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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이야기
서로를 변화로 이끄는 만남과 평화


글 장숙희 루시아 수녀 | 민족화해위원회,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모든 종류의 대화에서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을 전하고 그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나의 논리와 주장이 옳을 뿐만 아니라 상대편이 그러한 주장을 펼치는 나를 신뢰해야만 가능합니다. 물질적 풍요는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문제, 즉 주장과 당위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적어도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 간의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이미 잘 아시고 계시겠지만 지난 6월 12일, 전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70년이 넘게 적대관계에 있는 두 나라 정상의 만남 자체가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양국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서명식장에서 양국 정상은 역사적인 문서에 서명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과 상봉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훌륭한 대화를 나누고, 여러 가지 좋은 일을 시작하려고 합의 하였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와 관련하여 사의를 표하며, 이번 수뇌상봉이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훌륭한 결과들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과거를 덮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력사적인 공동성명에 서명하게 된다. 세계는 중대한 변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언론보도 참조)

지금 다시 돌아보아도 여전히 놀라운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 하나는 우리는 북한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전투기를 조종할 때 조종사들은 전투기의 너무 빠른 속도로 인하여 온몸이 부서질 듯 아프고 피부가 일그러지고 뼈 속 깊이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남북정상회담, 4.27선언,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변화하는 국제사회와 우리나라의 정세는 전투기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변화의 속도를 따르지 못하면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의 혼란을 이기면 우리는 한민족이며 한 핏줄이기에 누구보다도 깊이 서로를 이해하고 알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은 화해와 용서, 사랑의 달인이 많기에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맞게 자신과 이웃을 평화의 길로 안내할 것입니다. 이러한 하느님과 사람의 인정을 받는 이의 삶의 태도는 자신에게 따뜻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자신이 걸어온 모든 과정을 사랑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앞날의 모든 일도 인정받게 되고 사랑받게 될 것입니다.

이는 북방선교에 꼭 필요한 믿을 만한 사람이 되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 안에 깃든 하느님의 영을 보게 할 것입니다. 변화는 때가 되어 일어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오랜 세월동안 평화를 위하여 기도해오고 있습니다. 주교님들께서도 이는 기도의 응답이며 앞으로도 계속 기도해 나가자고 하십니다. 기도는 꼭 이루어집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