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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산간학교를 다녀와서
대봉성당 주일학교 OB모임, 그리고 추억의 산간학교


글 김정일 디모테오 | 대봉성당 OB모임 동문회장, 동천성당

 

‘바카테(Vacate)!’ 2017년 7월 22일 토요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 4시경 경북 군위의 간디문화센터에 나이 든 산간학교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바카테!”를 외쳤다. “떠나라!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시편 46,11 참조)를 이번 추억의 산간학교 주제이자 구호로 선정했다. 그랬다. 참가자들은 1976년부터 1984년 사이에 대봉성당 주일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각 분야의 구성원으로 수십 년을 열심히 지내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1박 2일 여정으로 모인 것이다. 또한 이번 추억의 산간학교는 대봉성당 주일학교 OB모임 제9회 ‘대봉인의 날’을 겸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제1회 ‘대봉인의 날’ 행사는 10여 년 전 1970년대 학번들이 중심이 되어 몇 차례 모임을 가지다가 ‘대봉OB 만남의 날’을 개최하기로 하고 1970~75학번이 주관하여 2007년 9월 22일 선·후배(1970~82학번) 80여 명이 모여 효성중학교에서 개최했었다. 1970년대 주일학교를 담당하신 박성대 신부님, 이정추 신부님과 마리글라라 수녀님, 대봉성당 출신 강택규 신부님, 장정식 신부님, 정인용 신부님, 하태수 신부님, 이정효 신부님, 김명현 신부님, 황영지 수녀님, 안순애 수녀님이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 주셨다. 이후 대봉성당 OB모임이 공식화되어 초대회장으로 74학번의 황수철(요셉) 선배님이 추대됐었다. 제2회는 76-77학번이, 제3회는 78학번이 모임을 주관하여 대봉성당에 100여 명이 모였고 2016년에는 84학번이 주관하는 제8회 ‘대봉인의 날’을 개최했다.

이후 대봉OB 모임은 2015년 8월 29일 각 기수 대표들의 회의를 통하여 주일학교 동문회 형태로 출범(회장: 76학번 김정일 디모테오, 부회장(여): 77학번 권현주 요안나, 부회장(남): 78학번 김원식 시메온, 총무: 81학번 임준권 바오로, 서기: 82학번 김계자 모니카)하여 주관 기수 없이 동문회가 주최하는 첫 행사로 이번 ‘추억의 산간학교’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출신사제가 많은 대봉성당이지만 개최일이 불가피하게 토·일요일이라 참석하시지 못하는 현직 신부님들과 수녀님들과의 만남을 아쉬워하며 강택규 신부님(62학번, 원로사제)과 이종욱 신부님(77학번, 가르멜수도회)을 모시고 개교식에 이어 강 신부님의 아련한 추억 속 교구주관 당시의 초기 산간학교 에피소드와 격려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신부님의 ‘기억의 저편에는…’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졌다.

친교와 화합의 시간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톨릭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우종찬(안토니오, 83학번)이 다양한 게임과 싱어롱을 통하여 우리 모두의 정신연령을 청소년 시절로 되돌려 놓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신체는 따로 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미 옛 학창시절로 돌아간 우리에게 산간학교의 꽃인 캠프파이어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서로 손에 손을 잡고 모닥불 주변을 빙빙 돌게 했고 가든파티인 ‘별이 빛나는 밤에’ 때는 이종욱 신부님, 이준호(82학번), 노기원(83학번), 우종찬 등이 선·후배 간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대단한 실력들의 통기타 베틀과 더불어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첫날이자 마지막 밤은 무르익어 갔고 추억의 군기반장 78학번 정영목·김원식은 흥이 나서 스스로 오락반장이 되어 ‘최후의 8인’임을 인증샷으로 남기기도 했다.

다음날 맑은 공기에 산뜻한 기상을 마친 우리는 이종욱 신부님의 주례로 연중 제16주일 미사를 봉헌한 뒤, 아침식사를 마치고 소나기가 우리를 강당으로 몰아넣을 때까지 두 팀으로 나누어 땀을 흘려가며 신나게 소운동회를 했다. 때마침 내린 장맛비로 각 기수별 추억나누기로 프로그램을 전환하여 오히려 부족하고 아쉽게 느껴질 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마무리를 알리는 행운권 추첨 시간에는 찬조금을 내어 준 76·78·81·82·83·84학번 동기회는 물론이고 잠깐이라도 다녀간 70여 명의 참가자 모두에게 제공된 단체 티셔츠 및 아나바다를 위한 각종 성물과 행운권 추첨을 위한 물품 및 현금을 기꺼이 찬조하신 분들, 멀리 미국에서도 금일봉을 보내준 선·후배를 한 분씩 거명하는 등 고마움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분들 외에도 선발대를 자원하여 캠프파이어 준비 등 하루 전부터 다양한 잡무들을 묵묵히 수행해준 간디문화센터 대표 이상욱(84학번) 동기 회장님과 동기 분들, 행사기록을 위하여 동영상 및 드론 촬영을 기꺼이 맡아준 임세훈(마르티노), 드러나지 않게 식당에서 우리의 먹거리를 위하여 수고해 주신 조리 봉사자들,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기획부터 준비과정 및 운영에 시간과 지혜, 힘을 모아준 회장단 및 각 기수 회장님들, 특히 진행을 맡아 수고하신 임준권 총무님, 자료준비와 정리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김계자 서기님과 함께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추억의 산간학교’ 마무리는 추억의 장소인 대봉성당에서 모두의 정성이 모인 주일학교 발전기금을 류인열(아브라함) 보좌신부님께 전해드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Va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