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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원목봉사자 권재수(마태오).배잠순(글라라) 부부
환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취재 김명숙 사비나 편집장

 

매주 목요일 아침, 권재수(마태오).배잠순(글라라) 부부가 향하는 곳이 있다. 대구광역시 남구 현충로에 자리한 영남대학교의료원이다.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쉼 없이 드나들다 보니 이제는 집처럼 편안한 곳이 됐다. 남편 권재수 씨는 2003년 퇴직한 뒤 2004년부터 원목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아내 배잠순 씨는 1993년부터 원목봉사활동을 시작해왔다. 아픈 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함께 기도하며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권재수.배잠순 부부(경산성당)를 5월 성모 성월의 이른 아침 영남대의료원 원목실에서 만나보았다.

 

오랜 세월 해온 봉사활동이 이제는 일상이 되고 삶이 된 배잠순 씨는 “예전에 이판석 신부님의 가두선교운동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선교책자를 들고 경북대학교병원을 찾아 환우들에게 나눠주면서 선교를 한 적이 있었다.”며 “그 일이 계기가 되어 1993년부터 경북대병원에서 원목봉사활동을 시작했고 그 뒤 영남대학교의료원으로 옮겨와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지난 일을 떠올렸다. 원목봉사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환우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라고 들려주는 배잠순 씨는 “보다 나은 원목봉사활동을 위해 남편과 함께 일 년에 두 차례씩 전문 강사진으로 이뤄진 교구 병원사목부 주최 심화교육에 참석하여 호스피스교육, 환우대처법, 상담심리 등 강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아픈 이들에게는 사소한 것도 크게 작용하고 말 한마디도 예민하게 전달되기에 특히 신경 써서 이야기하고 가능하면 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하려 애쓴다는 부부는 욱수성당 설립 초창기에는 본당 위령회 임원으로 활동했고 가르멜재속회 회원으로도 활동해 왔다. 현재는 원목봉사활동만으로도 바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원목봉사자들의 활동은 단순히 환우들의 이야기만 들어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함께 자리한 영남대의료원 원목실 담당 홍 안나데레사 수녀(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대구수녀원)는 “현재 29명의 원목봉사자가 활동 중인데 모두들 열심히 하고 계시고 10년 이상 활동하신 분들도 절반이 넘는다.”며 “봉사자분들은 월요일과 목요일 주 1회 각자 맡은 병동의 병실을 방문하여 입원환우들 가운데 신자가 있는지 먼저 알아본 다음, 환우들은 물론 보호자들도 병원에 머무는 동안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고 안내해주며 병실봉사, 미사전례, 머리감겨주기, 미용, 성령기도 봉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냉담이나 조당 중에 있는 이들과 병자성사, 대세를 앞두고 있거나 봉성체를 원하는 경우에는 교구 병원사목부, 본당과 연계하여 상황에 맞도록 적절한 방법을 취한다고 했다. 권재수.배잠순 부부는 “교구에 병원사목부가 생긴 뒤로는 매주 토요일 담당 신부님(현재 이종민 마태오 신부)께서 병원에 오시어 환우들과 보호자들을 위해 미사를 주일미사로 봉헌해주시니 참 좋다.”고 했다. 특히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이면 원목실에서는 병원의 모든 환우들에게 삶은 달걀과 수면 양말을 선물하고 있는데, 소아암 환우들과 일반 어린이 환우들에게는 한 후원자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전해주고 있다고 했다. 홍 안나데레사 수녀는 “이 모든 일에는 언제나 봉사자들이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감사하다고 했다.

교구 병원사목부 원목봉사 장기근속상수상뿐만 아니라 영남대의료원 장기근속상도 수상할 만큼 긴 시간 활동하고 있는 권재수.배잠순 부부는 목요일 오전 원목봉사활동이 끝나면 오후에는 어김없이 성모당을 찾는다. 이들 부부에게 성모당은 아주 특별한 곳으로 자리한다. “어느 날, 부모가 자식을 위해 평생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기도를 더 열심히 해주기로 하고 매일 바치는 기도와 달리 좀 특별한 기도를 드리고 싶어서 해마다 5월 성모 성월과 10월 묵주기도 성월에는 매일 새벽 성모당을 찾아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어느새 20년이 훌쩍 넘었다.”고 했다. 올해도 부부는 성모 성월 내내 새벽 4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새벽 5시 5분경 성모당에 도착하여 기도를 바친다.

한결같은 부부의 간절한 기도는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언제나 우선순위가 자녀를 위한 기도일 터. 부부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기도는 자녀를 위한 기도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보듬어야 할 환우들의 아픔까지도 덜어주고 위로해 줄 것이다. 아울러 그 간절한 기도는 권재수·배잠순 부부가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