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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 현장을 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아십니까? 그 두 번째 이야기
- 공의회 문헌 중 4대 헌장


교구 소공동체위원회

 

첫 번째 이야기 끝에 이런 말을 했었지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아십니까?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기다려지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또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 - 새로운 바람, 즉 쇄신과 적응’이라는 단어는 꼭 기억해 두시라고 했습니다. 이제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1965년 그 막을 내리면서 4개의 헌장과 9개의 교령, 그리고 3개의 선언을 발표하게 됩니다. 모두 중요하지만 이 장에서는 변화와 쇄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4개의 헌장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살펴볼까 합니다.

전통적으로 교회의 요소는 사도신경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내려오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 요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특히 4개의 헌장을 통해 구체화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체화 되었다는 것은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고 사도로부터 내려온 것이라는 말의 의미의 기준이 무엇이며, 현 시대에 그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등을 나타내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4개의 헌장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4개 헌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Sacrosanctum Concilium)” - 전례 헌장

.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 - 교회헌장

.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 - 계시 헌장

.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 사목 헌장

이렇게 보면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실제 상황들과 맞춰서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조금은 쉬워질 거라 여겨집니다.

 먼저 전례 헌장을 펼쳐보겠습니다. 전례 헌장 10항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 전례가 무엇이기에, 왜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일까요?

하느님께서는 인간과 함께 계시는 분이지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고, 인간적 감각으로 감지되기도 어려운 분이십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자신을 드러내 보이시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셔야만 했습니다. 요한복음 1장 1절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께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하느님께서 자신을 드러내 보이시는 것이 성사라고 본다면 이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여 주시는 성사 자체이십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십자가에 못 박아 돌아가시게 하셨습니다. 당신이 이 지상을 떠남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함께하심을 알게 하기 위해 당신 몸을 남겨 주셨습니다. 성체성사지요. 인간을 위하여 성사 자체이신 그리스도께서 성사를 제정하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전례를 통하여 신자들이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느낄 수 있어야만 합니다. 전례는 바로 하느님을 만나는 거룩한 자리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는 구원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전례가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인 것입니다.

우리는 전례를 통하여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지상을 떠나시기 전 마지막으로 간절한 기도를 드렸듯이 공동체의 일치입니다. 구원은 나에게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고 누구나 세례를 통하여 새 신자로, 즉 교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등 공동체의 일이며 교회의 일인 것입니다.

전례가 이렇다고 볼 때 구성원들이 전례를 이해하고 전례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과연 그 전례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전례의 거룩함과 본질만을 중요시 여기고 전례를 하는 구성원들에 대해서는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례의 본질은 바뀔 수 없지만 시대에 따라 이해하고 알아듣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전 그대로를 고집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전례 헌장으로 시대에 대한 적응과 변화의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제단의 방향이 신자들과 마주한 것이 아니라 사제만이 제단을 향하고 신자들은 사제의 뒷모습만 보게 되어 있었어요. 지금도 시골 공소에 가면, 아니 주교좌 계산성당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제단 뒤에 예전의 제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있습니다. 언어입니다. 신자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언어, 라틴어가 교회의 공식 언어였습니다. 미사를 드릴 때 신자들은 구경꾼이었습니다. 혼자 따로 묵주기도를 하든지 다른 신심기도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기복적이고도 아주 개인적인 신심 중심의 신앙생활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공동체가 함께 하느님을 체험하는 거룩한 전례가 되도록 공의회 이후에 제단은 신자들을 향하게 되었고 각국의 언어로 전례를 거행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토착화가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하나이고 거룩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전례가 변해야만 했던 것입니다.(다음 호에 계속)

 

소공동체 현장을 가다를 통해 소개되는 글은 교구 소공동체위원회에서 발행한 옹기종기에 실렸던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