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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다녀와서


글 이병훈 세례자요한 신부 | 대구대교구 사회복지시설 들꽃마을 원장 겸 법인상임이사

 

“신부님의 방에 불빛이 있으면 신자들도 위안을 받으며 머물렀고, 불빛이 없으면 불안해했습니다.” 내전 중에도 떠나지 않고 함께 머물렀던 남종우(그레고리오) 신부에 대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신자들의 표현입니다. “현대 세계의 선교는 선교 대상자를 선교하는 것 그 이전에 선교사를 보내는 이들을 선교하는 것”이라고 김형호(미카엘) 신부가 말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는 왜 그 멀리에 있는 전쟁 중인 나라, 그리고 가장 가난한 나라이면서 희망도 없는 나라, 그것도 수도가 아닌 시골에 머물고 있는가?’에 대한 답일 것입니다. 그들에게 우리는 “빛”이 되고 그들은 우리에게 “빛”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빛”을 비추어 주기 위하여 “빛”이 되고자하는 것, “빛”이신 주님을 전하기 위하여 “빛”을 지피는 이들에게 “불섶”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2012년에 파견된 남종우 신부와 배재근(프란치스코) 신부의 뒤를 이어 김형호 신부, 김정철(시몬) 신부, 이진희(요한) 신부가 지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빛”이 되기 위하여 사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빛”은 반사되어 우리 대구대교구를 비추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 위로를 주고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줍니다. 지난 5월 27일 삼위일체 대축일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대교구 소속 보얄리에서 삼위일체성당 봉헌식과 들꽃마을 축복식이 있었습니다. 2012년부터 내전을 겪으며 함께했던 일들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자리였습니다. 봉헌을 하면서도 ‘이렇게 가난하고 불안한 곳에 이렇게 대단한 건물과 일들이 무의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전이 발발하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될 것이며, 가난한 지역에 대궐같이 큰 집이 하느님 보시기에 가당키나 한지도 걱정스러웠습니다. 오히려 이 사람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은 아닌지 고민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방기 시내의 파티마성당에 가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지난 5월 1일 방기 시내의 파티마성당에 “노동자 성요셉” 축일을 지내기 위해 각지에서 1500명이 모여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담으로 둘러싸인 성당 뒤편의 조그만 공터에 모여서 미사를 드리고 있었는데 이곳 담벼락 뒤에서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수류탄 7발을 던지고 기관총을 난사해서 미사집전 중이던 사제 1명이 머리에 관통상을 입어 즉사하고 20여 명의 신자가 사망하고 100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테러를 일으켰습니다. 이 성당은 김정철 신부가 4월 28일까지 보좌신부로 활동했던 곳입니다. 시내 한복판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쏜 자리입니다. 제대를 마주보고 있는 담벼락에는 파티마성모상과 대형 십자가가 있었는데 바로 그 뒤의 나무 위에서 제대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쏜 것입니다. 아름다운 성모 성월, 성가정의 보호자이신 성 요셉 대축일에 모인 하느님의 자녀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성모님과 예수님의 마음이 너무 아프셨으리라고 느껴졌습니다. 자식들이 서로서로 죽이고 죽어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바라보는 부모의 안타까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보얄리 삼위일체성당의 봉헌식이 있던 5월 27일은 삼위일체대축일이었으며, 마침 어머니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성당 옆에 4대 성모발현지의 성모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보얄리 삼위일체성당의 봉헌식은 삼위일체의 사랑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신자들과 함께하며 또한 가장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의 모습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과 어머니의 마음으로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느껴질 수 있는지 깨닫게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자가의 예수님과 파티마 성모님의 발아래에서 벌어진 사건은 무기력함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기력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통을 끝까지 바라보며 함께 아파하고 대신 간구해주시는 모습을 체험하게 하였습니다. 따라서 비록 내전으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함께 아파하고 기도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그들에게 “빛”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돌아가시기 전날 밤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실 때 비록 곧 배신할 제자인 줄 아시지만 그의 발을 씻겨 주셨고, 그에게 당신의 몸과 피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예수님도 ‘혹시나…’ 하셨지 않을까요? ‘역시나…’였어도 그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되어 아직도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도 따라 살려고 하듯이, 우리들의 모습이 “빛”이 되어 그곳의 그리스도인들도 우리를 따라 하기를 기대하고 희망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반사되어 우리 교구의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신자들도 함께 아파하고 기도하기를 기대하고 희망합니다. 교구설정 백주년을 맞이하여 대구대교구는 “가난한 자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 우리의 길임을 깨닫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사제들을 파견하였습니다.

이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우리에게 “가난한 자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선을 행할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빛”이 되고 그들은 우리에게 “빛”이 됩니다.(사진제공 : 가톨릭신문)

 

*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선교후원 (문의 : 교구 관리국 053-250-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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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들꽃마을 지정후원 (문의 : 들꽃마을 법인사무국 0549-55-4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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