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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음식 쓰레기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월간〈빛〉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최근 중국은 음식 쓰레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먹방(먹는 방송)’을 금지시키고 관련 법령을 만드는 등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외식문화 중에서 음식 쓰레기 문제는 심각합니다. 중국 유학 시절, 식당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시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주문하고, 식탁에 놓을 자리가 없어서 음식 접시를 겹쳐 쌓아올린 채 식사를 하는 겁니다. 물론 남는 음식을 포장해서 가져가기도 하지만 남아서 버리는 음식 쓰레기의 양이 엄청났습니다. 중국의 생활 쓰레기 가운데 음식 쓰레기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라고 하니, 법령까지 만들어 정부 차원에서 단속해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음식 쓰레기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문제입니다. 이는 환경문제를 넘어서 인류 생존의 문제입니다. “유엔은 식량 불안에 처해 있는 인구가 약 20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생산되는 식량의 3분의 1은 어딘가에서 버려지고, 인류의 최소 7분의 1에서 4분의 1에 가까운 인구가 배고픈 상태로 잠이 드는 현실은 매우 비정하기까지 합니다. 음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나누지 못해서 생기는 일입니다.”1)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음식 쓰레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버리는 온갖 쓰레기들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마음껏 소비하고 편하게 버리고 싶은 ‘욕망’과 지구환경을 위해서 해야만 할 ‘당위’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당장의 불편을 감수할지 갈등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지닌 욕망의 추구와 한계 사이의 균형에 대해서 전국시대의 순자(荀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욕망이 있는데, 바라면서도 얻지 못하면 추구하지 않을 수 없고, 추구함에 일정한 기준과 한계가 없다면 다투지 않을 수 없다. 다투면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워지면 궁해진다. 옛 임금들께서는 그 어지러움을 싫어하셨기 때문에 예의를 제정해 이들의 분계(分)를 정함으로써,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공급하게 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욕망이 결코 재화를 바닥내는 데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고 재화가 욕망 때문에 바닥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이 둘이 서로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했다. 이것이 예(禮)의 기원이다.”2)

 

욕망은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요소에 하느님께서 넣어 주신 선물과 같은 것입니다. 먹고, 잠을 자고, 자손을 낳아 번성하고, 관계 속에서 인정받아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욕망이 과도해지면 자신을 망치고 공동체를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의미를 잘 깨달아 욕망을 절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 절제와 조절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바로 ‘예(禮)’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유가학자들은 인간의 욕망(人歌)을 없애고, 하느님께서 의도하신 창조원리(天理)를 잘 보존해 나가는 것이 모든 수행의 근본이라고 여겼습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성리학자들이 끊임없이 추구한 “존천리, 거인욕(存天理去人歌)”3)이라는 개념입니다. 하늘의 이치를 잘 보존하고, 나(인간)의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우리 인간에게 맡기시며 아름답게 가꾸어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 가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눈앞의 달콤한 욕망만을 추구하며 나의 편리함만을 생각한다면 ‘공동의 집’인 이 지구는 쓰레기에 뒤덮이고 인류도 살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나의 욕망을 절제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마태 6,11)

 

1) 이동학 『쓰레기책』(오도스 2020) 203쪽

2) 『순자(荀子)』 「예론(禮論)」, 1.

3) 왕양명 『전습록(傳習錄)』 上,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