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여는 글
〈빛〉 40주년을 기념하며…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월간〈빛> 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벌 받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30년 전 신학생이었던 저는 신학교에 무료로 들어오던 〈빛〉잡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신학교 기숙사 각 층에 있는 휴게실에는 각종 신문과 종교 잡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가톨릭신문〉이나 일간지를 뒤적거릴 뿐 매월 새롭게 전시되는 〈빛〉 잡지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쩌다 잡지 앞쪽에 나오는 교구의 주요 행사 사진을 훑어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았고, 해야 할 과제들이 넘쳐났기 때문이었습니다. 훗날 제가 〈빛〉 잡지를 책임지고 만들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매번 다음 〈빛〉 잡지를 어떻게 구성할지, 특집을 무엇으로 잡을지, 누구를 인터뷰 할지 등 편집부원들과 회의를 하고 나서 꾸려진 초고를 정리한 후에 최종 수정본을 받아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꼼꼼히 보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사진이나 그림은 물론, 작은 토씨 하나까지 빠뜨리지 않고 최종 교정을 보고 난 후 편집본을 인쇄소로 넘깁니다. 그러니 저는 매월 〈빛〉 잡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먼저 읽는 독자인 셈이지요. 그러면서 농담처럼 이야기합니다. 신학생 때 거들떠보지도 않던 벌을 이제 받는 것이 틀림없다고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매월 나오는 잡지를 작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니 내용이 너무 알차고 재미있더라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하는 일은 기획하고 편집된 최종본을 교정하는 게 전부입니다. 필진들이 작성한 글과 신앙생활 수기, 기자들이 취재해서 작성하고 정리한 교구의 여러 행사에 관한 기사까지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교구 안 이런저런 곳에서 봉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아, 저렇게 봉사하시는 분도 계시구나.’라고 감탄하기도 합니다. 이런 값진 경험을 교구의 많은 신자 분에게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창한 홍보나 본당을 찾아다니는 이벤트보다 잡지의 내용에 더 충실하자는 생각이 컸습니다. 이렇게 〈빛〉 잡지는 교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사를 전하고, 숨은 곳에서 봉사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성경과 신학을 함께 공부하는 일을 꾸준히 해 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달 한 달 책을 낸 시간이 모여 어느덧 ‘40년’이 되었습니다. 480권의 〈빛〉 잡지를 세상에 냈습니다.

 

〈빛〉 잡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됩니다. 책을 보는 사람이 줄어들고, 종이에 인쇄된 잡지가 점차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빛〉 잡지는 신자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단순히 소식을 전하는 데서 나아가 학문적으로 배운 것을 나누고, 체험한 신앙을 전하며, 주변의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이웃 같은 신앙의 동반자가 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저희 〈빛〉 잡지와 함께 어두운 세상에 불을 밝히는 빛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