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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회 111곳 성지순례』, 그 길 위에서
하느님, 당신 뜻대로 살도록 하소서 (4화)


글 김윤자 안젤라 | 남산성당

2016년 7월 25일 월요일 - 여름 삼복더위지만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번에는 서울대교구로 순례의 발길을 옮기려고 합니다. 하느님 저희와 함께해 주십시오. 사실 시골 신자가 서울로 가려니 겁이 납니다.” 오전 5시 50분 선산성당에서 출발하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성당1)에 도착했다. 학기 중에는 개방이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다행히 방학 중이라 학교를 둘러볼 수 있었다. 성당에 들러 기도를 드리고 난 후 발길을 명동 주교좌성당2)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지하성당에서 미사가 시작되었다. 미사참례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미사를 마친 후 성당을 순례하고 다시 광희문3)으로 향했다. 가는 곳마다 얼마나 많은 순교자들이 순교를 했는지 광희문 그 자체는 그대로였지만 성지는 개발 중이었다. 다시 왜고개4) 성지로 출발했다. 왜고개는 현재 국군중앙성당이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순교자들의 시신을 잠시 모셨던 성지이다. 왜고개 성지를 나와서 향한 곳은 당고개 순교성지5)로, 이곳은 아파트를 통해서 들어가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성당에 들어서니 마치 에어컨을 켜 놓은 것처럼 너무 시원해서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에어컨을 켜 놓은 것이 아니라 지하성당이라서 그런 것이었다. 사무실 직원들의 안내로 성당 곳곳을 둘러 볼 수 있었다. 당고개 순교성지는 어머니들을 위해서 작은 기도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어머니 이성례 마리아가 순교한 곳으로, 벽화에는 아름답게 살았던 한 가정의 일대기가 꾸며져 있어 모두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거기서 기도도 드리고 우리들 중 일행 한 분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울어서 더 마음이 아팠던 성지로 기억되는 곳이다.

우리는 다시 옛 용산신학교 성당6)으로 향했다. 성당에 들어서자 마음이 얼마나 편안했던지, 꼭 대구대교구의 유스티노 신학교를 생각나게 한 성지였다.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 성전 이곳저곳을 둘러본 다음 다시 서소문 순교성지7)로 향했다. 서소문 순교성지는 100여 명의 순교자가 나왔으며 44명이나 되는 분이 시성된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끔찍한 처형장소인데도 참으로 아름다웠고 중림동 약현성당이 서소문 성지 기념성당으로 자리하고 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새남터 순교성지8)로, 여기서 김대건 신부님께서 군문효수를 당하셨다. 이번 순례를 통해 이 성지가 사제들의 성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새남터 순교성지를 나온 우리는 절두산 순교성지9)로 향했다. 어릴 적에 생각했던 그 절두산 순교성지는 아니었지만 너무나 대단한 부락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 다음 삼성산10) 성지로 발길을 돌렸다. 여기는 세 분의 시신이 모셔져 있는데 스탬프도 삼위일체의 형상과 비슷했다. 삼성산을 벗어나 다시 순례를 위해 이동을 하려는데 자동차에 이상이 생겼다. 마침 성지에 근무하시는 베드로 형제님의 도움으로 다음 순례 길을 안전하게 갈 수 있었다. 성지를 다니다 보면 정말 아름다운 신자분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그 또한 순교자들의 덕분으로 이렇게 은총 속에 성지순례를 할 수 있는 것 같아 가슴 뿌듯함을 느끼며 화살기도를 바쳤다. ‘하느님! 저희가 서울대교구를 생각하면서 조금 긴장하고 겁도 났지만 또한 가슴 설레던 순례의 길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한여름 해가 길어서 인천교구 성지 한 곳을 더 순례하기로 하고 반주골(이승훈 묘)11)로 향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묘지를 찾아 올라가는데 솔직히 아득하긴 했다. 묘지로 가는 길에 풀숲을 헤치고 가야만 했으니…. 그렇게 도착을 하니 벌써 날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무리한 탓일까, 아무튼 반주골을 마지막으로 오늘 순례를 마치기로 하고 짧은 기도를 바치고 내려왔다. 저녁노을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데 참 행복하고 아름다운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례의 길이 되리라 굳게 믿으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8회차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성당→명동 주교좌성당→광희문→왜고개→당고개 순교성지→옛 용산신학교 성당→서소문 순교성지→새남터 순교성지→절두산순교성지→삼성산→반주골(이승훈 묘)

 

2016년 7월 26일 화요일 - 삼복더위다운 날씨였다.

오늘의 첫 순례지는 강화읍에 자리한 인천교구 갑곶12) 성지이다. 늘 그랬듯이 기쁘고 신나게 출발하여 성지에 들어서니 기도하시는 예수님상과 함께 순교자 3위비가 세워져 있고 증거자 박순집(베드로)의 유해를 모신 묘도 있다. 우리는 묘지에서 기도를 바치고 내려와 성당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본당 사무실 직원 분께서 너무나도 따뜻하고 친절하게 맞아주셨고 잠시 있으니 신부님께서 오셔서 더 행복한 기운으로 순례를 시작했다.

다음으로 강화 진무영 성지13)로 향했다. 이 성지에서 그렇게 처절한 고문이 자행되었다는데 어쩐 일인지 마음은 너무나 편안한 성지였다. 우리는 다시 일만 위 순교자 현양동산14)으로 향했다. 청소년수련원으로도 쓰이는 곳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재잘재잘 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행복한 성지였다. 여기서 남종삼 기념관에 들러서 모두들 기도를 드리는데 비좁고 습한 곳이었지만 마음은 행복하고 편안했고 오고 가는 곳마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묵주연못이 있어서 예전 제주도 성지순례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여기서 우리는 어제 반주골 스탬프를 찍지 못해서 다시 문수1동 성당으로 가서 스탬프를 찍고 다음 순례지인 의정부교구 성지로 향했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의정부교구 황사영 묘15)에 들렀을 때는 마음이 너무나 쓰렸다. 묘지를 찾아가는 길도 쉽지 않았지만 성지가 너무나 허술하게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 더 안타까웠다. 그런 마음을 안고 다음으로 찾은 것은 성 남종삼 묘16)였다. 이곳 역시 가는 길이 조금 애매했는데 성지에 올라 산 위에서 내려다 본 공원묘지는 온통 울긋불긋한 조화들과 여기저기 작은 성모상들로 온 산을 메워버린 듯 했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 다음은 송추성당으로 향했는데 송추성당 역시 찾기가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성당에 들어서는 순간 아주 작은 준본당이긴 했지만 신자들을 위한 배려가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곳에서 우리 순례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뛰고 난리가 났다. 성당을 찾아 스탬프를 찍을 수 있어 기쁘기도 했지만 순례자들을 위한 배려에 감탄하며 “의정부교구 주교님, 고맙습니다.”를 몇 번이나 외쳤다. 물론 다른 교구 주교님들께도 감사드린다.

다음 순례지 양주 관아17) 성지는 바로 옆이 처형터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완전 정비 중이라 대단했다. 정조 임금이 활을 쏘셨다는 활터도 있다. 우리는 다시 마재18)로 향했다. 마재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유명한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약현, 약전, 약종 등 네 분의 형제가 태어난 곳이다. 가는 길에 내가 신자라는 자부심에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다산 신도시라는 멋진 도시도 개발되고 있었고, 가는 길마다 다산 정약용을 누구나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도시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런 멋진 도시를 지나서 마재로 들어갔는데, 성지는 크게 개발이 되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 마음이 쓰렸다. 아주 부푼 가슴을 안고 들어갔는데 아쉬움을 안고 나온 곳으로 기억된다.

이렇게 의정부교구의 성지순례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조금의 여유가 있어 바로 옆 수원교구 소속의 양근19) 성지로 발길을 돌렸다. 성지가는 길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약간 저녁노을이 비치면서 온 세상이 천지창조로 돌아간 그런 기분으로 양근 성지에 도착했다. 참으로 넓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주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으로 우리는 풍수원으로 차를 달렸다. 성지 안은 철창문이 꽉 닫혀 들어가지 못했지만 밖에서 발돋움하여 겨우 볼 수 있었다. 풍수원으로 발길을 돌리다가 우리 일행은 이것으로 순례일정을 마치고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낸 후에 다시 순례 길에 오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한민국 모든 젊은이들이 다 휴가를 받는 이 시기에 늙은 우리들까지 합세하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휴가가 끝난 후에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편안하고 행복한 기운으로 집으로 향했다.

‘참으로 좋으신 하느님! 저희가 너무 강행군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아프던 다리도 견딜 수 있었고, 날씨도 삼복더위였는데 정말 괜찮았습니다. 참으로 좋으신 하느님! 고맙습니다. 제가 무엇이기에 이렇게도 사랑해 주십니까! 참으로 좋으신 하느님! 참으로 행복합니다!’

9회차 : 갑곶 성지→강화 진부영 성지→일만 위 순교자 현양동산→황사영 묘→성 남종삼 묘→양주 관아→마재→양근 성지

 

1) 서울대교구 소속의 성지. p.16 『한국천주교회 111곳 성지 순례』 참조.

2) 서울대교구 소속의 성지. p.14

3) 서울대교구 소속의 성지. p.18

4) 서울대교구 소속의 성지. p.30

5) 서울대교구 소속의 성지. p.20

6) 서울대교구 소속의 성지. p.28

7) 서울대교구 소속의 성지. p.26

8) 서울대교구 소속의 성지. p.24

9) 서울대교구 소속의 성지. p.32

10) 서울대교구 소속의 성지. p.22

11) 인천교구 소속의 성지. p.84

12) 인천교구 소속의 성지. p.80

13) 인천교구 소속의 성지. p.82

14) 인천교구 소속의 성지. p.86

15) 의정부교구 소속의 성지. p.130

16) 의정부교구 소속의 성지. p.126

17) 의정부교구 소속의 성지. p.128

18) 의정부교구 소속의 성지. p.124

19) 수원교구 소속의 성지. p.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