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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의 해를 위한 생태영성
변화


글 송영민 아우구스티노 신부|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국장

대구 신학교에는 ‘Laudato Si(찬미받으소서)’라는 이름의 플로깅 동아리가 있습니다. 수요일 봉사 외출 때 학교 주변 동네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는 모임이지요. 저도 가끔씩 함께하는데, 단순한 일이지만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뭔가 직접 해 본다는 보람이 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거리를 걸으며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재미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번은 제게 어떤 신학생이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더군요. “신부님, 우리가 이렇게 쓰레기를 주워도 버리는 사람은 계속 버리는 것 같습니다. 생태 환경 문제가 심각한데도 사람들은 잘 변하지 않는데, 이런 작은 실천으로 세상이 바뀔까요?”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나 하나 바뀐다고 뭐가 그리 달라질까? 개인의 노력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런 의문이 들 때면 저는 「찬미받으소서」 회칙의 이 가르침을 기억하곤 합니다. “이런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사회에 선을 퍼뜨려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결실을 가져옵니다.”(212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이 말씀을 되뇌다 보면, 하나의 행동이 가져올 변화의 가능성과 한 사람의 선한 영향력을 신뢰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개인의 작은 생태적 실천이 급속한 변화를 불러오기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모이면 변화를 이끌어 내는 마중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산속의 오솔길을 생각해 봅시다. 처음부터 그 길이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누군가 수풀을 헤치며 첫발을 내딛었고, 그 후 다른 사람이 또 어떤 사람이 그곳을 걸어 앞으로 나아갔겠지요. 그렇게 이어진 발걸음이 모여 숲속의 오솔길은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길도 마찬가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날 생태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우리 주위에는 미래가 암울하다고 낙담하기보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버리지만 치우지 않는 세계에서 ‘어쩔 수 없다’ 말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 보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묵묵히 다른 길을 가는 이들이 있기에 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때로는 그 변화가 너무 더디고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달라지고 더 나아졌는가?’ 주위를 둘러보면, 마음이 참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바로 그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숲속 오솔길 하나가 수많은 발걸음이 거쳐가는 과정에서 ‘조용히’ 만들어지듯 생태적 전환의 길 역시 앞서 걷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행동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 변화를 확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아무리 작아 보이고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새해에는 ‘나 하나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라는 확신으로 저마다 뭐라도 해 보는 분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기업과 정부가 기후 위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데 개인의 실천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푸념하기보다는 그 소소한 실천이 불러올 변화를 기대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표가 나빠진다고 해서, 그것이 포기의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절망적 상황이란 오히려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할 이유입니다. 그렇게 직접 행동으로 나서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들을 보고 따라 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입니다. 한 개인의 실천이 만드는 변화는 미미해 보일지라도 어떤 식으로든 주위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느 광고에 나오는 이야기를 기억해 봅니다. 바닷속에 들어가 쓰레기를 줍는 부부에게 누가 묻습니다. “이 넓은 바다가 그런다고 회복이 될까요?” 이 질문에 그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최소한 우리가 지나온 길은 바뀌잖아요.” 이 말처럼 각자가 걸어온 길을 깨끗이 닦아 나가다 보면 우리 아이들이 걷게 될 길은 적어도 지금보다는 깨끗해질 것입니다. ‘우리집 마당을 쓸었더니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다.’고 하지 않습니까? 잊지 맙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