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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세상과 교회


글 이관홍 바오로 신부 | 가톨릭근로자회관 관장

 

뉴스를 보다가도 이주민, 난민, 이주 노동자 등의 단어만 들리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고 뉴스에 관련된 정보들을 꼼꼼하게 검색해봅니다. 좋은 소식도 있지만 나쁜 소식 또한 있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언론의 편향된 보도들이 이주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각하게끔 해줍니다. 그리고 이주민들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복음의 정신에 맞갖은 시각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해줍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한 국회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하면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충격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이 증가하면서 본국으로의 송금 역시 증가해 외화 유출이 가속화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이주 노동자들의 급여를 줄여야 한다는 발언이었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와 마찬가지로 내국인과 이주 노동자 사이에 임금의 차등을 둔다는 것은 조금은 어이없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국제법상, 그리고 헌재의 판결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는 것은 명백한 위법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보면 이주 노동자들이 월급의 많은 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은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이주 노동자들을 고용하였지만 현재는 농어촌과 건설현장, 서비스업 분야까지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들은 한국인들을 고용하는 것이 언어문제만 생각해봐도 훨씬 편하지만 한국인들을 고용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주 노동자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수의 한국인들은 이 국회의원의 말에 동의할 것이고, 이주민들에 대한 편향된 시각과 적개심은 더 커질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6년 교황청 산하에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를 만드시고 그 산하에 ‘이주 사목국’을 설립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23일 교황청 이주 사목국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뜻에 따라서 〈난민과 이민을 위한 20가지 행동 지침〉과 〈난민과 이민을 위한 20가지 사목 행동 지침〉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두 가지 지침들은 환대, 보호, 증진, 통합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세계 교회와 온 인류를 향한 요청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문을 이 자리에 옮길 수는 없지만 우리 교회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복음 정신으로 환대와 보호, 증진과 통합에 앞장서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우리와 같은 땅에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주민들, 특히 우리와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는 이주민들은 교회를 어머니의 품으로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이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늘 불안하고 긴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주일 미사를 위해 성당을 찾을 때만큼은 자신들의 언어로 미사를 봉헌하고, 자신들의 언어로 기도하며 자신들의 삶의 어려움과 애환을 토로할 때만큼은 교회 안에서 위로와 편안함을 느낍니다. 멀리서도 몇 시간씩 버스를 타거나 거금을 들여 택시까지 대절해서 고국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구에 와서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이주민들에게 어머니의 품과 같은 교회를 찾고 나아가 고향을 찾는 의미 있고 뜻깊은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득 어느 이주민이 한 말이 떠오릅니다. “주일에 성당에 올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미사할 수 있고 기도할 수 있고, 고향 음식도 나누어 먹고, 고향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강조하신 환대, 보호, 증진, 통합을 온전히 실현하기에는 갈 길이 참 멀게 느껴지지만 이주민들과 난민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계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우리 교회, 우리 교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주민들과 함께 걸어감을 느끼며 힘을 얻고 희망을 찾고자 노력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