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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을 추모하며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월간 〈빛〉 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2022년의 마지막 날, 전임 교황이셨던 베네딕토 16세께서 선종하셨습니다. 2005년 4월 19일에 제265대 교황으로 선출되어 2013년 2월 28일 사임하실 때까지 8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재임 기간 동안 그분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특히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라는 말씀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이 말씀을 제목으로 한 첫 번째 회칙을 통해 우리 신앙의 핵심이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하셨지요.

베네딕토 16세께서는 미리 작성한 유언서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복수나 심지어 증오와 폭력의 명분에 하느님의 이름을 결부시키는 오늘날, 이러한 메시지는 시의적절하고 중요합니다.” 교황님께서는 하느님을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고 단언하십니다. 우리가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계명’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사랑의 은총에 대한 응답이라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1) 그러므로 우리 삶의 중심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되어야 합니다. 사랑이 인간의 존재 이유인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가득 차야 할 우리 마음은 아주 작은 요인으로도 쉽게 분노에 사로잡히거나 이기적인 욕심이 생기면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늘 경계하여 마음이 이런 삿된 것에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분노 참기를 불을 끄듯이 하고, 욕심 막기를 물을 막듯이 하라.”2)

 

분노는 마치 불이 붙는 것처럼 단숨에 확 치밀어 오릅니다. 작은 불이 여기저기 옮겨붙어 커지면 그때는 이미 걷잡을 수 없습니다. 아주 작은 불씨일 때 확실히 꺼야 합니다. 바싹 마른 산에 떨어진 작은 불씨가 엄청난 화마가 되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을 우리는 많이 봤습니다. 물난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마나 태풍 때 눈 깜짝할 사이에 불어난 물이 많은 재산과 목숨을 앗아 가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분노와 욕심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에 분노의 불씨가 생기려 할 때 빨리 끄지 않으면 분노의 감정은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아 나를 망치고 말 것입니다. 작은 욕심이나 욕망이 내 마음을 이끄는 것을 방치한다면 그 욕망은 점점 커지고,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을 때는 손쓰기에 너무 늦을 것입니다.

마음을 함부로 방치하지 마십시오. 내 마음은 사랑이신 하느님을 품은 거룩한 성전입니다. 이 마음이 원래 지향하는 바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 내 마음에 가득 차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분노나 욕심 같은 감정에 휘둘려 자신을 망치지 마십시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고, 우리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차야 합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님을 하느님 품에 보내드리며, 그분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깁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윤리적 선택이나 고결한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3)

 

1) 교황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 참조.

2) 『명심보감』, 「정기(正己)편」, 13항. “懲念如救火, 窒慾如防水.”

3) 교황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