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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이야기
가정문화체험


글 장숙희 루시아 수녀 | 민족화해위원회,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중국으로 탈북한 북한 주민들은 대개의 경우 동북삼성(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의 변방지역에서 숨어 삽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제3국(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을 거쳐 UN난민 캠프가 있는 태국으로 입국합니다. 이곳에서 1~2개월의 시간이 경과하여 난민 지위를 얻게 되면 자신들이 정착할 나라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때 대한민국을 선택한 이들이 한국에 입국하게 됩니다.

입국하면 먼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2~3개월 가량 지냅니다. 이후 통일부 정착교육센터인 하나원에 입소하게 됩니다. 하나원 교육과정은 3개월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성과 아이들은 안성 하나원, 남성은 화천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가정문화체험’은 이 안성 하나원 교육생들만 참여합니다. 대개 2개월차 교육생들이 그 달의 가정문화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1박 2일의 홈스테이 동안 시장문화체험, 가정체험 등을 하게 되는데 교육생들은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왜냐하면 한국에 입국한 지 적게는 4개월에서 5~6개월 만에 처음으로 일반 가정에 초대되어 한국사회를 직접 체험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날을 위해 교육생들은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그 내용은 시장체험을 위한 기프트 카드 사용 방법, 자신이 사고 싶은 물품 목록 작성 및 점검, 초대된 가정에서 지킬 예의범절 등을 배우며 오랜 준비를 합니다. 어떤 교육생은 너무 기대하며 마음을 써서 준비하다가 정작 당일에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 경우 그렇게 기다리던 가정문화체험에는 참여하지 못합니다.

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 이기수 비오 신부)는 한 해 한 번씩 이러한 가정문화체험을 실시합니다. 가정문화체험 준비 중 가장 어려운 문제는 체험 가정을 찾는 일입니다. 행사 전날까지 꼭 필요한 가정은 각 본당 신자들의 도움으로 늘 준비되었습니다. 해마다 참여해주시는 분들과 새로운 가정들의 참여로 교육생들이 큰 용기와 희망을 안고 돌아갑니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가정문화체험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 체험이 어려운 이유는 생활공간을 개방하여 낯선 사람을 받아들이기에 각 가정은 너무나 개인적이거나 가족 구성원들만의 공간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아파트 생활을 하시는데 모든 것을 개방해야 하는 부담감도 클 것입니다. 하지만 이분들을 받아들인 분들이 한결같이 나누어 주시는 소감은 가정문화체험에 참여하기를 잘했다는 말씀입니다.

올해도 가정문화체험을 준비합니다. 처음 참여하시는 분들은 이웃 두 가정에서 교육생 한 명을 초대해도 됩니다. 낮의 시장체험과 밤의 숙박체험으로 나누어 참여해도 좋습니다. 몇 달 동안 정착교육만 받은 교육생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우리 여고생처럼 호기심이 많고 마음이 여립니다. 이들의 대한민국 정착의 첫 출발을 축복해주고 도와주시기를 청합니다.

우리 신앙인의 삶이란 인생 앞에 어떤 일이 생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올해 계획에는 우리 하나원 교육생과의 인연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운명도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내 삶에 주어지는가가 운명이 아니라 그것을 내가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우리 삶은 주님과 함께 지혜와 용기로 풀어 나간다면 보다 더 환하게 열릴 것입니다.(시편 36,9 참조) 하느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