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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그리스도의 젊은 사도, 청소년과 청년
행복학교 생태학교 산자연중학교


글 이영동 치릴로 신부 | 산자연중학교 교장

 

전국 유일의 가톨릭 대안중학교 산자연중학교입니다.

본교는 환경운동가이신 정홍규(아우구스티노) 신부님께서 2003년 경북 영천 오산리에 있는 폐교된 초등학교를 임대하여 캠프 식으로 운영해 오다가 2007년에는 미인가 대안학교로, 2014년부터는 정식 대안학교로 인정받았습니다. 산자연이라는 교명은 그냥 ‘산과 자연’을 뜻하기도 하고 ‘살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영어로 SAN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영성(Spirituality), 예술(Art), 자연(Nature)의 첫 글자를 뜻합니다. 즉 산자연중학교는 자연 속에서 영성과 예술을 가르치고 배우고 살아있는 학교라는 뜻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꿈과 끼를 찾지 못하는 청소년들과 학업의 경쟁에서 소외되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 게임 중독성 경향이나 심리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학교생활과 교우관계 등이 잘 되지 않는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또 학교의 획일적이고 자유스럽지 못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 밖으로 나가는 청소년들도 많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 해 학교 밖으로 나가는 청소년이 5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또 이들 중 많은 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산자연중학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있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본교는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서 자연과 더불어 뛰어놀고 자연 속에서 각자의 장점을 발견하도록 가르치고 배웁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라는 성경의 말씀대로, 좋게 창조하신 우주만물의 장점을 발견함과 동시에 각자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성장시켜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합니다. 또한 사람뿐 아니라 우주만물 모두가 존중받고 소중히 여겨져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자연환경과 생태적인 삶을 살도록 노력하며, 인간과 자연 모두가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배우고 익히도록 합니다. 그래서 농사를 많이 짓습니다. 기본 채소부터 팥, 콩, 고구마, 감자, 옥수수, 보리, 밀, 참깨, 들깨, 양파, 마늘, 땅콩, 그리고 조그만 사과밭도 가꾸고 있습니다. 혹시 깨 쏟아지는 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지난 가을에는 학생들과 깨를 수확해서 털어봤습니다. 멋진 소리였습니다. 어느 학생의 말입니다. “열심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다 보면 휴대폰과 게임 생각이 안 납니다.” 또 누른 호박 50덩이를 수확해서는 60만 원을 벌었습니다. 아이들과 영천성당에 가서 다른 수확물도 함께 판매해서 몽골에 있는 자매결연 학교를 도왔습니다. 어느 신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거도 얻어먹는 주제에 남을 돕는다고.”…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산자연중학교는 마을과 함께 교육하고 있습니다.

본교는 마을 안에 있습니다. 마을이 학교를 품고 학교가 마을을 품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학교가 떠나고 청소년도 떠나고 있는 이때 우리는 마을과 함께 가르치고 배우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손자손녀가 되어 주고 할매할배가 되어 줍니다. 본교에는 마을학교라는 시간이 있어서 마을 어르신들을 명예교사로 초청하여 매주 1시간씩 강의를 합니다. 강의라기보다는 어르신들의 청소년 시절의 꿈과 지금까지의 삶을 들려주십니다.

지난해에는 경상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할매할배의 날’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동네 할매할배들과 함께 멋진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2회에 걸친 동네 어르신들과의 여행, 비상약통 전달, 학교영화관 운영, 음식 나눔 등 친손자·손녀들보다 더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 정월대보름에는 어르신들을 학교로 초대해서 세배, 윷놀이, 식사 그리고 달집태우기 한마당을 펼쳤습니다. 이렇게 사람 사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산자연중학교는 서로 돕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교구에는 ‘청소년을 돕는 청소년 운동(Youth Helping Youth)’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끼리 서로 돕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본교는 YHY 시간이 따로 있어서 전교생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있습니다. 자신이 잘 할 줄 아는 것이 있으면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시간입니다. 목공을 잘하는 친구는 목공을, 축구를 잘하는 친구는 축구를, 탁구를 잘 치는 친구는 탁구를 가르쳐 줍니다. 이렇게 하면서 우정도 쌓이고 서로 돕는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올해는 다양한 문화권의 학생들이 입학하여 다양한 언어를 가르쳐 주는 시간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화교, 영어권 학생, 그리고 몽골에서 유학을 온 학생까지 다양합니다. 거의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힘든 점도 있지만,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좋습니다.

 

올해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정식 학교가 된 지 4년째입니다. 전교생이 10명 더 늘어서 50명이 되었습니다. 매년 증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가 교육을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도 됩니다. 우리 학교는 교육부에서 인정해주는 정식학교지만 정부 재정지원이 전혀 없어서 학생들이 많은 교육비를 부담해야 하는 곳이기에 그렇습니다. 또한 갈수록 교육비를 부담하기 힘든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기에 큰 힘이 됩니다. 매월 1만 원을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교구 사회복지회에서는 교육비를 부담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많은 장학금을 주십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도움을 주시는 분들 덕분에 행복학교·생태학교 산자연중학교가 더욱 풍성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