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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회 111곳 성지순례』, 그 길 위에서
하느님, 당신 뜻대로 살도록 하소서 (2화)


글 김윤자 안젤라 | 남산성당

 

2016년 7월 4일 월요일

- 장마철이라 하루 종일 장대비가 내렸지만 정말 좋은 순례 날

평소보다 조금 늦은 오전 8시에 선산성당에서 출발하여 오늘의 첫 행선지인 경북 상주시에 있는 신앙고백비1)로 향했다. “신앙고백비는 1866년 병인박해 전의 신자인 김삼록 도미니코(1843~1935)가 자기의 신앙 고백에 관한 내용을 비석에 새겨 그의 집 뒷산 바위 위에 세운 것”이라고 『한국천주교회 111곳 성지 순례』 182쪽에 기록되어 있다.

신앙고백비를 참배한 후 우리는 경북 문경읍에 자리한 마원(복자 박상근 묘) 성지2)로 향했다. 가는 길에 홍수가 날 것 같이 많은 비가 내려 온 몸이 흠뻑 젖었지만 순교 선조들을 기리면서 모두들 편안한 마음으로 성지에 도착하여 복자 박상근 마티아의 묘소에서 기도를 드린 후 여우목 성지3)로 향했다. “여우목 성지는 103위 성인인 이윤일 요한 성인과 서치보 요셉 가정에 의하여 이루어진 교우촌으로 부근에 ‘건학’과 ‘부럭이(부락이)’라는 교우촌이 있어 빈번한 접촉을 하면서 지냈다.”고 성지 순례 책 184쪽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성지에 도착하니 우리 교구의 이윤일 요한 성인 생각이 더욱 간절하여 내내 이윤일 성인을 생각하며 순례를 한 성지였다. 그곳에서 우리 일행은 다시 경북 문경읍 진안리 성지4)로 길을 향했다.

진안리 성지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사제가 되신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이 선종한 곳이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발이 온통 물로 범벅이었지만 최양업 신부님이 이곳에서 선종하셨다는 생각에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죽림굴에서도 최양업 신부님 생각에 마음이 아팠었는데…. 그렇게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쓸어내리며 다시 길을 재촉하여 충북 괴산군 연풍면에 자리한 연풍 순교 성지5)로 향했다. 성지로 향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운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연풍 순교성지 황석두 루카(1813~1866) 성인의 묘소 앞에 다다랐다. “성인은 아내와 동정부부로 살면서 일생을 교회에 헌신하다가 병인박해 때 다블뤼 안 안토니오 주교, 오매트르 오 베드로와 위앵 민 루카 신부, 장주기 요셉 회장과 함께 충청도 갈매못에서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했다.”(166쪽) 일생을 동정부부로 지내신 그분들의 열렬한 신앙에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감격, 또 감격했다.

다시 길을 달려 다음 행선지인 경북 영주시 홍유한 고택지6)로 향했다. 장마철이라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마을이 홍수에 떠내려 갈 것만 같이 강물이 넘치려고 해서 조금 겁이 난 상태에서 홍유한 선생의 고택지로 들어서니 아직 개발이 덜 된 상태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신자도 아닌 분의 훌륭한 신앙생활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홍유한 선생은 안동에서는 아주 잘 알려져 있다. 구담 농은수련원의 그 ‘농은’도 홍유한 선생의 호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고 박석희 주교님의 묘소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농은 선생의 행적을 따라 걷는다는 건 가슴 설레는 일이기도 했다.

홍유한 고택을 나와서 그분의 후손 순교자들의 묘소가 모셔져 있는 경북 봉화 우곡 성지7)로 향했다. “우곡 성지는 한국 최초의 수덕자로서 『칠극』의 가르침을 따라 천주교 수계생활을 28년 동안 이어 온 농은 홍유한(1726~1785) 선생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186쪽) 비는 계속해서 거침없이 내렸지만 묘소에 올라선 우리 일행은 홍유한 선생의 후손 순교자들에게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강완숙 골롬바도 홍유한 선생의 며느리인 데다 더욱 놀란 건 홍봉주의 일가에서 아내, 홍아기, 아들까지 순교했다고 하니 이 모든 것이 홍유한 선생의 은덕으로 그 많은 후손 순교자(13분)들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나도 깊은 감명을 받은 성지로 자리했다.

 

참 좋으신 하느님! 오늘도 이렇게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당신과 함께 한 성지 순례에 감사드립니다. 하느님! 당신께서 저희와 함께 하시지 않으셨다면 저희는 장대비를 맞으면서까지 성지순례를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안내표지를 정말 잘해 놓은 안동교구에 크게 감사드리고 권혁주(크리소스토모) 주교님께도 감사 또 감사를 드립니다. 순례를 하는 도중에 하느님 당신의 힘이 얼마나 크신지, 하느님 당신이 저에게 얼마나 크나큰 은총과 축복을 주시고 제가 당신 은총과 축복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참 좋으신 하느님! 저는 참 행복합니다.

 

5회차 : 신앙고백비→마원(복자 박상근 묘) 성지→여우목 성지→진안리 성지→연풍 순교성지→홍유한 고택지→우곡 성지

 

2016년 7월 11일 월요일

- 장마철이었지만 북쪽은 종일 정말 좋은 날씨 속에 성지 순례를 한 날

지난번처럼 이 날도 오전 8시에 성당에서 출발하여 강원도 춘천시 춘천교구 죽림동 주교좌성당8)을 찾았다. “죽림동 주교좌성당은 춘천 지역 최초의 공소라고 할 수 있는 곰실공소가 이전하여 자리를 잡은 곳”(34쪽)이라 한다. 성당 뒤편에는 순교자 묘지와 성직자 묘지가 함께 모셔져 있는데, 7월의 햇볕이 어찌나 따갑게 내리쬐던지 땀이 뻘뻘 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순교자 묘지를 둘러보면서 그분들 덕에 이렇게 편히 성지 순례를 할 수 있다는 기쁨에 기도와 묵상을 마치고는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간단히 하고 강원도 양양군 양양성당9)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이 멀기는 했지만 설악산과 바닷가 도로를 따라 운전해서 가다보니 이는 성지 순례가 아니라 여름 피서를 떠나는 듯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기쁘고 즐거운 기분도 잠시, 양양성당에 도착해서는 마음이 너무 쓰라렸다. 북한의 신자들을 구하려 하시다 내려오지도 못한 이광재 디모테오 신부님의 순교 현양비 앞에서 우리 일행은 그만 마음이 먹먹해지고 슬퍼진 것이다. 게다가 양양성당이 38선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더욱 더 그러한 마음이었다.

먹먹한 마음을 안고 양양성당을 나와서 다시 강원도 강릉시 금광리공소10)로 출발했다. 금광리공소는 “1887년에 설립된 곳으로 영동 지역 천주교의 모태와 같은 곳”(40쪽)이라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아주 호젓한 시골길가에 있는 자그마한 공소로 너무나도 마음이 포근하고 따뜻했다. 바로 전 양양성당에서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었던 금광리공소를 나와서 강원도 강릉시 강릉부 관아11)로 향했는데 거기서 다시 한 번 가슴이 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성지로 개발되지도 않았고 또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는 표식조차 없는 것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하루 빨리 성지개발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 강릉부 관아를 나와서 춘천시 동래면 곰실공소12)로 향했다.

곰실공소로 가는 도중에 느낀 것은, 춘천교구 내 성지들이 모두 뚝뚝 떨어져 있는데 옛 순교자들께서는 그런 험준하면서도 멀고도 힘든 길을 다니며 어떻게 그토록 열심한 신앙생활을 유지하셨는지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저런 순교자들 생각에 젖어 운전을 하다 보니 어느새 곰실공소에 도착했다. 곰실공소는 춘천교구 죽림동 주교좌성당의 모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작은 공소로, 감실에 성체가 모셔져 있다. 마침 그곳에서 공소를 돌보고 있는 자매님을 만났는데, 자매님의 따스한 환대와 손길에 우리 모두 종일토록 다닌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처음 보는 이에게도 어찌나 친절하던지, 길 위에서 만난 또 다른 천사였다고 말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참 좋으신 하느님! 이렇게 제가 오늘 하루도 당신을 만끽하면서 지낸 날이었습니다. 참 좋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희와 함께 하루를 지내 주셔서 정말 행복한 순례의 날이었습니다. 너무 기쁘고 행복합니다.

 

6회차 : 죽림동 주교좌성당→양양성당→금광리공소→강릉부 관아 →곰실공소

1) 안동교구 소속의 성지. p.182.

2) 안동교구 소속의 성지. p.180.

3) 안동교구 소속의 성지. p.184.

4) 안동교구 소속의 성지. p.188.

5) 청주교구 소속의 성지. p.166.

6) 안동교구 소속의 성지. p.190.

7) 안동교구 소속의 성지. p.186.

8) 춘천교구 소속의 성지. p.34.

9) 춘천교구 소속의 성지. p.42.

10) 춘천교구 소속의 성지. p.40.

11) 춘천교구 소속의 성지. p.36.

12) 춘천교구 소속의 성지.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