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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그리스도의 젊은 사도, 청소년과 청년
인격은 수단이 될 수 없다


글 석상희 요셉 신부 | 교구 청소년국 차장, 학교 복음화 담당

본당이든 공소든 크고 작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넘쳐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만나며 살았던 볼리비아 교회 환경과 너무도 다른 모습을 지닌 한국교회 안에서 청소년국 학교 복음화 사목을 맡은 지 벌써 6개월이 되어 갑니다. 비록 중·고등학교 학생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교육 과정과 시스템,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선생님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청소년들의 아픔을 많이 느낍니다. 보다 풍요로운 외적 환경과 기회들 안에서 더 다양하고 풍성한 꿈을 꿀 수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왜 이렇게도 아픈지, 또 그 아픔이 우리의 가정과 사회까지 아프게 만들지는 않는가 하는 고민과 걱정을 가지고 시간을 보냅니다.

 

학교 복음화를 위한 사목으로 두 가지 주된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YHY 문화운동(Youth Helping Youth, 청소년을 돕는 청소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학교와 함께 본당 주일학교에서도 가능한, 청소년들이 직접 청소년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룹을 만들어 노력봉사나 멘토링, 학업에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위해 학교 안팎에서 활동하기도 하고 혹은 개인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있는 곳에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틴스타 교육(TeenSTAR, 성인의 책임이라는 맥락에서 본 성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일반적으로 접하게 되는 단순한, 생물학적이고 의학적인 차원에서의 성교육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바라봄으로써 자신의 소중함과 함께 타인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청소년으로 준비되도록 하는 성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다시 말해 총체적이고 인격적인 존재로서의 남성과 여성을 이해하고, 하느님의 창조 계획 안에서 서로 보완하고 충만하게 하는 존재로서 남녀를 바라 볼 수 있도록 방향을 지워주는 성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학교 복음화 안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 목적은 우리의 청소년들이 아파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할 수 있는 약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을 하나의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오늘날 세상에 만연해 있고 가장 영향력 있는 사고방식은 바로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의 가치를 그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격에 바탕을 두는 것이 아니라 유용성, 즉 얼마나 많은 능력을 가졌는가에 따라 판단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재산이나 영향력 혹은 명성, 더 좋은 학력, 더 좋은 성적 같은 가시적인 것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은 또한 이기주의로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이 존중받고 인정받으며 가치 있는 이유는 바로 내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얼마나 유용한가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라는 존재는 결국 내가 가진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 이상으로서의 의미가 없게 됩니다.

 

이러한 공리주의적 사고방식, 그리고 이기주의는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모든 고통과 아픔의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회적인, 그리고 가정과 학교 안에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함께하는 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볼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은 같은 교실 안에서 함께 공부하는 급우들을 친구로서가 아니라, 내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겨야만 하는 경쟁의 상대, 내가 더 많은 것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내 배우자를 선택하고 받아들일 때 그 존재 자체로 고유한 목적인 인격체가 아니라 내가 필요한 무엇인가 -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심리적인 것이든 - 를 채워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얼마나 유용한가 하는 것이 그 기준이 됩니다. 부모 역시 자녀를 그 자체로서의 인격체가 아니라 내가 꿈꾸는 삶을 이루어줄 수 있는 수단으로 자녀가 어떤 학교에 진학을 하고 어떤 직업을 갖는지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녀에게도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 즉 물질 혹은 정보를 손쉽고 빠르게 해결해 주는 부모가 훌륭한 부모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은 타인에게서 인간의 모상성을 발견하고 하느님을 닮은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것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학교 복음화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목적 프로그램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아픔과 고통의 원인인 공리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합니다. YHY 문화운동을 통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눔으로써 단순히 인간적인 만족감이나 보람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체험을 통해 깨닫게 합니다. 또한 틴스타 교육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께서 주신 성(性)이라는 고귀한 선물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생물학적인 욕구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보완하며 충만하게 해 주는 상호보완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래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노출되어 있는 공리주의적 사고방식과 이기주의적 흐름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닮은 사람을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로 바라볼 수 있는 건강한 청소년으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 학교 복음화의 사목적 방향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성장과 성숙의 과정에 있는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이지만 - 우리 청소년들은 늘 동행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가정 안에서의 동행자인 부모님들이고, 둘째는 가정보다 더 많은 시간을 머물고 있는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선생님들입니다. 우리의 소중한 청소년들이 이러한 과정 안에서 익히고 받아들이는 가치관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동일한 가치관의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성인으로서,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건강한 가정, 학교, 나아가 사회가 해야 할 몫입니다. 또한 오늘날의 교회가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전해 주어야 할 신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