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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切磋琢磨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 〈빛〉편집주간 겸 문화홍보실장

절차탁마(切磋琢磨).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로, 상아나 옥돌을 다듬고 또 다듬어 완전무결한 보석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말입니다. 톱으로 자르고(切), 줄로 쓸며(磋), 끌로 쪼고(琢), 숯돌에 가는(磨) 과정을 통해 거친 원석이 아름답고 가치 있는 보석이 되는 것이지요. 원석을 갈고 닦아 보석을 만들듯이 꾸준히 학문을 배우고 도덕 수양을 해서 자신을 키워나가야 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거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절, 차, 탁, 마하며 자기 자신을 아름다운 보석으로 가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어느 날 스승께 물었습니다. “가난한데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한데도 교만하지 않다면 어떻습니까?” 그러자 공자가 말했지요. “좋구나. 하지만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자공이 다시 말했습니다. “『시경(詩經)』에 ‘자르듯이, 쓸듯이, 쪼듯이, 갈듯이’ 해야 한다고 나오는데, 이것을 말하는 것입니까?” 이 말에 공자는 칭찬하며 말합니다. “자공아, 이제 비로소 너와 함께 시를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지난 일을 말해 주었더니 앞일을 아는구나.”

『논어(論語)』에 공자와 제자 자공이 절차탁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가난해도 올바른 일을 해 나가는 데 즐거워하고, 부유하더라도 교만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는 예(禮)가 갖추어져 있는 도덕적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이기심과 욕망이 자신의 의지를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절차탁마하며 자신을 보석처럼 빛나게 닦아 나갔을 것입니다.

신앙인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의 자녀로서 사랑의 계명을 실천해 나가는 삶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사랑의 실천에는 ‘적당히’, ‘대충대충’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이 정도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우리의 착각입니다. 이웃뿐만 아니라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라, 자선을 베풀 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라 ….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사랑의 수준은 당신처럼 완벽한 사랑입니다. 사랑의 실천도 적당히 하고, 신자로서의 삶도 적당히 한다면 우리도 세상의 부패한 권력자들이나 거기에 빌붙어 아첨하는 이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절차탁마하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길을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빛〉잡지도 매회 절차탁마하는 마음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2017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내용이나 편집도 독자 여러분들이 더 이해하기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바꾸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열린 마음으로 독자들의 의견을 듣고 고쳐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결심을 세우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아 힘든 세상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함께하기에 결코 외롭지 않은 길입니다. 우리가 서로 함께하고, 주님께서 함께하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