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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예수 마음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 〈빛〉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요즘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는 안내판이 붙은 식당과 카페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유아나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들 가운데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행동이 다른 손님들을 불편하게 하고 아이가 뛰어다니다 사고가 나기도 해서 아예 아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 생겨난 것이지요. 참 각박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가게 주인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그냥 테이블에 놓아두고 가는 사람도 있고, 고함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주의를 주면 왜 아이 기를 죽이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부모들도 있어서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어릴 때부터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자기 아이가 하는 행동은 무조건 좋게 보는 부모들의 잘못된 생각이 이런 서글픈 사회현상을 낳은 게 아닌가 합니다. 『대학(大學)』이라는 고전을 강의하면서 최근에 읽은 대목이 생각납니다.

“(상대를) 좋아하면서도 그의 나쁜 점을 알고, 미워하면서도 그의 좋은 점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 드물다. 그러므로 속담에 ‘사람이 그 자식의 나쁜 점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1)

사랑하는 마음은 눈을 멀게 한다고 했던가요? 사랑하는 사람의 결점을 제대로 보기 어렵고 미워하는 사람의 좋은 점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가 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같은 내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예쁘게만 보고 무조건 잘해 주려고만 하면 오히려 아이를 망칠 수 있습니다. 연애할 때는 사랑하는 이의 예쁜 눈만 보이고 못생긴 코는 보이지 않더니, 결혼하고 세월이 지나니 예쁜 눈은 보이지 않고 못생긴 코만 보이더라는 우스개 이야기도 있지요. 사랑한다고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눈감아 준다면 그것은 옳은 사랑이 아닙니다. 반면에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계명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예수님의 마음을 많이 닮은 사람이라고 불리겠지요.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6.48)

예수 성심(聖心) 성월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닮으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그 마음은 바로 사랑의 마음입니다. 맹목적인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단점도 제대로 보고 고쳐 줄 수 있는 사랑, 미워하는 사람의 좋은 점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사랑입니다. ‘노키즈’가 아니라 ‘웰컴키즈(Welcome Kids)’라고 써 붙인 가게도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뛰노는 모습이 사라진다면 그 나라에 미래와 희망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부모된 마음으로 아이들을 봐 준다면, 그리고 부모들이 자기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올바르게 키운다면,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간다면 이 세상은 한결 살 만한 곳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사랑입니다.

 

1) 『대학(大學)』 전(傳) 8장. “好而知其惡, 惡而知其美, 天下鮮矣. 故諺有之曰, 人莫知其子之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