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교회음악칼럼
태양의 찬가


글 여명진 크리스티나 | 음악칼럼니스트, 독일 거주

 

햇살이 반짝이고 싱그럽게 푸르른 수풀이 온화한 숨결에 살랑대는 계절, 여름빛 춤사위가 마음을 채우는 7월입니다. 생명의 에너지가 넘실대는 이 계절을 보낼 때면 자연의 경이로움과 창조의 신비로움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는 이 찬란함을〈태양의 찬가〉라는 시로 남겼는데, 프란치스코 성인이 생을 마감하기 직전인 1225년에 완성되었으며 태양, 달, 별, 바람, 물, 불, 땅, 꽃, 바람,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것이 하느님의 숨결이자 섭리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창조 자체의 경이로움을 넘어서서, 질병과 죽음까지도 그 창조의 섭리 안에 있음을 받아들이며 하느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태양의 찬가〉는 그리스도교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가장 오래된 이탈리아어 문학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오 감미로워라 가난한 내 맘에/ 한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 오 감미로워라 나 외롭지 않고/ 온 세상 만물 향기와 빛으로/ 피조물의 기쁨 찬미하는 여기/ 지극히 작은 이 몸 있음을// 오 아름다워라 저 하늘의 별들/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은/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 이 모든 신비가 주 찬미 찬미로/ 사랑의 내 주님을 노래 부른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선율로 사랑받는 생활성가 ‘오 감미로워라!’가 바로 프란치스코 성인의〈태양의 찬가〉중 일부를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생활성가 ‘오 감미로워라!’의 원곡은 1973년 발표된 프란치스코 성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Fratello Sole Sorella Luna(형님 인 태양과 누님인 달)〉의 삽입곡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성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으며, 영화 삽입곡의 작곡가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챔프’의 음악 감독을 맡기도 했던 리즈 오르톨라니 입니다.

영화에서도 잠깐 다루지만 프란치스코 성인은 동물과도 교감을 나누며 자연을 가까이 했습니다. 언제나 사랑 어린 눈길로 자연을 바라보았던 프란치스코 성인은 아시시 들판을 거닐다 무리지어 앉은 새들을 만납니다. 새들에게 축복을 건넨 프란치스코 성인은 “작은 새들아, 깃털로 옷을 입히고 날 수 있도록 날개를 주신 하느님을 찬양해야 한다. 너희에게 맑은 공기를 주고,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늘 풍족하도록 항상 너희를 보살피신단다.”라고 새들에게 설교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14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 시복을 위해 한국에 오셨을 때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곡된 프란츠 리스트의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내 안에 하느님의 자리가 작아지기 쉬운 요즘입니다. 잠시 시선을 돌려 바라본 오늘의 하늘은 어떤가요? 프란치스코 성인이 살았던 그때에도, 가사는 ‘오늘’도 해가 뜨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며, 별이 반짝이는 모든 날에 창조주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 찬란한 계절이 지나가고, 풀이 마르고, 꽃이 시들지라도 하느님 말씀은 영원히 우리 안에 머무를 것입니다. 우리를 향한 축복이 메마르지 않고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이 멈추지 않듯, 내 안에 끊임없이 찬양이 흘러넘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