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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사목을 하며
“병자성사는 종부(終傅)성사인가?”
- 병자성사에 대한 이해 1)


글 정황래 시몬 신부 | 교구 병원사목부 담당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주셨다.”(마태 9, 35)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 의 복음을 선포하시면서, 특별히 병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병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또한 이 구원사업을 위해서 주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을 뽑아, 그들에게 특별히 회개를 선포하고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게 하셨습니다.(마르 6, 12-13) 이는 야고보 사도가 전하는 것처럼, 교회의 원로들에게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2) 이렇듯 교회가 병자를 돌보는 것은 병자들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이며, 주 예수님의 모범을 본받는 것이고, 병자를 돌보라고 하시는 그분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의 역사 안에서 병자성사는 단순히 임종자에게 수여되는 ‘종부(終傅)성사’, 즉 죽음이 임박한 병자들을 위해 필요한 단 한 번의 예식 정도로 인식되어 왔으며, 이런 이유로 신자들이 병자성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있어 왔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 이미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도유 성사로서의 병자성사의 본뜻이 더욱 명확하고 확실하게 드러나도록 ‘병자도유의 이름, 시기와 횟수, 대상 및 집전자’ 등에 대하여 규정3) 하였고, 고해성사와 병자의 도유, 노자 성체로 이어지는 연속 예식을 마련하도록 명령하였습니다.4) 이를 실행하기 위해 교황 바오로 6세는 교황령 「병자의 거룩한 도유」를 통해 새로운 성사의 양식문과 사목적 배려를 위한 예식서를 제정하여 병자성사의 의미와 효과를 밝혀 주었습니다.

이러한 병자성사의 본래의 목적을 되살리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노력이 이미 40여 년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병자성사를 단순히 종부성사로 인식하는 신자들이 많이 있고, 또한 병원에 입원 중인 병자들조차도 병자성사를 청하기를 꺼려하거나 임종 직전의 상태가 될 때까지 병자성사를 미루어 주님의 은총을 제때에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이 실정입니다.

병자성사는 병고와 노쇠의 고통을 그리스도인답게 견디는데 필요한 특별한 성령의 위안과 평화와 용기의 은총을 전해줍니다. 이 은총은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믿음을 새롭게 하고, 마귀의 유혹, 곧 죽음 앞에서 번뇌와 좌절에 빠지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해 주시는 성령의 선물입니다. 또한 병자들은 이러한 성령의 선물을 통해 부여되는 병자성사의 은총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수난과 결합되어 영혼과 육체의 치유뿐만 아니라 속죄를 통해 죄를 용서 받게 되고, 특히 임종을 앞둔 이들은 병자성사의 은총을 통해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는 마지막 길을 합당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5)

그렇기에 병자성사는 교회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병자들을 위한 거룩한 도유와 사제들의 기도로 온 교회는 수난하시고 영광을 받으신 주님께 병자들을 맡겨드리고, 그들의 병고를 덜어주시고 낫게 하여 주시도록 함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이 성사를 거행함으로써 성인들의 통공 안에서 병자들의 선익을 위해 전구합니다. 병자들 또한 이 성사의 은총을 통해서 교 회의 성화와 모든 이의 선익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목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자들과 병자들에게 질병과 고통이 뜻하는 신앙의 의미를 가르쳐 주어야 하며, 더불어 병자 혼자서든지 혹은 가족들이나 보호자와 함께 기도를 바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신자들이 병자성사를 마치 일종의 마술이나 주술처럼 여기거나 현세의 기복적인 치유만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또한 병자성사는 교구장의 판단에 따라 합당하게 준비되니 여러 병자들에게 한꺼번에 합동으로 거행될 수 있습니다.6) 특히 병자 성사 예식은 ‘병자의 상태가 문제되지 않고, 병자가 영성체를 한다면, 이 거룩한 도유를 성당에서, 또는 병자의 집이나 병원이나 다른 알맞은 장소에서 미사 때 거행할 수 있다.’7) 고 사목적 배려 예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병자성사의 예식에는 병이나 노쇠로 인해 생을 마감하는 이를 위한 마지막 예식, 즉 ‘종부성사’의 의미도 분명히 내포하고 있습니다.8) 하지만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면서 특별히 병자들에게 관심을 가지시고 그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병을 치유해 주셨던 예수님의 구원 은총에 그리스도인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병자가 의식이 있을 때 고해성사를 통해 병자성사의 은총이 수여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며, 이어지는 병자의 도유와 노자성체, 즉 성체성사를 통해 병자성사의 합당한 은총을 충만히 받을 수 있도록 본당 사목구 주임을 비롯한 사목자들의 지속적인 지도와 교육, 가족들을 비롯한 공동체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병자성사를 통해 구원의 은총에 동참하려는 병자 스스로의 의지가 필요할 것입니다.

 

■ 병자성사에 관한 교회의 주요 가르침

1. 병자성사는 “생명이 위급한 지경에 놓인 사람들만을 위한 성사가 아니다. 그러므로 신자가 질병이나 노쇠로 죽을 위험이 엿보이면 이미 이 성사를 받기에 적절한 시기가 된 것이다.”9)

2. 병자성사를 받은 병자가 건강을 회복했다가 다시 중병에 걸리게 되면 이 성사를 다시 받을 수 있다. 같은 병으로 앓다가 병이 더 중해지는 경우에도 이 성사를 다시 받을 수 있다. 중한 수술을 받기 전에 병자성사를 받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급격히 쇠약해지는 노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10) 노쇠하여 기력이 많이 떨어진 노인들은 병세가 위중해 보이지 않더라도 거룩한 도유를 받을 수 있다.11)

3. 위험한 수술을 앞두고 있으면 병자는 수술받기 전에 거룩한 도유를 받을 수 있다.12)

4. 어린이가 이 성사로 위로를 받을 만큼 철이 들었다면 그에게 거룩한 도유를 집전하여야 한다. 철이 들었는지 의심스러울 때에도 이 성사를 주어야 한다.13) 또한 병자들이 이성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의식을 잃었다 하더라도, 의식이 있었을 때 신자로서 적어도 묵시적으로 도유를 원했을 것으로 판단되면 이 성사를 주어야 한다.14)

5. 공적으로든 가정에서든 교리 교육을 통하여, 신자들이 도유를 받아야 할 때가 되면 곧바로 도유를 청해서 깊은 믿음과 경건한 마음으로 받도록 가르치고, 이 성사를 미루는 나쁜 습관에 빠지지 않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병자를 돌보는 모든 이에게 이 성사의 본질과 효과에 대하여 가르쳐야 한 다. 15)

6. 사제들, 특히 본당 사목구 주임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직접 병자들을 자주 방문하며 넘치는 사랑으로 그들을 돌보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의 본분임을 명심해야 한다.16) 또한 본당 사 목구 주임은 목자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하여 병자들 특히 죽음이 임박한 이들을 정성껏 성사로써 회복시키고 그들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기면서 넘치는 애덕으로써 도와주어야 한다.17)

7. 분명한 중죄 중에 완강히 머물러 있는 자들에게는 병자성사가 수여되지 말아야 한다. 18)

8. 병자 도유와 함께 바치는 성사 양식문은 다음과 같다.19)

 

(이마에 기름을 바르며) 주님, 주님의 자비로우신 사랑과 기름 바르는 이 거룩한 예식으로 성령의 은총을 베푸시어 (아무)를 도와주소서. 아멘. (두 손에 기름을 바르며) 또한 (아무)를 죄에서 해방시키시고 구원해 주시며 자비로이 그 병고도 가볍게 해 주소서. 아멘.

 

1) 이 주제는 이미 여러 차례 본지에 기고된 적이 있지만, 신자들에게 이 성사의 선익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사목자들의 의무이다.’(참조. 가톨릭교회교리서, 1516)라고 강조하는 권고에 따라, 본 주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다시 요약, 정리합니다. 이를 통해 거룩한 도유로서, 또한 공동체적인 전례로서의 병자성사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을 기대해 봅니다. 특히 본 기고는 연구자의 허락을 받아 <김형수, 병자성사에 대한 역사적 이해와 실천방안: 대구가톨릭대학교, 2010.>을 참조, 발췌, 요약하였습니다.

2) 야고보 5, 14-16 : “여러분 가운데에 앓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교회의 원로들을 부르십시오. 원로들은 그를 위하여 기도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십시. 그러면 믿음의 기도가 그 아픈 사람을 구원하고, 주님께서는 그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 또 그가 죄를 지었으면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죄를 고백하고 서로 남을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병이 낫게 될 것입니다. 의인의 간절한 기도는 큰 힘을 냅니다.”

3) 참조. 2차 바티칸 공의회,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75.

4) 참조. 전례헌장, 74.

5) 참조. 가톨릭교회교리서, 15201523, 1532.

6) 참조. 교회법, 1002.

7) 참조. 병자성사 예식, 80.

8) 참조. 병자성사 예식, 122: <임종전대사> “나는 사도좌에서 받은 권한을 가지고 성부와 +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 교우에게 전대사를 베풀며 모든 죄를 용서합니다. 아멘.” 전능하신 하느님, 인류 구원의 거룩한 신비로 현세와 후세에 이 교우가 받아야 할 모든 벌을 없애 주시고 낙원의 문을 열어 주시어 이 교우를 영원한 행복에 들게 하소서. 아멘 .”

9) 참조. 가톨릭교회교리서, 1514.

10) 참조. 가톨릭교회교리서, 1515;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병자성사 예식, 9.

11) 참조. 병자성사 예식, 11.

12) 참조. 병자성사 예식, 10.

13) 참조. 병자성사 예식, 12; 교회법, 1005: “병자가 이성의 사용을 하게 되었는지 혹은 위급하게 앓고 있는지 혹은 이미 사망하였는지 의문 중에는 이 성사가 집전되어야 한.” 이와 관련하여, 병자성사 예식 15항은 사제가 도착했을 때 병자가 이미 사망했으면, <병자가 아직 살아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에 하는 도유 예식>으로 병자성사를 집전하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14) 참조. 병자성사 예식, 14; 교회법, 1006: 병자들이 정신의 자주 능력(의식)이 있을 때 이 성사를 적어도 묵시적으로라도 청하였으면 수여되어야 한다.

15) 참조. 병자성사 예식, 13.

16) 참조. 병자성사 예식, 35.

17) 참조. 교회법, 5291.

18) 참조. 병자성사 예식, 15; 교회법, 1007.

19) 참조. 병자성사 예식, 25.