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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이야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마태 6,10)


글 장숙희 루시아 수녀 | 민족화해위원회,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북한이탈주민을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분들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며 더구나 이제는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우리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예전에 어느 기관에서 공모하여 붙여준 이름인 ‘새터민’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간혹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은 공식 명칭이니 받아들이지만 새터민이라고 불리는 것을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이 이 호칭을 싫어하는 이유는 굳이 그렇게 부르는 자체가 낮추어 보거나 차별적으로 분류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또 일부의 인식이 그렇다 하더라도 본인들이 개의치 않는다면 별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상당히 배타적인 사회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외국인이나 외국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은 상당히 다른 배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불편한 요소라고 합니다. 실제로 사회 전반적 인식도 북한이탈주민에 대하여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것이 오로지 북한이탈주민들만의 책임일까요?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감에는 우리 자신들에게 더 큰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대한 우리 신앙인들의 인식은 어떠할까요?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분명한 건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하여 더 이해하고 도와주려 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두려움의 근원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잘 아는 사실이나 사람에 대해서는 친근함을 느끼지만 모르는 사실이나 모르는 사람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다름에 대해 너그럽게 수용하는 태도, 이해는 신앙인들이 예수님을 따르며 익히는 덕목입니다.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이며 같은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에는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사실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평화를 위한 여정을 걸어가는 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기적이 우리 가운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은 세세대대에 찬미 받으소서!

 

우리나라의 변화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신앙인이 바쳐 온 간절한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수 비오 신부)에서도 통일기원 기도를 5년 전부터 매 주 바쳐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각 본당 민족화해분과와 매월 묵주기도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미사를 함께 바치고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 신앙인들이 평화를 위하여 바치는 기도는 이 달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9일기도로 각 본당에서 함께 바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도의 실현은 우선 ‘먼저 온 통일’이라고도 불리는 우리 곁에 와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우리 신앙공동체에서 먼저 찾아보고 초대하고 함께함으로써 이루어질 것니다. 그리하여 북한이탈주민들은 같은 형제자매로서 우리와 함께 살며 하느님을 찬미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향후 남북교류가 활발해질 때 우리와 함께 북한 고향 땅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는 선교의 선봉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신앙의 신비가 이루어지도록,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우리의 기도가 더욱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