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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좋은 이주민 되기”


글 이관홍 바오로 신부 | 가톨릭근로자회관 관장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다보면 이주민들이 한국인들과 한국 문화, 한국 사회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는 점을 이야기하거나 불평,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종종 듣게 됩니다. 그럴 때 저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주민들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줍니다. 그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이주민들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을 토로할 때입니다. 그럴 때 저는 이주민들의 입장에서 한국인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이주민들에게 잘 설명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몇 이주민들의 그릇된 모습 때문에 이주민 전체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생기는 것을 보면 안타깝고 속이 상합니다. 요즘 이주민들을 위한 미사 후에는 “좋은 이주민이 되자”라는 짧은 캠페인을 합니다.

 

이주민들을 위한 미사나 행사를 하고 나면 한국 사람들에게서 이주민들은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캠페인을 통해서 담배꽁초는 재떨이에 버리고 쓰레기는 항상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해서 주지시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거나 쓰레기를 정확하게 분리해서 버리지 않을 경우, 마치 모든 이주민들이 그러한 것처럼 욕을 먹고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하면 이주민들은 고개를 끄떡이며 동의한다는 표현을 합니다.

 

문화적인 차이가 때로는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필리핀 사람들과 베트남 사람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필리핀 현지에 가보면 집집마다 노래방 기계가 한 대씩 있고, 특히 생일 파티를 할 때에는 노래방 기계의 볼륨을 크게 올려놓고 이웃들과 함께 밤새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종종 필리핀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숙소에서 필리핀에서처럼 노래방 기계의 볼륨을 크게 해놓고 파티를 즐길 때가 있습니다. 이웃의 한국 사람들은 당연히 불만을 표시하고, 때로는 경찰에 신고까지 할 때도 있습니다. 이주민들은 한국 사람들이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불평하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층간 소음 문제를 비롯해서 일반 가정집에서 노래방 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극히 삼가야 할 일이라고 캠페인을 통해서 설명을 해줍니다.

 

한국 사회에 이주민들이 200만 명 이상 거주하면서 이주민들의 범죄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은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법과 문화에 대해서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또한 이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쉽게 범죄에 연루되거나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단계 판매, 보이스 피싱 등을 조심하고 도박이나 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등도 특별히 조심하라고 캠페인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주민들뿐만 아니라 선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사람들의 노력도 꼭 필요합니다. 몇몇 이주민들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다고 해서 그 나라 사람들과 모든 이주민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외국인 혐오증을 비롯해서 오히려 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게 됩니다.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대해서 알고자 노력하고 한국 사람들을 배려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때로는 잔소리를 하는 것도 이주사목의 큰 역할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선주민들인 한국인들의 이주민들에 대한 불필요한 두려움이나 편견을 해소해 주는 것도 이주사목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빛〉잡지 애독자 여러분들만이라도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또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다름을 나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너그러운 눈으로 이주민들을 바라보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