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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회 111곳 성지순례』, 그 길 위에서
하느님, 당신 뜻대로 살도록 하소서 (7화)


글 김윤자 안젤라 | 남산성당

 

2016년 9월 5일 월요일 - 맑고 산뜻한 하늘과 잔잔한 바다

오전 7시 30분 대구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미리 연락해 둔 제주교구 운전기사사도회 택시를 타고 연안부둣가에 도착하여 추자도로 가는 배를 타고 10시 40분 추자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드디어 황경한 묘1)를 향해 나섰다. 지난번 황경한 묘 순례 때 묘지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남았을까,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할까 하며 힘들어 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 순례도 걱정이 앞섰는데 참으로 아름다운 신자분이 팻말을 만들어 가는 곳마다 잘 걸어 두었다. 그래서인지 묘지까지 가는 길이 그리 어렵지도 않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와 묵상을 하며 쉼터에 올라 황경한을 올려놓고 간 바위를 바라보았다.

신유박해 때 백서(帛書) 사건으로 부친 황사영이 순교한 후, 어머니 정난주가 제주도로 유배되는 과정에서 추자도에 남겨진 어린 아들 황경한. 그 어린 아기를 바위에 올려놓고 떠나야 했던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이 어떠했을지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이 났다. 마을로 가는 길에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샘물이 있었는데, 참으로 애틋한 사연을 지닌 마르지 않는다는 작은 우물을 들여다보고 우리는 황경한이 살았던 집으로 향했다. 제주교구에서 그대로 잘 유지를 하고 있었고 말끔하게 보수를 해 놓아서 참 좋았다.

그곳에서 묘지를 돌보는 분들의 말씀을 듣고 내려오는 길에 황경한의 후손이라는 분을 만나 정난주와 황경한 모자의 생애에 대해 더욱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 살아있는 순례를 한 느낌으로 오후 1시 50분쯤 추자성당을 찾았다. 그때까지 점심을 먹지 못해 몹시 배가 고팠지만 2시에 미사가 있어서 참례하기로 했다. 미사를 주례하시는 신부님께서 감동적으로 집전해주셔서 우리 역시 깊은 감동을 받은 은혜로운 미사였다. 그렇게 추자도 순례를 마친 일행은 추자도의 유명한 조기백반을 늦은 점심으로 맛있게 먹고 제주도로 돌아와 하룻밤을 묵었다.

○ 13회차 : 황경한 묘

1) 제주교구 소속의 성지. p.232

    

2016년 9월 6일 화요일 - 오전에는 맑다가 오후부터 약간씩 비가 내린 흐린 날씨

우리는 연안부둣가 인근에서 하룻밤을 묵고 제주 관덕정2)으로 향했다. 관덕정을 한 바퀴 둘러본 뒤 곧장 황사평으로 향했는데, 황사평3) 성지는 1901년 신축교안 때 희생된 무명의 순교자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함께 기도 드리고 복자 김기량 순교현양비4) 로 향했다. 그곳에는 현양비만 세워져 있었는데 레지오마리애 단원들이 기도를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새미 은총의 동산으로 향했다. 새미 은총의 동산5)도 많은 신자들이 잘 아는 이름난 성지다. 가는 도중에 소똥 냄새가 얼마나 나던지 코를 어디다 둘지 모를 정도였다. 넓디넓은 이시돌 목장을 끼고 있는 성지로, 도착하자마자 미사가 있어 미사에 참례한 다음 은총의 동산을 돌며 자유롭게 기도도 하고 묵주기도를 바치며 여유로운 순례를 마치고 나오면서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사 먹었다. 그 다음으로 우리는 대정(정난주 묘) 6)으로 향했다. 이 가족 순교자만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죽어서까지 온 가족이 그렇게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아픈 마음을 달래며 다음 성지로 향했다. 용수(성 김대건 신부 제주 표착 기념성당)7)로 향했을 때는 시간이 오후로 접어들고 있었다. 우리는 기념관을 둘러보고 옥상에 올라가서 바닷가도 내려다보고 성당에서 성체조배도 하고 또 김대건 신부님께서 타고 오셨다는 배(라파엘호)도 보며 제주교구 성지순례를 무사히 마쳤다.

 

 

사실 제주교구 성지순례를 계획했을 때 가장 걱정한 것이 추자도 성지순례 였는데 멋지게 마칠 수 있어 그 또한 얼마나 감사한 지! 제주교구 운전기사사도회 덕분에 여객선 부둣가까지 갈 수 있었고 추자도행 배도 잘 탈 수 있었다. 게다가 첫날 사도회의 바울라 자매도 너무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우리를 반겨주었고 이튿날 레지나 자매 역시 가족 같은 마음으로 간식과 차를 준비해 와서 우리의 순례 길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었다. 다시 생각해도 고마운 분들이며 제주도에서의 아름다운 인연들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14회차 : 관덕정→황사평 성지→복자 김기량 순교현양비→새미 은총의 동산→대정(정난주 묘)→용수(성 김대건 신부 제주 표착 기념성당)

2) 제주교구 소속의 성지. p.222

3) 제주교구 소속의 성지. p.234

4) 제주교구 소속의 성지. p.226

5) 제주교구 소속의 성지. p.228

6) 제주교구 소속의 성지. p.224

7) 제주교구 소속의 성지. p.230

 

 2016년 9월 12일 월요일 - 오전에는 많은 비가 내렸고 오후에는 맑게 갠 날

새벽 6시, 서둘러 전라남도 강진군 다산 초당8)으로 향했다. 너무나 먼 길을 떠나는데 많은 비가 내리더니 성지가 가까워지니 비는 그치고 날씨는 무척 맑았다. 성지로 가는 길이 조금 험했지만 그래도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다산 정약용이 18년 간 유배되었던 다산 초당을 여기저기 둘러보고 목포시 산정동성당으로 향했다. 산정동성당9)은 1897년에 설립된 광주대교구 첫 번째 본당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새 성전을 준비 중이어서 부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순례를 하고 거기서 점심을 먹고 다시 나주시 순교자 기념성당10)으로 향했다. 몇 년 전에도 순례한 성지였는데 지하경당과 감실이 무척 특이한 성지였다. 참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순례를 마치고 다시 차를 달려 곡성군 옥터(곡성성당)11)로 향했다.

섬진강과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곡성성당은 1827년 발생한 정해박해의 진원지이자 교우들이 붙잡혀 와 갇힌 옥터가 있는 곳이다. 그렇게 무서운 곳이 지금은 군청 옆에 자리한 아주 평화롭고 아름다운 성지가 됐다.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성체조배를 한 다음 간식을 나누면서 오늘 순례를 마무리 하려다가 다시 충청남도 공주시에 자리 한 대전교구 황새바위 순교성지12)에 들르기로 하고 길을 재촉했다.

황새바위 순교성지는 시내 높은 언덕에 위치한 성지로 대단히 넓은 성지였다. 이곳은 역사상 가장 많은 순교자를 기록으로 남기며 한국천주교회의 초석이 된 순교지라고 한다. 우리는 오늘의 마지막 순례지인 공주시 수리치골13)로 향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중에 찾은 산속의 성지, 그곳에 계신 수녀님께서 우리 일행을 무척 반겨 주셨다. 그 순간 얼마나 행복하던지, 솔직히 성지는 너무 어두워서 순례하기가 불편했는데 수녀님의 환대 덕분에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순례를 기쁘게 마칠 수 있었다. “수리치골 성지에 계신 수녀님, 저희들 기억하시지요? 다시 한 번 그날의 환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좋으신 하느님! 이번에도 기쁜 마음으로 순례를 마쳤습니다. 옛 순교자들 덕에 이렇게 편안하게 차를 몰고 성지 바로 코앞까지 가면서 순례를 할 수 있는 제가 너무나 행복합니다.”

○ 15회차 : 다산 초당→ 산정동성당→순교자 기념성당→옥터(곡성성당)→황새바위 순교성지→수리치골

8) 광주대교구 소속의 성지. p.192

9) 광주대교구 소속의 성지. p.194

10) 광주대교구 소속의 성지. p.196

11) 광주대교구 소속의 성지. p.198

12) 대전교구 소속의 성지. p.78

13) 대전교구 소속의 성지. 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