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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의 현장에서
924명의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함께 키운 나무


글 허진혁 바오로 신부|교구 사회복지국 차장

 

얼마 전 몽골에 나무를 심고 왔습니다. 점점 사막화 되고 있는 몽골 내륙 땅이 걱정되어 심은 그런 진짜 나무가 아니고, 아직도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을 알지 못하는 몽골 사람들의 영혼에 심은 사랑의 겨자나무였습니다. 올해 사순절에 교구 사회복지국에서 본당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순절 사랑의 겨자나무 키우기 프로젝트’를 실시했습니다. 86개 본당에서 924명의 어린이가 참여해서 마련된 기금 천만 원과 카리타스 시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학용품 세트를 더해 지난 7월 말, 몽골 ‘지식에르뎀학교’(교장 : 이난영 글라라 수녀,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에 전달하고 왔습니다. 이 글은 천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한 이번 사순절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관한 작은 보고서입니다.

오랜 신자분들에게 ‘사순절’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을 꼽아보라고 하면 아마 ‘빨간 돼지 저금통’이 1순위로 떠오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올해 초에 교구 사회복지국에서 사순 저금통과 관련한 이런저런 의견들이 오갔습니다. ‘이 좋은 일을 어린이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이웃사랑을 어릴 때부터 꾸준히 실천하게 할 수 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스레 자선을 실천하는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등등 그렇게 의견을 모으고 다듬으며 ‘사순절 사랑의 겨자나무 키우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한참일 때라서 각 성당의 주일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는 부모님들이 가정 안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며 할 수 있는 ‘가족 신앙 프로그램’이 되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또한 환경을 생각해서 플라스틱 돼지 저금통 대신에 친환경 재생용지로 만든 사각형 종이 저금통으로 디자인했고, 저금통의 각 면에 찍혀있는 QR 코드로 접속 가능한 영상을 통해 한 주간씩 기도와 말씀을 묵상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이 일의 목적이었습니다. 사순시기 동안 우리가 키워 나갈 이 겨자나무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해외의 또래 친구들을 돕기 위한 것이란 점을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알려주도록 했고, 그 결과 천여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참여하여 천만 원의 기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소위 ‘코 묻은 돈’이라고 치부하기엔 큰 액수였고, 수많은 아이들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돈이기에 사실 값을 따질 수 없는 돈이었습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 외에도 이 프로젝트에 동참한 또 다른 이들은 대구 카리타스 시설의 직원들입니다. 각 시설에서 여유로 가지고 있는 학용품을 모아서 사제단의 몽골 방문 때 함께 전달하면 좋겠다는 공문을 보냈는데, 15개 기관에서 무려 10박스가 훨씬 넘는 양의 학용품이 모였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많이 모여서 결국 학용품은 몽골 방문 비행 편에 다 싣고 가지 못하고 나머지는 배편으로 부쳐야 했습니다.

이번 몽골 방문은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이하는 몽골 지식에르뎀학교의 초대로 이루어졌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 교구에서 총대리 직분을 수행 중인 김성현(스테파노, 대전교구) 신부님이 주례한 감사미사에는 한국인 선교사를 포함해 몽골에서 활동 중인 여러 나라 선교사들과 대구대교구 사회복지사제단, 한국의 오랜 후원자들, 특별히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이귀순(마리아고레띠) 총장 수녀님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원래는 추기경님이 주례를 하기로 하셨는데 건강상의 이유로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에는 학생들이 준비한 다양한 전통 공연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사실 저는 몽골 방문이 처음이고 몽골 전통 공연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제 마음 속에 더 깊이 와닿은 것은 화려한 전통 공연이 아닌, 몽골 아이들이 불렀던 소박한 미사곡이었습니다. 언어만 다를 뿐 가톨릭교회 신자가 극소수인 선교지에서 25년째 불리워지고 있는 성가라는 생각에 감회가 깊었습니다. 몽골은 현재 민주공화국이지만 오랫동안 공산주의 국가였고,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유럽의 그리스도교 국가를 공포에 떨게 했던 유명한 나라였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고백하며 드리는 찬양 소리를 듣고 있으니 더욱 감격스러웠습니다. 인구 3백만 명 중에서 가톨릭 신자는 8개 본당 1800여 명에 불과(2021년 기준)한데, 지난 25년 동안 가난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며 묵묵히 복음의 씨앗을 뿌렸을 선교사들에게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현장을 떠나면서 제가 가졌던 희망은 이 나라가 지닌 힘과 과거에 천하를 호령했던 그 엄청난 힘이 지금도 남아있다면 부디 하느님 안에서 선한 힘으로 승화되기를, 그래서 과거보다 훨씬 더 영광스러운 그리스도의 군사가 되어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 대구대교구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는 빈곤, 질병, 교육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선교지의 이웃과 선교사를 돕고 있습니다. 올해는 2억 6천만 원의 기금으로 12개 나라, 21개 해외선교 가톨릭 단체를 지원했습니다. 후원에 관심있으신 분은 053)422-3412로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