상의 백신조차 전달받지 못한 나라가 대부분입니다. 가난한 나라들은 백신을 구입할 경로도 없고 자금도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배려를 다시 한 번 강조하셨습니다. 교황님은 “나는 국제사회가 책임의식을 갖고(백신의) 공급 지연 문제를 극복하는 한편, 특히 최빈국에 충분한 백신이 돌아가도록 힘써 주기를 촉구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한국 교회도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서 춘계주교회의에서 ‘백신 나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운동은 코로나19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백신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빈곤국 국민을 돕기 위한 것으로, 모인 성금을 교황청에 보내 필요한 국가에 백신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우리는 세상 모든 이를 향해 열려 있는 '보편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내 가족, 내 공동체, 내 나라만을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공자께서는 자기 평생의 가르침 을 하나의 개념으로 꿰뚫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바로 ‘서(怨)’입니다. 흔히 ‘용서하다’라는 의미로 이해하지만, 이 글자를 풀어 보면 ‘같을 여(如)’자에 ‘마음 심(心)’자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너와 마음을 같이한다.’ ‘너의 마음이 되어 본다.’라는 뜻이겠지요. 공자는 ‘서(怨)’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신이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마라.”2) 너무나 당연한 말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무척 어려운 말씀입니다. 하지만 자꾸만 좁아지려는 나의 마음을 넓혀 세상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자비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노력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

 

1) 한겨레신문, 2021 년 3월 24일자 보도.

2) 『논어(論語) 』, 「안연(顔源)」, 2. “子日 : ‘己所不歡,幼施於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