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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 〈빛〉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실장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도 찾을 줄 모르니, 슬프도다! 사람들은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도 마음을 잃어버리고는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의 길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求其放心)일 뿐이다.”1)

 

맹자(孟子)의 한탄입니다. 우리는 휴대전화나 지갑을 잃어버리면 안절부절못하고 마음을 졸이며 찾을 때까지 이곳저곳을 모두 뒤집니다. 하지만 자기 마음(心)은 잃어버렸으면서도 잃어버린 사실조차 모릅니다. 잃어버린 것을 모르니 당연히 찾을 줄도 모르겠지요. ‘마음을 잃어버렸다(放心)’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걸까요? 맹자의 표현을 따르면 마음은 ‘하늘이 부여해준 선한 본성’을 말합니다. 우리 마음은 원래 선한 본성을 지니고 있고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모든 덕을 완전히 갖춘, 그야말로 완벽한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환경의 영향이나 나 자신의 이기심, 욕심, 온갖 불안이나 갈등들로 가려지고 덮여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보는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을 찾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마음을 잘 간직하고 계신가요?

 

오월, 찬란한 달입니다. 성모 성월이기도 하지요. 하느님의 뜻을 가장 잘 따르신 성모님의 마음(聖母聖心)을 닮을 수 있다면 우리도 잃어버린 마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성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처음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천사에게서 들었을 때,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보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셨습니다. 자기 마음을 텅 비우신 게 아닐까요?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고 낳고 키우는 그 과정들은 어떠했겠습니까? 늘 마음은 조심스러웠을 겁니다. 그런데 구세주께서 온갖 수난과 고통을 당하셨고 끝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뜻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성모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마음에 깊이 간직하시고 순종하셨습니다. 마음 안에 자신의 것이 가득 차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비우셨기에, 그 텅 빈 공간에 하느님의 마음이 가득 찰 수 있었습니다. 비움으로써 채워진다는 역설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노자(老子)는 마음을 비우고 고요함을 유지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비움을 지극히 하고, 고요함을 돈독히 지켜라.”2) 장자(莊子)는 마음의 재계(心齋)를 지킬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도(道)는 오로지 비어 있는 곳(虛)에만 모이기 때문에, 내 마음을 비우고 그 빈 곳이 하느님으로 가득 차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어떻습니까? 우리 마음은 온갖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복잡하고 엉망이어서 내 마음 안에서 길을 잃을 지경입니다. 마음이 내 욕심으로 가득 차 원래의 선한 본성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나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라는 노랫말처럼 내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성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성모성심을 본받아 나도 온갖 이기심과 욕망, 세상의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나의 마음을 비워 봅시다. 비워내야 하느님을 닮은 마음을 찾을 수 있습니다. 비울수록 하느님의 사랑이 내 안에 가득 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1) 『孟子』,「告子上」, 11. “放其心而不知求, 哀哉! 人有 犬放, 則知求之,有放心而不知求. 學問之道無他, 求其放心而已矣.”

2) 『老子』, 16장. “致虛極, 守靜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