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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회 111곳 성지순례』, 그 길 위에서
하느님, 당신 뜻대로 살도록 하소서 (5화)


글 김윤자 안젤라 | 남산성당

 

2016년 8월 16일 화요일 - 바람 한 점 없고 햇볕은 쨍쨍, 삼복더위 날씨다운 날

‘좋으신 하느님! 한여름 폭염 속의 두 주간을 쉬고 다시 성지순례를 시작합니다. 저희 가는 길에 오늘도 함께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늘 그렇듯이 먼 길을 떠날 때는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선다. 오전 6시, 우리 일행은 모처럼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매괴 성모 순례지를 향해 출발했다. 매괴 성모 순례지1) 는 우리에게 감곡성당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2006년 청주교구는 감곡성당을 ‘매괴 성모 순례지’로 공식 선포했다고 하는데, 성모 순례지 지정은 1991년 수원교구 남양 성모성지에 이어 한국교회에서 두 번째라고 소개하고 있다. 매괴 성모 순례지에 도착하니 8시 30분 정도 되었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성당이 너무나 조용하고 좋았다. 조용히 순례를 마치고 배티 순교성지2) 로 출발했다. 2년 전에 왔을 때는 주일에 와서 그런지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은 화요일이라 무척 조용하고 편안했다. 배티 성지는 모방 나 베드로 신부님이 1836년과 1837년 두 차례에 걸쳐 교우들에게 성사를 베푼 곳이라 한다. 또 1850년에는 ‘조선교구 소신학교’ 교장으로 임명된 다블뤼 안 안토니오 신부님(1857년 주교 수품)이 배티에 건물을 마련했는데 이것이 한국천주교회 최초의 신학교라고 소개하고 있다.

 

순례를 마친 우리는 다시 원주교구 성지를 향해 가던 중에 죽산 순교성지3) 라는 큰 바위에 새긴 성지 팻말을 확인하고 죽산 순교성지로 들어섰다. 마침 11시 미사가 있다고 해서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들어가니 소성당이 참으로 아담하고 너무나 정겨운 우리네 한국 온돌방 같았다. 또 미사 전에 고해성사도 편안히 보고 미사에 참례했는데 신부님의 강론이 너무 좋아 가슴에 와 닿았다. 요약하면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순례를 하는데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름답고 말끔하게 꾸며진 성지에 감탄할 정도였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풍수원 성당4) 으로 향했다. 1888년 6월에 설립된 풍수원 성당은 1909년에 낙성식을 가진 건물로 한국인 신부님이 지은 첫 번째 성당이고 한국에서 네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라고 한다. 그동안 여러 번 와 봤던 성당이라 편안하고 정겨웠다.

 

우리 일행은 다시 용소막 성당5) 으로 발길을 옮겼다. 용소막 성당은 1904년 강원도에서 풍수원, 원주에 이어 세 번째로 설립된 성당이며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곳 역시 40여 년 전에 참 많이 다닌 곳이어서 옛날 생각에 눈물이 울컥했다. 용소막 성당을 뒤로 하고 배론6) 성지로 향했다. 배론 성지는 1801년 신유박해 때 황사영(알렉시오)이 백서를 작성한 곳이고 최양업(토마스) 신부님의 묘소가 있으며 1855년 한국 최초의 신학교인 성요셉신학교가 설립된 곳이기도 하다. 배론 성지를 벗어난 우리는 그 길로 묘재7) 로 향했는데 이곳 성지 역시 옛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원주교구, 춘천교구는 40여 년 전 참 많이 드나들었던 곳이다. 그 당시 내 기억 속의 할아버지 신부님들께서는 벌써 고인이 다 되셨고 나 역시 이렇게 예순이 훌쩍 넘어 다시 찾아오니 너무나 감회가 깊었다. 이처럼 성지는 세월이 지나 다시 가도 좋은, 은혜로운 곳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좋으신 하느님! 다시 당신께 기쁨과 행복, 여유로움과 신앙의 힘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좋으신 하느님! 정말 고맙습니다. 여전히 무더운 날씨였지만 일행 모두 무탈하게 순례를 잘 마치고 이렇게 당신께 아름다웠던 순례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있는 지금의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좋으신 하느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겠습니다.’

 

○ 10회차 : 매괴 성모 순례지→배티 순교성지→죽산 순교성지→풍수원 성당→용소막 성당→배론→묘

 

2016년 8월 22일 월요일 - 바람 한 점 없고 햇볕은 쨍쨍했지만 가끔씩은 구름이 햇볕을 가려준 날

‘좋으신 하느님! 오늘도 하느님 당신께 멋진 순례의 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수원교구를 가려고 합니다. 언제나처럼 저희 가는 길에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오전 6시에 출발하여 구산8) 성지로 향했다. 성지로 들어서니 공사를 한다고 분주했다. 옹기 굽던 옹기굴도 그대로 남아 있고 성당도 대단히 특이했다. 구산 성지를 나와 남한산성 순교성지9) 로 향했다. 남한산성 순교성지는 최초의 박해인 신해박해(1791년) 때부터 남한산성에 투옥되었다는 전승이 내려오는 곳이라는데, 요즘은 남한산성 그 자체가 더 유명하고 화려한 것 같았다. 음식점들에 둘러싸인 성지는 조용하면서도 한가했다.

우리는 다시 천진암10) 성지로 향했다. 천진암 성지는 100년 성당 건립을 위한 행사를 했던 곳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올라갔는데 아직 기초공사도 다 되어 있지 못했다. 한국의 천주교를 움트게 한 곳이고 강학당, 피정의 집, 신학연구소 등이 생겨난 곳이라 기분이 참 좋았다. 천진암 성지에서 미사참례를 하고 맛있게 점심을 먹고 단내11) 성지로 향했다. 단내 성가정 성지는 성지라기보다는 너무나 아담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곳이라는 느낌이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성지를 다니다 보면 아침에 출발하면서 드리는 기도문의 순교자 분들을 기리며 순례를 할 수 있어서 더 행복하다. 단내를 떠나 다시 어농12) 성지로 향했다. 이곳은 수원교구의 청소년들의 미래 신앙을 꽃피우기 위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수리산13) 성지로 향했다. 성지로 가는 길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던지 옛 순교자들을 많이 묵상하면서 순례의 길에 올랐다. 수리산은 최양업 신부님의 부친인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이 농사지으며 살았던 곳이라 하니 더 설레고 설레었다. 성지를 다니면서 최양업 신부님을 너무나 많이 기리게 되어 더욱 그런 기분이었다.

 

일행은 수리산 성지를 나와 이번에는 수원(북수동 성당)14) 으로 향했다. 시간이 저녁을 향하고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북수동 성당에 미리 전화를 걸었더니 그곳에 계시는 사무장 자매님이 어찌나 친절하게 대해 주시던지, 순례길 하루의 피로를 완전히 풀어준 정말 아름다운 분이셨다. 순례를 하다 보면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해주고 순례길에 큰 힘이 되어주는 분들이 성당이나 성지에 계시는 걸 가끔씩 뵙게 되는데, 이번 수원 북수동 성당에서도 그런 아름다운 분을 만났다. 희생하면서도 여유로움을 지니고 우리의 남은 순례를 더 아름답게 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신 멋진 사무장님이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좋으신 하느님! 오늘도 멋진 순례의 길을 마치고 왔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늘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순례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함께한 일행들도 더 겸손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좋으신 하느님! 저를 이렇게 살아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11회차 : 구산→남한산성 순교성지→천진암→단내→어농→수리산→수원(북수동 성당)

 

1) 청주교구 소속의 성지. p.162 『한국천주교회 111곳 성지순례』 참조

2) 청주교구 소속의 성지. p.164

3) 수원교구 소속의 성지. p.112

4) 원주교구 소속의 성지. p.122

5) 원주교구 소속의 성지. p.120

6) 원주교구 소속의 성지. p.118

7) 원주교구 소속의 성지. p.116

8) 수원교구 소속의 성지. p.88

9) 수원교구 소속의 성지. p.92

10) 수원교구 소속의 성지. p.114

11) 수원교구 소속의 성지. p.94

12) 수원교구 소속의 성지. p.106

13) 수원교구 소속의 성지. p.100

14) 수원교구 소속의 성지. p.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