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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사목을 하며
마지막 소원


글 이태우 프란치스코 신부 | 교구 병원사목부 부장

(여기에 등장하는 세례명과 스토리는 개인 사생활 존중을 위해 약간의 각색이 있었음을 미리 알려드리고 양해를 구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의 삶을 다 살고 하느님 앞에 서게 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신다고 합니다. 첫째는 “네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니?” 그리고 둘째는 “네가 행복했다면 네 주위의 사람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고 살았니?”

이 두 가지 질문은 지금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고, 지금 우리의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물음이라 여겨집니다. 특별히 제가 임종을 앞두고 있는 환우들을 만날 때면 더욱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입니다.

 

요셉 할아버지와 가족들과의 사별 여정이 떠오릅니다. 80대 초반의 요셉 할아버지는 말기암으로 호스피스 병실에서 생의 마지막 자신의 여정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몸 상태가 매우 나빠져서 병자성사를 요청하게 되었고 저는 성사를 집전하러 병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성사를 드리기 전에 이미 요셉 할아버지와는 계속해서 만남을 가져왔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분과의 대화와 만남을 가지면서 그분의 인격적인 성숙은 물론이고 신앙인으로서의 깊이와 믿음에 대한 확고한 모습은 방문할 때마다 참으로 귀감이 되는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병실에 들어섰을 때, 요셉 할아버지 주위로 가족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모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만하거나 부산하지 않고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가운데 가족들은 조용하게 흐느끼거나 기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요셉 할아버지께 병자성사를 집전하고 가족들에게 할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미처 못 했던 말이 있으면 지금 하시라고 권유를 드렸습니다. 가족들은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들을 주로 했으며 더러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사랑한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하였습니다. 그 말들을 들으시던 중에 요셉 할아버지께서는 “신부님, 저는 행복합니다. 이렇게 가족들이 저의 마지막을 함께해주고 사랑한다는 말까지 들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신부님…하느님…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가족들의 따스한 배웅 속에서 선종하셨습니다. 가족들은 저마다 “정말 따스하고 좋은 분이셨다고… 아버님과의 사별은 너무 안타깝지만 아버님을 생각하면 항상 고맙고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저는 요셉 할아버지와 가족들과의 사별 여정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소원이 하나 생겼습니다. 새로운 소원이자 제 인생의 마지막 소원이기도 하겠군요. 그건 내 인생의 마지막은 요셉 할아버지처럼 맞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셉 할아버지의 마지막은 남아있는 유가족들과 사람들에게 고귀한 선물이 되어 사람들 마음속에 고마움과 사랑으로 오래오래 멋진 하모니가 되어서 울리고 있는 것입니다. 고인의 마지막은 당신의 행복과 다른 이들의 행복까지도 함께 그려내는 멋진 선물로 유가족과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한편 수많은 임종하시는 분들과 유가족들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느끼게 되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사별 여정을 충분히 하지 못해서 죄책감과 상실감으로 힘들어 하시는 유가족들의 모습입니다. 임종을 앞두고 있을 때 충분하게 대화하면서 응어리진 마음을 풀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 못하고 미루다가 임종을 맞이하게 되면 고인에게 못해준 부분만 떠올리게 되어서 눈물을 흘리면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렇게 고인의 마지막이 유가족들에게 선물이 아니라 짐으로 유가족들에게 온전히 남겨져서 가족들의 마음에 죄책감과 상실감만 안겨 준다면 얼마나 힘들고 우울한 여정이겠습니까? (실제로 이런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위의 요셉 할아버지와 같은 임종을 맞이한다면 그 삶은 성공적이고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도 더없이 멋진 선물로 울려 퍼질 것입니다.

 

저는 임종을 앞둔 분들과 가족들의 사별 여정을 경험하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는 두 가지 질문, ‘너는 얼마나 행복했니? 행복했다면 주위의 사람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었니?’와 또 하나의 질문을 여러분과 나눠볼까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도 다가올 우리 인생의 마지막 소원, 그 소원은 어떤 것이 되었으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